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과 1에서 벗어난 아날로그감성”
“0과 1에서 벗어난 아날로그감성”
  • 김효진 기자
  • 승인 2015.03.02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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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디지털이 크게 성장한 2000년대 초반. 0과 1만으로 그려진 디지털 세계로 오면서 0과 1사이 무한개의 숫자까지 그리던 아날로그는 점점 잊혀갔다. 하지만 2015년 지금, 시대가 빨라질수록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아날로그를 넘어선 아날로그 감성. 그 ‘추억과 느림의 미학’이 우리네 문화 속으로 스며든다.

 

 

아날로그를 향유하는 사람들 

▲김수현씨의 다이어리
_김수현씨는 21살이 된 지금까지 손수 다이어리를 꾸며왔다. 그녀는 “직접 손으로 적고 붙이고 자르고 그런 것들을 좋아한다”며 “하고나면 뿌듯하고 기계로 입력하는 것 보다 소중한 느낌이다”고 말했다. 그녀는 기억을 더 소중하게 남길 수 있다는 점이 아날로그를 찾게 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세상이 워낙 빠르게 돌아가고 바쁘다 보니 이런 서정적인 것들을 더 찾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서정적인 일상의 휴식을 가질 수 있어 좋다”며 “다이어리에 그때의 기분과 목표를 새겨두면
다시 볼 때 소소한 미소를 짓게 된다”고 말했다.

 

_부모님을 통해 8090노래를 접하게 되었다는 김세훈(환경공학과·14)학생은

▲가수 김광석 4집 앨범
김광석, 조용필, 015B 등 8090세대 가수의 노래를 즐긴다. 그는 “아직 오래 살았다 말하기는 힘든 나이지만 태어나기도 훨씬 전인 노래를 듣다보면 서정적인 멜로디가 마음을 포근히 적셔준다”며 “부모님 세대로부터 들었던 그 시절만의 재미와 감동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내가 만약 그 시대에 태어났으면 지금 내 모습은 어떨까’라고 생각하는 재미가 있다고 한다. 그는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옛날 노래는 접하기 어려운 구시대의 유물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옛날 배경의 문화컨텐츠가 많이 생산되어 우리 또래들도 조금씩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냄새가 나, 아날로그 감성이 깃든 곳

LP Sound_부산 금정구

▲LP 플레이어

_LP가 들려주는 음악이 CD보다 더 안정감 있다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다. 부산 금정구에서 작은 LP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전용국 사장은 “누군가는 어떤 의미에서 CD를 실패한 작품이라고도 한다”며 “CD음과 아날로그 LP음은 녹음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CD의 경우 외국계 회사에서 어느 정도의 음역대만 수용가능 하도록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저음역과 고음역의 경우 필수불가결하게 잘려나가게 된다. 이에 MP3나 CD의 경우 음이 뭉개지거나 왜곡되는 일도 심심찮다. LP의 경우 그러한 음역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다. 전 사장은 “CD가 그 정도의 음역대만 하면 충분하겠다 싶었겠지만 막상 들어보면 깊은 맛이 떨어진다”며 사람들이 LP를 찾는 이유는 음을 풍부하게 담아내는 ‘깊은 맛’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인지 부쩍 LP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LP를 애용하던 세대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의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이 여세에 힘입어
최근에는 아이유의 ‘꽃갈피’앨범 LP판이 한정 수량 제작되고 김광석의 4집이 LP로 한정판매 되었다. LP의 경우 한정 제작되어 그 희소성에 따라 한 장의 가격이 천원에서 억대까지 천차만별이다. 전 사장은 “희소성이든 추억이든 사람들이 생활에 여유가 생기니 더 예술을 찾는 것 같다”며  “앞으로 LP의 가치를 많은 사람이 알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보수동 책방골목_부산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의 책방들
_135번 버스를 타고 내리면 보수동 책방골목에 쉽게 도착한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6.25 전쟁이후 부산에 모인 많은 난민들이 정착하며 생긴 책방 골목이다. 한강 이남에 남아있는 유일한 책방골목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출판문화가 잘 이루어져있지 않아 많은 학생들이 책을 구하기 어려웠다. 학생과 지식인들에게는 책방골목이 유일한 지식의 터전이자 추억의 장소라고 한다. 각종 소설과 문제집부터 외서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을 저렴하게 접할 수 있으니 현재까지도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책방골목에서 우연히 만난 김선희 씨는 “일에 치여 자주 찾지는 못하지만 한 번씩 책 구경을 하러온다”며 “남편이 책을 많이 좋아해 올 때 마다 많은 책을 사간다”고 한다. 또한 김선희 씨는 “E-book이 많이 좋아졌고 이동하면서 읽기도 편하지만 책을 갖고 있는 것만큼 편안한 마음을 주지는 않는다”며 “종이로 된 책을 보면 여유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_디지털이 무궁무진하게 발전하는 지금에도 다이어리를 꾸미고 LP로 옛날 노래를 듣고, 헌책방에서 종이책을 골라 읽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의 추세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아날로그 감성으로 회귀하게 될 것이다. 김세훈(환경공학과·14)학생은 “어른들이 요즘 사람들은 너무 개인적이다, 살기 팍팍하다는 부정적인 말씀을 하신다”며 “옛 것으로 회귀하려는 트렌드가 강해진다는 것은 우리시대의 부족한 감성들이 그 시대엔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이 말처럼 우리 사회의 팍팍함이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의 회귀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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