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신뢰회복과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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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st6319
  • 승인 2008.10.1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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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신뢰회복과 대학


 사회적 신뢰회복과 대학
 
                                                                                     이 진 광 (국제대 유럽학과)

  최근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로 인해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한창 대중의 인기를 누리던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일어난 이들의 죽음을 두고 언론은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고 국회에서는 소위 ‘최진실법’으로 통하는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태세다. 정권교체기 이후 들끓는 여론의 추이가 인터넷언론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판단한 집권여당이 이를 기회로 인터넷 여론마저 통제하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이참에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유명 인사들의 자살을 되짚어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대개 이들의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을 경제문제이거나 명예에 관련된 문제인 것처럼 분석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실은 신뢰의 상실이 원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자신에 대한 신뢰 혹은 자신이 속한 집단 간에 형성된 신뢰관계가 무너져버리면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는 막막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기본적인 신뢰감의 형성과 유지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현대인에게 필수적인 존재의 조건이다. 인간은 생후 2~3년이 지나는 동안 기본적 신뢰감(basic trust)이 형성된다고 한다. 외부자극에 반응하면서 본능적인 생존감각에 의지하는 동안, 허기져서 울면 젖을 먹을 수 있고 불편할 땐 기저귀를 갈아주며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주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데,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기본적 신뢰감이 생기는 것이다.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 칼 융에 의하면 유아기를 거치며 모성과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이런 신뢰감이 결핍되면 사춘기 이후에도 그 영향이 잠재의식으로 남아 갖가지 정신분열증세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베이직 트러스트는 비단 개인의 성장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와 개인이 맺는 수많은 관계들 속에도 이런 기본적 신뢰감은 존재하며, 이를 바탕으로 비로소 안정된 사회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교통신호등에 대한 믿음이나, 경찰이 범죄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등과 같이 특정한 사회적 제도가 제공하는 일정한 결과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이 곧 사회적 의미에서의 베이직 트러스트이며, 사회적으로 자신이 보호받고 있다는 이런 느낌이 우리의 마음을 안정되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신뢰와 관련된 인프라는 매우 취약한 편이다. 어떤 식으로든 개선되거나 확고해져야할 믿음의 장치들이 오히려 하나씩 무너져 가고 있는 상황을 지난 수개월동안 국민들은 보아왔다. 연초 정권교체기에 있었던 소위 강부자 고소영 인사와 영어몰입교육 논란, 뒤 이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으로 비롯된 촛불집회와 그 처리과정, 삼성 특검의 결과, KBS와 YTN의 사장교체를 둘러싼 갈등 등등 이 모든 일들이 8개월가량의 짧은 시간에 우리 사회의 전반에 걸쳐 일어났던 일이라 더욱 혼란스러운 것이며, 이는 우리 사회가 가진 기본적 신뢰관계를 해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몇몇 언론기관들은 마치 정부의 대변인이기를 자임한 듯,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성찰 없이 한 쪽 면만을 줄기차게 보도하고 있다. 자기반성과 성찰은 신뢰회복의 기본적인 과정이며, 이것은 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정확한 정보야말로 진실에 접근하는 최상의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적인 신뢰가 허물어지려는 상황에서 정부는 이미 제 역할을 하기는커녕 불신만 쌓아가고 언론은 본연의 균형 잡힌 시각을 잃어가고 있는 지금, 대학이야말로 기본적인 신뢰회복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신자유주의라는 이념의 파도에 휩쓸리며 대학마저도 이익창출을 위한 경쟁의 장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진정한 투자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그것은 곧 교육임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아직도 대학이 지성의 장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대학은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이 역사의 한 고비를 냉철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진실을 보는 눈을 길러내도록 할 것이다. 대학이 단순한 지식 전달의 장이 아니라 그 지식을 모아 지혜로 만들어 오늘날의 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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