사람과 문화가 함께하는 '재미난 쌀롱'
사람과 문화가 함께하는 '재미난 쌀롱'
  • 최종훈 기자
  • 승인 2014.09.02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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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김해경전철을 타고 박물관역에 내려서 조그만 골목으로 들어가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카페 한 곳을 볼 수 있다. 악력기를 잡아당겨 문을 열면, 카페 구석에는 겨우 기어들어갈 수 있는 골방이 있다. 천장에는 엉뚱하게도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있고, 오두막 위의 고양이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흡사 동화 속을 상상케 하는 이곳은 한 순간 콘서트홀로 변한다. 매주 수요일 해가 뉘엿뉘엿 지는 저녁 7시 30분. 인디가수와 관객 모두가 숨소리를 죽여 가며, 음악을 기다리는 이곳은 복합문화공간 ‘재미난 쌀롱’(이하 ‘쌀롱’)이다.

 

아지트, 이웃과 재미나게 놀 수 있는

_ ‘쌀롱’의 운영자이자 화가인 김혜련 대표는 “사실 우리는 우리들끼리 놀고 즐기는 아지트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다”며 웃으며 ‘쌀롱’의 시작을 말해주었다. 김대표는 김해의 작은 미술 전시관 ‘부뚜막 고양이’에서 만난 사람들과 ‘쌀롱’을 시작하였다. 처음부터 ‘쌀롱’의 목표는 미술전시 뿐만 아니라 뮤지션들의 공연 등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장소를 만드는 것이었다.
 2013년 봄, ‘쌀롱’이 문을 연 이후로 그녀는 “예술가와 주민들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꿈꿨었다”며 다양한 행사를 공동운영자들과 같이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는 비틀즈 노래로 경연을 하는 ‘비틀즈 콘테스트’는 15팀이 참가하여 지역 신문에 보도되는 등 많은 화제를 끌며 마무리 되었다. 이러한 운영자들의 노력은 2014년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문화우물사업’에 선정되는 결실을 보기도 했다. 이후에도 ‘쌀롱’은 더 많은 지역민, 지역예술가와 소통할 수 있는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공동운영자들은 ‘재미난 동요대회’, ‘뮤직비디오 콘테스트’를 비롯해 합창교육과 기타교육 등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문화행사들을 자체적으로 추진 중이다.

 


콘서트홀을 꿈꾸는 공간

_ ‘쌀롱’이 예술가들과 소통하는 또 다른 통로 중 하나는 ‘수요쌀롱음악회’이다. 쌀롱은 ‘작은 카페를 콘서트홀처럼 모든 사람이 음악에 집중하게 만들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다른 곳들과 공연 방식이 다르다는 소문이 알려지게 되어 인디가수들이 직접 공연을 하기위해 찾기도 한다. 그래서 ‘쌀롱’ 운영자들이 직접 가수를 초청한 적은 없다. 김 대표는 “현재는 부산이나 경남지방 뿐만 아니라 서울, 광주 등 먼 곳에서도 공연을 온다”며 “예술가들 사이에서는 노래 부르기 좋은 곳으로 소문이 나 있다”고 말했다.
현재 EBS 스페이스 공감의 ‘5월 달의 헬로루키’로 선정된 인디가수 권나무씨는 ‘쌀롱’을 비롯한 많은 카페에서 공연과 버스킹을 진행한다. 그는 일반적인 공연장 기획을 통해서 초청공연을 하면 단순히 예술이 소비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쌀롱’에 대헤서는 “예술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노래를 할 수 있는 공간이자 색깔과 유연함도 보여줄 수 있는 곳이다”고 했다. 덧붙여 “인디가수들의 주도로 공연이 이루어지는 ‘쌀롱’과 같은 장소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그래서 매우 멋지고 매력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고 많은 예술가들이 직접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청춘들의 문화를 담자

 

 

 

 

 

 

 

 

 

 

 

 

 

_ 쌀롱에는 김대표를 비롯해 지역예술가, 대학생들의 그림이 걸려있다. 김대표는 곳곳에 붙어있는 작품들을 가리키며 “공연 뿐만 아니라 미술전시를 말하는 대학생들도 많이 찾아오는데 저 그림들도 이번에 대학생이 직접 전시하는 그림들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부산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양지송(13·부산대)씨는 ‘쌀롱’에 작품 6개를 전시하고 있다. 그녀는 김대표에게 직접 찾아 전시를 하고 싶다고 했다. ‘쌀롱’에 전시된 작품들은 방문자들의 많은 이목을 끌고 있으며, 구매를 원하는 방문자들과의 매매도 이루어지고 있어 전문적인 미술관의 모습을 방불케 한다. 김대표는 “개인 작품 전시나 작품을 판매하는 것도 즐겁지만,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러한 공간에서 이웃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며 예술과 지역주민과의 소통이 함께 이루어지는 점을 강조했다. 대학생들에게 있어서 ‘쌀롱’과 같이 참여 기회가 열린 문화공간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대해 양지송씨는 “예술가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전시 기회를 줄 수 있는 장소다”며 “청년예술인들이 자신들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재미가 ‘넘치는’ 골목길
_ 김대표는 현재 ‘쌀롱’이 위치한 골목을 ‘재미난 골목’으로 만들기 위해 도움을 줄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추석이 지날 즈음이면 ‘재미난 사진관’과 ‘재미난 돈까스’가 오픈해 골목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예술인과 지역민들이 직접 만들고 배운 예술품을 교환 및 매매할 수 있는 ‘리얼아트페어’를 11월에 계획 중이다.
김대표는 “점점 더 발전하는 ‘쌀롱’도 좋겠지만, 처음의 모습대로 쉴 수 있는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다”며 “젊은 사람들의 많은 시도가 표현되는 곳을 원한다”고 전했다. 그녀는 ‘쌀롱’에서 많은 동아리, 학습 등이 이루어져 대학생들의 아지트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어떠한 ‘쌀롱’의 모습을 꿈꾸냐는 질문에 공동운영자 김충도씨는 “솔로들을 위한 미팅장소 같은 추억의 장소로 남고 싶다”라는 웃음이 담긴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이처럼 지역민과 예술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추억의 장소로 남을 수 있는 ‘쌀롱’의 모습을 앞으로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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