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는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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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대성 기자
  • 승인 2014.11.20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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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는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가 아닙니다
대학 특성 무시한 채 특정 지표를 통한 대학서열화 '중앙일보 대학평가'

 "우리대학이 왜 ○○대보다 낮지?" "우리대학 순위가 이정도 밖에 안돼?" 중앙일보 대학평가를 본 우리대학 학생들의 반응이다. 이런 반응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각 대학들의 특성을 무시한 채 획일적인 평가지표를 통해 학벌주의를 조장하고 학생들에게 회의감을 느끼게 한 것이다. 실제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동일한 평가지표로 학생 수가 8천 명인 대학과 3만 명인 대학, 이공계 중심인 대학과 인문계 중심인 대학을 등수로 나열한다. 이에 한림대 윤태일 교수는 관훈저널 기고문에 "축구팀과 농구팀을 획일적으로 비교하면서 경기당 평균 득점수를 가지고 등수를 매기는 것과 같다"고 비교했다. 이런 논란으로 최근 고려대를 중심으로 대학평가 반대 운동이 일어난 중앙일보 대학평가에 대해 알아보았다.

'중앙일보 대학평가'
무슨 기준으로 대학의 순위를 정하는가?

 위의 표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평가지표 기준을 간략하게 나타낸 것이다. 2013년 기준을 보면 평가지표는 4개 부문으로 32개 지표로 구성되어 있다. 교육여건부문 90점, 국제화부문 50점, 교수연구부문 100점, 평판 및 사회진출부분 60점으로 나뉘어 총 300점  만점이다.
 4개 부문을 세분화하여 설명하면 이렇다.
 교육여건부문에서는 ▲교수 수가 많을수록 ▲장학금 지급비율이 높을수록 ▲교육투자가 많을수록 ▲대학에 기부가 많을수록 ▲대학을 이탈하는 학생 수가 낮을수록 ▲현장실습 비율이 높을수록 ▲온라인 강의 공개를 많이 하는 대학이 교육여건이 좋은 대학이다.
 국제화부문에서는 ▲외국인 교수비율이 높을수록 ▲다양한 외국인 유학생들을 받고 외국으로 유학을 보내는 비율이 높을수록 ▲영어강좌를 많이 개설한 대학이 국제화 된 대학이다.
 교수연구부문에서는 ▲교수에게 지급되는 연구비가 높을수록 ▲교수들의 논문이 국제학술지에 등재되거나 인용당한 수가 많을수록 ▲특허를 내거나 기술이전을 통해 돈을 많이 버는 대학이 교수연구 부문에서 뛰어난 대학이다.
 마지막으로 평판 및 사회진출부분은 ▲신입사원으로 뽑고 싶으며 ▲대학이 업무에 필요한 교육을 잘 시키며 ▲발전가능성이 높고 ▲입학을 추천하고 ▲기부금을 기부하고 싶으며 ▲국가 및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되고 ▲취업률이 높은 대학이 평판 및 사회진출도가 높은 대학이라고 평가한다. 
 이에 우리대학 교수연구회 한병호 교수는 "획일화 된 평가지표는 대학들의 특성화된 부분을 무시하고 객관적으로 대학들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 힘들다"며 "각 항목별로 점수화하여 종합적으로 대학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대학별 비교 가능한 기준들을 조사해 결과를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
비판 및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대학 서열화를 강화한다. 중앙일보 대학평가 홈페이지에 있는 대학평가팀의 인사말을 보면 "대학의 '간판'보다 실력에 주목하는 본지 평가는 교육의 질을 올리고 연구 역량을 강화하려 노력하는 대학을 발굴해 소개합니다"라고 한다. 하지만 중앙일보 대학평가에 대한 중앙일보의 기사 제목를 보면 '[2013 대학평가] 포스텍 > KAIST > 성대 > 고대 > 서울·연대'와 '상위권 대학 순위 대변동, 서울대 누른 곳은?'이라는 순위와 서열을 강조하는 기사 제목 뿐이다. 이런 기사들이 사회에 노출되면서 대학의 순위를 고착화 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둘째, 대학의 기업화를 야기한다. 대학평가의 원칙을 공정성과 투명성이라 지칭하며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지표를 설정한다. 숫자에 의해 평가를 받는 대학들은 최소비용으로 최대 성과라는 경제원칙을 대학 운영의 기본 틀로 설정하게 된다. 그 결과 객관적 지표로 보이는 수치가 취업률이다. 따라서 졸업 후 학생들을 기업에 취직시키기 위한 기업을 위한 조직으로 바뀌도록 영향을 미치고 있다.
 셋째, 대학의 국제화 지수만을 위한 국제화를 불러온다.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국제화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화에 대해 설명도 하지 못한 채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대학들의 영어강의 개설 수를 국제화 평가지표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에 많은 대학들은 국제화 지수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영어 강의를 늘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업의 특성에 맞지 않는 영어강좌 개설, 교수들의 영어수업에 대한 비효율성, 학생들의 수업 이해도 부족 등의 문제점만 발생시키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10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결의문에 따르면 크게 4가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평가의 전문성 및 타당성이 부족하다 ▲대학의 획일화를 조장하고 있다 ▲대학의 서열화에 치중하고 있다 ▲순위발표를 통해 대학 간 과도한 경쟁을 불러일으키며 교육력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대학평가'
우리대학도 거부합니다.

  우리대학의 재적생들은 약 9000명 정도로 타 종합대학보다 재적생들 수가 적다. 또한 해기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해사대학이 포함되어 있고 의과대학이나 사범대학은 없다. 하지만 우리대학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예외 없이 획일화된 기준으로 순위가 매겨진다. 비상대책위원회 이정렬 위원장은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대학 줄 세우기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며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권 대학들도 모여 중앙일보 대학평가에 대한 대책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교수연구회 한병호 교수는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독자적으로 만든 기준으로 대학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는 것이다"며 "각 지표들을 점수화 해 종합적으로 더한 후 대학순위를 매기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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