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비정규직, 불안 속에 사는 우리
늘어나는 비정규직, 불안 속에 사는 우리
  • 박규태
  • 승인 2014.12.08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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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을 하지만 다른 대우를 받고 사는 그들

“저희가 바라는건 대단한게 아닙니다. 저희를 좀 봐달라는 겁니다. 저희 이야기를 좀, 들어달라는 겁니다.” 영화 <카트>의 대사 중 많은 공감을 이끌어낸 대사이다. 최근 비정규직에 대해 다룬 영화 <카트>는 2007년 7월 4일 서울 마포구 홈에버 노동자들의 시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또한 한국사회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는 노동 현실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카트’는 영화지만 누군가의 현실이기도 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서 열악한 대우, 최저임금제에서 정한 금액과 큰 차이가 없는 임금, 휴식시간이 거의 없는 업무 강도 등,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불안정한 고용 때문에 노동계 등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고 한다.

■비정규직은 어떻게 등장했나?
 비정규직은 97년 당시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를 겪었을 때의 심각한 실업문제와 고용불안으로 인해 등장했다. 더불어 노동유연성 강화와 신규고용 억제라는 미명하에 확대 되었다. IMF 위기를 겪은 후 2년이 지나 우리나라는 경제지표상으로 성장·물가·경상수지 등에서 전반적으로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극복 후에도 줄어들어야할 비정규직이 절감, 용이한 인력조정 등을 이유로 현재 점점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07년 3월 879만 명(55.8%)을 정점으로 2014년 3월 823만 명(44.7%)까지 감소하던 비정규직 규모가 2014년 8월에는 852만 명(45.4%)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고용이 가장 불안정한, 초단기근속의 국가다. 이에 대해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한국의 근속년수 평균값은 5.6년이고 중위값은 2.4년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짧다. 단기근속자(근속년수 1년 미만)는 전체 노동자의 32.3%로 가장 많고 장기근속자(근속년수 10년 이상)는 20.1%로 가장 적다”고 말했다.

이러한 비정규직의 현실에 대해 국내 대표 자동차 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 박모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현재 일하고 계시는 근무 환경은 어떤가요?
 A. 우리가 일하는 곳이 아무래도 자동차 공장이다 보니 위험요소가 많다. 이러한 일들을 하다 보니 항상 조심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정규직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일을 대신 할 수 있는 예비 인원이 20명 넘게 있다. 반면에 우리같은 비정규직은 예비 인원이 많아봐야 1명이다. 대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너무 없어 쉴래야 쉴 수 없는 상황이다.

Q. 고용 안정성은 어떠한가요?
 A. 비정규직은 해고를 쉽게 하기 위해 등장한 고용이다. 그래서 기업에서 구조조정이 닥치면 제일 불안한 사람은 비정규직이다. 우리가 제일 먼저 해고대상에 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항상 이런 불안 속에 일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법에 의하면 2년을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이 돼야 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 2년 근무를 마치고 정규직 전환을 기다리고 있는데 회사는 정규직으로 전환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냈다. 회사의 무책임함에 나를 비롯한 많은 근로자들은 현재 회사에 소송을 건 상태이다.

Q. 정규직과 비교했을 때 업무 시간에 차이가 나나요?
 A. 차이가 있다면 비정규직은 시간을 마음대로 조율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정규직은 1시간을 일하고 1시간을 쉴 수 있어 정규직끼리 암묵적으로 서로 합의만 있다면 4시간을 쉬고 4시간을 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불평등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부당한 지휘와 명령에 대항할 최소한의 힘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미조직 비정규전략 본부 최정우 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비정규직의 근로 환경이 열악한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
A. 비정규직의 근로환경이 열악한 이유의 핵심은 고용이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간제의 노동자의 경우 2년 이상 기간제로 근무가 불가능하다 만약 2년 이상을 근무할 경우 그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서 기업은 애초부터 근로계약을 3,6,9개월 등으로 초단기 근로계약을 맺는 것이 많아 졌다. 이 같은 근로 계약을 ‘쪼개기 근로계약’ 이라 한다. 그래서 비정규직들에게 퇴직금도 주지 않고 2년이 경과하기 전에 해고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Q. 위 같은 비정규직에 대한 업무 강도에 대한 원인과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
A. 정규직의 라인은 노동자들과 협업 하에 일하는 시간을 조절하면서 일을 할 수 있다. 반면에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런 협업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속적으로 일하는 사례가 있다. 본질은 도급으로 위장한 업체에서 일하며 어렵고 고된 일을 비정규직에게 시키는 것이다. 원래 직접 생산 공정 즉 제조업에는 파견 노동자를 사용할 수 없다. 그럼에도 합법적인 도급회사로 위장하여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원인은 회사의 탐욕 때문입니다.

도급: 어떤 일의 완성을 부탁받은 자가 일을 하기로 약정하고, 부탁한 자가 그 일이 완성되면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이다.


Q. 불안한 고용이 나타난 이유와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 있을까요?
A. 우리사회는 97년 IMF를 거치면서 평생직장이 없어졌습니다. 대량으로 해고된 일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졌으며 기업은 언제든 해고할 수 있고 최저임금만 주어도 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로만 일자리를 채우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우선 비정규직 사용사유에 대한 제한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임신, 육아 등에 대한 빈자리에 대해 일시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비정규직이 이제는 취업경로가 되어 버렸다. 이를 비정규직의 남용 현상이라고 한다. 두 번째로는 고용한 진짜 사장이 책임지는 것이다. 현재는 사내하청, 협력업체, 파견노동자 사장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비정규직 양산을 촉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입니다. 같은 작업장에서 동일한 노동을 하면서 임금의 차별이 있다는 것은 상태적 박탈감과 상하관계, 인간적 모멸감 등을 발생시키므로 이런 점을 고쳐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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