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선배] 선박관리업에서 여행사 CEO로!
[기자가 만난 선배] 선박관리업에서 여행사 CEO로!
  • 배수혁 기자
  • 승인 2015.04.13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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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삶을 진행 중인 그의 삶을 들어보다

선박관리업에서 여행사 CEO로! 
제 2의 삶을 진행 중인 그의 삶을 들어보다.
 
㈜리더스투어 대표이사 이재호 동문 (항해학부·39기)   
 

 

▲ 업무를 보고 있는 이 동문

 

이번 <기자가 만난 선배>코너에서는 부산 중앙동에서 8년째 대표이사로서 여행사를 꾸려가고 있는 이재호(항해학부·39기) 동문을 만났다. 16년간 한국선박관리협회에서 근무하다 일반 여행사를 인수하여 자신만의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는 이 동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대학에는 어떻게 오게 되셨나요?
 
'극적으로 이어진 해양대와의 인연'
 내가 대학에 들어간 80년대는 지금 후배들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았다. 나 또한 집에서 학비를 보태줄 수 없었다. 하지만 4년 장학생으로 소위 '3국대'라 말하는 건국대, 단국대, 동국대에 갈까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서울에 가서 방을 구하고 생활을 할 돈마저 부담할 여유가 없었다. 결국 대학 진학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원서마감 전날 우리대학에 대해 알게 되었다. 친구와 당구를 치다가 대학 이야기가 나왔다. 친구는 원서를 어디에 썼는지 물었지만 나는 학비가 걱정되어 한 군데도 원서를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친구에게 "어디 돈 안 드는 대학 없나?"고 물었다. 다행히 그 친구의 형이 한국해양대학교를 다니다가 그만둔 사람이었다. 그 분이"한국해양대학교는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기까지 돈이 하나도 안 드는 대학이다"라는 말 한마디에 우리대학에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원서 마감일, 마감 1시간 전에 부산으로 내려와 지원서를 접수할 수 있었다. 
 
'위험천만했던 승선기간'
 당시로는 큰 배였던 3000TEU 컨테이너선을 타고 유럽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인도양에서 이 동문이 탔던 배가 블랙아웃이 되었다. 간신히 전력은 하루 만에 복구했지만 엔진을 살리지 못해 20일 동안 인도양 한 가운데서 표류했다. 강풍이 불거나 암초에 부딪히게 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순간이었다. 표류기간이 장기간 계속되면서 '이대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 한 번은 안개가 가득 낀 파도가 심하게 치는 상황이었다. 레이더 상에 이 동문이 탄 배와 마주보고 오던 배가 파도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안개 때문에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변화 없이 계속 나아가기만 했다. 그런데 '저건 파도가 아니라 배다!'라는 생각에 통신을 시도했으나 전혀 응답이 없었다. 가만히 있다가는 충돌할 것 같았다. 그래서 실습 때 배운 대로 '우전타(우현으로 완전히 돌림)'하여 비켜가기로 결정했다. 배가 크기 때문에 한참을 돌아가는 동안 짙은 안개 속으로 컨테이너선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는데 순간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승선 이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생소했던 분야, 선박관리에 뛰어들다!' 
 17년간 몸담았던 선박관리산업협회는 우리나라 선박관리업을 하는 업체들의 대표성을 띄는 협회다. 내가 취업할 당시에는 선박관리라는 용어가 일반화되어있지 않았다. 주로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선원들을 교육하고 외국으로 송출하는 '매닝'이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업체 수도 많았다. 그러다가 1980년대 후반으로 오면서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선박관리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움직임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생적으로 몇몇 선박관리 업체들이 생겨났으나 이들을 통합할 수 있는 기관이 없었다. 그래서 당시 '한국선원관리사업협회(현 선박관리산업협회)'에서 선박관리를 하는 부서를 만들어 담당자를 구하고 있었고 그 곳에서 일을 시작했다. 
   
 당시 10여개 남짓했던 선박관리 업체들을 통합하고, 외국의 선박관리 업체들은 어떤 식으로 일을 한다는 등의 자료를 보내주고 회의를 여는 등의 일을 쭉 해왔다. 수많은 업체들을 대표하는 협회로서 정부에 목소리를 내서 선박관리업에 발전적인 정책을 수립하도록 하기도 했다. 그 후 일을 그만두기 까지 약 180개의 회원사를 둔 협회로 발전했다.    
 
일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주)리더스투어 현관 전경

'해운업의 경력을 사업에 접목하다'
 사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원래 다니던 회사를 나왔지만 어떤 사업을 해야 할지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일반 여행객들 뿐 아니라 해운회사의 선원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에도 여행사가 관련되고 수요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선박관리산업협회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해운업계 종사자들을 많이 알고 있어서 사업을 시작할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2008년에 기존 여행사를 인수해 해운회사를 고객으로 하는 일을 접목했다.  
 
 주요 업무는 해운회사의 잦은 출장과 선원 교대를 하는 부분에서 항공권을 발급해주는 서비스다. 일반 여행사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용어들이 이곳에서는 많이 쓰인다. 예를 들어 ETA(Estimated Time of Arrival, 도착예정일), ETD(Estimated Time of Departure, 출항예정일) 등의 용어를 고객들이 보내주면서 항공권 발급을 요청한다. 이러한 용어와 선박이 선원 교대의 특성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서비스를 제대로 해주지 못할 수 있고,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수성이 있다고 본다. 지금은 고객의 90%가 해운회사이며 10%가 일반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사업을 접을까 고민도'

 

▲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 동문

 사업을 시작한 2008년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영향이 우리나라 해운업계에도 큰 타격을 주는 시기였다. 수많은 거래처들이 규모를 축소하고 그로 인해 적자가 계속되었다. 2년간 적자를 보고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순간까지 '사업을 접어야 하나'는 고민도 숱하게 했다. 그런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이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깨달음도 얻었다.    
 
 다행히 지금은 큰 폭으로 사업이 성장하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계속 이익을 늘리고 있다. 현 시점에서의 경영목표는 여행사에서 메이저라고 하는 '하나투어, 모두투어'처럼 큰 규모로 키우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보고, 해운회사를 고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에서는 최고가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대학 다닐 때에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한다. 그러나 외국어 하나만큼은 꼭 제대로 했으면 한다. 우리대학의 경우 특히 외국과 교류하는 일을 더 많이 하기 때문이다. 학과 공부는 비슷한 수준으로 마치고 졸업한다. 추후 실무에 나오게 되면 전공 분야에 대해서는 조금씩 변형하며 헤쳐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어학은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관리자의 입장에서 정말 제대로 외국어를 할 수 있는 인재가 많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또 예비 사회인들은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기 바란다. 역량을 크게 넓히기 위해서는 인적 인프라가 중요하다. 자신이 좋은 입장과 위치에 있을 때에 자신만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면 좋은 인간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야만 어려움이 닥쳤을 때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후배들을 잘 이끌어줄 수 있다. 나 자신도 지금까지 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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