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5학년’ 어깨를 당당히 펴자구요!
‘대학교 5학년’ 어깨를 당당히 펴자구요!
  • 이윤성 기자
  • 승인 2015.04.1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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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졸업유보를 선택한 사람들

 졸업유보는 졸업 학점을 다 채웠지만 학적을 유지하며 졸업을 미루는 상태이다. 최근 취업관련 포털 인크루트가 대학교 4학년 334명에게 설문을 실시한 결과, 전체의 64.7%(216명)가 졸업유보를 통한 졸업 연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된 취업난 속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반영된 결과이다. 한편 졸업유보 자체를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졸업유보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55.1%)이라는 의견이 긍정적(40.4%)이라는 답변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많은 학생들이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만 졸업유보는 하고 싶다는 양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졸업유보를 조금 색다르게 생각한 사람들도 있다. 단순히 졸업유보를 취업만이 아닌 나름대로 삶의 의미를 찾는 기회로 삼은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이와 같은 학우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졸업유보, 왜 하는 걸까?
 지난해 졸업 예정이었던 김상준(전자통신공학과·08) 씨는 졸업을 연기했다. 한 대기업의 최종 면접까지 갔으나 탈락의 고배를 마신 그는 “아무래도 요즘 취업이 많이 힘들고 취업을 하려면 대학생 신분이 유리하다고 해 졸업유보를 했다”며 “학교에 남은 여러 친구와 함께 원하는 취업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졸업유보 선택의 가장 큰 이유는 취업난이다. 전국 대학 졸업생 취업률이 50%대에 불과한 실정에서 청년 실업자보다는 재학생 신분으로 남아 있어야 입사 지원을 하는 데 유리하다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기업 채용뿐만 아니라 인턴이나 서포터즈 등에서도 졸업자보다 재학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재학생이어야 도서관 등을 이용할 수 있고 스터디그룹과 같은 인적 네트워크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서라도 대학에 남는다.

▲ 우리대학 최근 3년간 졸업유보 증가 그래프

 ▸졸업을 미루려면 돈을 내시오
 우리대학은 2008년 부산지역 대학 중 가장 먼저 졸업유보제를 도입해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다. 시행 첫 해 16명에 불과했던 졸업유보 신청자는 지난 2013년 363명으로 약 22.6배 증가했다. 학사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누적 졸업유보자는 846명으로, 공과대학 소속 학생이 410명으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국제대학, 해양과학기술대학, 해사대학 순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과연 졸업유보자는 얼마의 등록금을 내야 할까? 우리대학 졸업유보 학생들은 수강을 하지 않을 경우에도 일부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이에 대해 재정과 어미향 팀원은 “현재 졸업유보 학생들은 기성회비의 1/6 수준을 납부하고 있다”며 “추가로 학점을 신청할 경우 차등으로 등록금을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공과대학의 경우, 기성회비 금액 1,693,000원의 1/6수준인 283,000원을 납부해야 한다. 기성회비 명목이 없어진 올해 역시 등록비용은 이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다.

 

 ▸학생회장으로 보람을
 지난해 졸업유보를 신청한 이태희 (해양체육학과·11) 씨는 현재 해양과학기술대학(이하 해과기대) 학생회 ‘LINE’의 학생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성장하게 해준 학교에 보답할 방법을 찾던 중 학교와 학우들을 위해 선거 출마를 결심하였고 졸업유보를 선택했다.
 그가 속해 있는 해과기대 학생회는 매달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3월 해과기대 선후배 사진전 개최를 시작으로 준비한 사업계획을 하나하나 실천하고 있다. 그는 “원래 학생회 업무가 학업과 병행하면서 동시에 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다”며 “졸업유보 이후에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오히려 개인 시간도 더 생겼다”고 말한다. 자신이 원해서 시작한 일이여서인지 그는 학생회 일에 더욱 애착을 갖고 임하는 듯 했다.
 이태희 씨는 자신의 전공인 해양체육학을 바탕으로 학생 선수들의 인권을 지켜주는 인권운동가를 꿈꾸고 있다. 학교에서의 전공 교육만으로는 쉽지 않은 직업이기에 시간이 많이 생긴 요즘은 틈틈이 관련 공부도 하고 있다.

▸준비기간이 아닌 실천하는 시간
 졸업유보 이후 힘든 점은 없었는지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많은 졸업유보자들이 공감하겠지만 졸업유보 이후 학우들과 관계가 소원해지는 일이 참 안타깝다”며 “졸업유보자들도 같은 학생이며 똑같은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졸업유보 이후 학회실, 과방 등에 출입하는 것을 꺼리게 됐다고 한다. 동료들의 시선이 예전과 같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는 “졸업유보가 단지 사회에 나갈 준비가 덜 된 학생들이나 하는 거라는 인식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저처럼 생각이 있어 그 생각을 실천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졸업유보가 단순히 더 높은 곳을 위한 발판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실천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행동하고 있다.

▲ 이태희 씨가 활동하고 있는 해과기대 학생회
 

▸나는 여전히 고민할 수 있다
 최동희 (국제무역경제학부·10) 씨는 휴학과 졸업유보를 모두 경험해봤다. 그는 “사실 졸업유보를 택한 가장 큰 이유는 취업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라며 “물론 주변에서 너도나도 하는 통과의례처럼 보여 당연하게 시작했던 거 같다”고 했다. 그는 4학년을 거치며 느꼈던 취업준비에 대한 아쉬움을 졸업유보를 통해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그 배경에 대한 물음에 그는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지원을 더 이상 해주지 않아서 강제 독립을 하게 되었다”며 “재밌는 것이 이 일을 하면서 의외의 내 적성을 찾게 되는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그는 예전에 휴학했을 때 1년 6개월간 일했던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며 짬을 내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본래 전공인 무역학을 바탕으로 무역회사에 취업하길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강사 일을 시작하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꿈이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막상 착취당하듯이 일이 많거나 압박이 심할 때는 이 길은 아니구나 느끼다가도 학생들을 보면 또 생각이 바뀐다”며 “만약 내가 이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일 것이다”고 소회를 밝혔다.
 최동희 씨는 우리대학도 다른 학교처럼 졸업유보를 2년, 3년 이상 가능하게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타 대학에 비해 졸업유보 비용 부담도 적은 만큼 자신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자신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요청하는 기자에게 그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시간에 쫓기고 싶진 않다”며 “여전히 고민할 수 있는 나에게 힘내라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 강의를 하고 있는 최동희 씨

trueys5@kmou.ac.kr
이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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