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근현대사의 현장, 중앙공원
빛바랜 근현대사의 현장, 중앙공원
  • 최종훈 기자
  • 승인 2014.10.08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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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번 부산시내버스는 한국해양대학교의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매우 친근한 교통수단이다. 이 버스는 기점을 한국해양대학교로 두고 있으며, 전환점은 중앙공원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앙공원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해양대 – 135번 – 중앙공원
 

135번 버스를 타고 전환점인 중앙공원까지 가기 위해선 보수동과 구덕산 자락을 낀 많은 비탈길과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다. 버스에서 내리자 중앙공원의 여러 구조물들이 곳곳에 위치해 있고, 하늘과 맞닿을 만큼 높은 위치에 있어 부산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이처럼 중앙공원은 구덕산의 산중턱에 자리 잡고 있었다.
 중앙공원은 원래 1970년부터 등산로와 약수터로 유명했던 대청공원이었다. 1973년도에 대청공원의 일부 부지를 역사적인 의미로 활용하고자 하는 정책이 수립되었고 충혼탑이 용두산 공원에서 옮겨온 이후 1986년도에 중앙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현재는 ‘4월민주혁명희생자위령탑’이 용두산 공원에서 이설되고 민주공원이 건립되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민주주의 역사공간, 민주공원
 민주공원은 중앙공원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아름다운 조경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기증 작품으로 이루어진 조각공원이 많은 방문객들의 휴식공간이 되어주고 있었다. 이옥령(68세,서구)씨는 “날씨가 좋은 날이면 산책 나오기 좋은 곳”이라며 많은 시민들이 자주 찾고 있음을 말해주었다.
 조각공원을 지나 우측으로 보면 부산광복기념관을 볼 수 있다. 이곳은 광복활동을 기념하고 독립운동 희생자를 추모하는 곳으로 현재는 전시와 함께 주말에는 영화 상영을 하는 문화행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부산광복기념관의 맞은편으로는 4월민주혁명희생자위령탑과 탑의 우측으로 희생자를 추모하는 영령보관소를 볼 수 있다. 이 탑과 보관소는 1960년 이승만정권의 독재에 맞섰던 4.19혁명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곳이다. 특히 탑의 경우 부산시민들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이루어졌으며, 1962년에 용두산 공원에 세워졌다가, 영령보관소가 중앙공원 내에 건립되면서 2007년도에 옮겨오게 되었다.
 탑을 지나 중앙계단을 오르면 부산민주항쟁기념관을 만날 수 있다. ‘뜻기림횃불’이라는 불꽃모양의 구조물이 건물의 상단부를 장식하고 있으며, 민주화의 횃불은 부산에서 꺼지지 않음을 상징하고 있다. 이곳은 중극장과 소극장, 그리고 ‘늘펼쳐보임방’이라는 상설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늘펼쳐보임방’은 1960년 4월 혁명부터 최근의 촛불시위까지 함께 담은 근현대사와 항쟁의 전시실이다. 단순히 자료를 보는 것에서 벗어나,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형 공간으로 태어났다. 항쟁당시의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책자와 벽보 등을 볼 수 있으며, 감옥체험도 해볼 수 있다. 그리고 과거 역사사건뿐만 아니라 취업난, 학생인권, 다문화가정 등의 현재의 많은 사회문제도 같이 교육하고 있어 폭넓은 사회교육의 장소가 되고 있다. 또한 기념관은 중극장과 소극장을 갖춘 문화 시설로써 음악회와 연극 등 많은 문화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념관 빠져나와 민주공원을 두르는 산책길을 걷다보면 무궁화와 소나무로 둘러싸인 곳에 위치한 대한해협전승비를 볼 수 있다. 이는 한국전쟁 당시 대한해협에서 북한 무장선박을 우리 해군 백두산함이 5시간의 교전 끝에 승리하여, 대한민국 해군 사상 최초의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1988년에 설립한 기념비이다.

 


충과 혼, 그리고 그들을 기림.
 

민주공원의 길을 따라 내려오면 맞은편에 충혼탑의 입구가 있다. ‘대한민국’과 ‘충혼’이라고 적혀진 이 입구를 지나 열 개 가량의 굽이친 오르막길을 올라야 충혼탑을 만날 수 있는데, 오르막을 대신하기 위한 부산 최초의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좌측에 자리 잡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광장에 오르면 웅장한 크기의 충혼탑을 만날 수 있다. 이 탑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 국가를 위해 싸우시다 돌아가신 부산 출신의 국군장병과 경찰관을 비롯한 애국용사들을 기리는 성스러운 위령탑이다. 탑의 중앙부에는 애국용사들의 위패와 이를 기리기 위한 추모관이 아름다운 연못 위에 조성되어 있다. 충혼탑에서 부산 시내를 내려다보니 용두산 타워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부산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이렇게 높은 곳에 충혼탑을 세운 이유는 부산과 바다를 내려다보며 수호신으로써의 모습을 나타내기 위함이라 한다.
 
 


다시 기억되어야 할 역사의 장소.
 중앙공원은 부산의 근현대사를 담고 있는 아주 중요한 공간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공원 곳곳을 다니는 도중에 젊은 세대의 방문객들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대부분이 노년층의 방문객들이었고, 젊은 방문객은 추모객들과 동반한 유아들이 불과했다. 민주공원에 방문하신 강택구(남구, 77세)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지난 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와주었으면 한다.”라며 우리 세대의 중앙공원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서울의 탑골공원, 대구의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광주의 망월동 국립묘지. 이곳은 각각 3.1운동과 국채보상운동, 5.18 운동 등 모두 근현대사의 아픔을 기억하고 교육하는 곳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중앙공원도 다른 곳에 부족함이 없이 통해 4.19혁명과 부마항쟁과 같은 떳떳한 부산의 근현대사의 중심에 위치한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중앙공원의 인지도와 발길이 줄어드는 지금, 가을바람을 맞으며 한번쯤 135번 버스를 타고 역사와 함께한 소풍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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