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착해빠진 을로 살텐가?
언제까지 착해빠진 을로 살텐가?
  • 서제민 기자
  • 승인 2014.11.17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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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정당하게 일하고 돈 받는 사람들이 부끄러워해야 돼?!' '우리가 근로계약 했지 노예계약 한 거 아니잖아요!' 현재 네이버에서 연재되고 있는 웹툰 '송곳'의 한 대사이다.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현실과 임금 문제 등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 노동자들에게 던지는 충고 중 하나는 스스로의 권리를 찾으라는 것이다. 지금도 을로 살아가고 있는 아르바이트생들이여 이제는 자기 밥그릇을 자기가 챙겨야하지 않겠는가?

 

커피 한 번 쏟았더니 2000만원?
_ 올해 초, 여느 날과 다름없이 A양은 부산의 한 갤러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평소 별다른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그 날도 평온한 하루가 될 것이라고 A양은 예상했다. 그러던 와중 갤러리의 사장이 커피 한 잔을 건넸다. A양은 "평소 커피를 싫어하지만 사장이 건네주는 커피를 마다할 수 없어 책상 위에 올려둔채로 일을 계속했다"며 "이 일이 큰 사고로 번질 줄은 몰랐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사고는 순식간이었다. A양은 올려둔 커피컵을 보지 못한 채 툭 쳤고, 커피는 책상 위에 놓여있는 그림들 위로 쏟아졌다. 약 10여장의 그림이 커피에 젖었다. 갤러리의 사장은 즉시 A양에게 훼손된 그림들의 가격인 약 2000만원을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A양에게 그럴만한 경제력이 없는 것을 알고 A양의 부모님에게 천만 원을 배상해주면 합의해주겠다고 연락하기도 하였다. A양에게는 하루아침에 감당하기 힘든 일이 덮친 것이다.

 

내 실수도 내 잘못, 고객 잘못도 내 잘못
_ 스무 살의 B양은 약 3달 동안 한 화장품브랜드의 매장에서 근무했다. 일주일에 5일을 출근했으며 하루 근무시간도 8시간이 넘었다. 매장의 특성상 많은 고객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많은 편이었다. B양은 "가끔씩 있는 진상 손님들 때문에 힘든 경우가 많았다"며 "거기다 나를 못 마땅하게 생각하던 사장과의 마찰도 잦아 더욱 힘들었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힘들지만 꾹 참고 일하던 B양에게 찾아온 것은 해고통지였다. 해고의 이유는 더욱 황당했다. 할인행사를 진행하던 날, 많은 제품을 산 고객 한명이 B양에게 샘플을 요구했다. 매장 규정상 할인행사 때 구매한 제품에 대해서는 샘플을 제공하지 않았기에 안 된다고 설명했지만 고객은 막무가내였다. 영업에 방해가 될 정도가 되자 B양은 어쩔 수 없이 손님에게 샘플을 주었다. 하지만 이를 본 사장은 B양에게 왜 샘플을 줬냐고 따지며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라고 통지했다.

 


당하고만 있을 을이 아니다
_ 위 두 학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결과만 두고 말하자면 A양은 단 한 푼도 배상하지 않았으며, B양은 그 동안 일했던 월급은 물론 추가적인 금액까지 인정되어 받을 수 있었다. 먼저 A양의 경우, 처음에는 갤러리 사장의 요구대로 그림 값을 보상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국정노무사를 선임하여 법적 재판에 들어갔다. 재판결과, A양의 실수가 맞지만 의도된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법원은 A양에게 배상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 지었다. B양의 경우 근로감독관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B양의 이야기를 들은 근로감독관은 사장에게 월급은 물론 주휴수당까지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알바생들이여 이것만은 알고 일하자

부산지역에서 콜센터 노동자들을 위한 캠페인, 청년알바 실태조사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부산청년유니온의 전익진 위원장은 우리나라 알바생들을 두고 지나치게 순종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나라 알바생들은 일도 잘하고 고용주의 말도 잘 듣는다"며 "하지만 지나치게 순종적이어서 최소한의 권리조차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 황을 아쉬워하며 그는 알바생들이 알아야할 기본적인 사항을 알려주었다.

1.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라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 22조 1항에 따르면 근로계약서를 보존해야 할 서류로 지정하고 있다. 근무조건과 관련된 여러가지 사항을 적는 근로계약서는 반드시 고용주와 고용자가 같이 작성하여야 하며 양측 모두에게 교부되어야 한다. 이에 전 위원장은 "대부분의 알바생들과 고용주들이 이를 모르기 때문에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고용주들이 이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2. 정확한 최저임금제를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알바생들이 임금을 확인할 때 시급이 최저임금을 넘어서는지만 확인한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휴수당이나 초과근로, 야간근로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전위원장은 "주휴수당과 초과근로·야간근로 수당도 법적으로 규정되는 최소한의 권리이다"며 "최저임금을 확인할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3. 단호하게 얘기하며 퇴직금은 반드시 신청하라
전 위원장은 우리나라 알바생들이 좀 더 요구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알바 중에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끼거나 불합리한 상황이라고 생각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며 "또한 알바를 그만둘 때에는 반드시 퇴직금을 신청해야 한다"고말했다. 마지막으로 전 위원장은 학생들에게 노동법을 한 번씩 읽어보라고 권했다. 그는 "노동법은 근로자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담은 법이다"며 "노동법을 한 번씩이라도 읽어 본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언제까지 귀찮다고 넘어갈래?

많은 학생들이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이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귀찮음이나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인내심을 자기고 행동한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임금체불이나 최저임금 미준수와 같이 상대적으로 작은 사안의 경우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의 신고센터나 각 지역마다 있는 노동상담센터에 신고하면 2~3일 내로 답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A양의 경우처럼 큰 사안의 경우 국정노무사를 무료로 선임할 수 있다.

프랑스, 스웨덴, 독일 등을 비롯해 유럽의 많은 선진국들은 어렸을 때부터 학생들에게 노동법을 가르친다. 노조를 구성하여 사측과 협상하는 법, 기본적인 근로기준, 부당한 상황의 대처방법 등 노동법 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에서도 노동법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을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주도적으로 배우고 행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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