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노동력 정당한 대가를 받고 있습니까?
우리의 노동력 정당한 대가를 받고 있습니까?
  • 김태훈 기자
  • 승인 2015.08.31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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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5일 고용노동부는 2016년 최저시급을 6,030원으로 결정, 고시했다. 이는 올해 5,580원보다 450(8.1%)원 인상된 것으로 내년 1월 1일부터 전국 사업장에 적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최저시급 인상안에 대한 아르바이트생들에 반응은 싸늘하다. 알바천국에서 아르바이트생 7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최저시급 인상안이 '미흡하다'는 의견이 전체에 70.1%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저시급 인상보다 더 큰 문제는 최저시급 미지급 문제이다. 올해 3월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최저임금을 못 받는 노동자가 232만 명에 육박해 사상 최대의 숫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25세 미만의 노동자중 28.4%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다. 이는 대학생 10명 중 3명이 최저임금보다 못한 노동력의 대가를 받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우리대학 주변에는 정당한 대가조차 받지 못하는 학생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하리의 시급은 5,580원 아래로 흐른다.
 우리대학 인근 밀집 상권지역인 하리는 학생들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술집과 카페, PC방 등이 위치해 편의를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자는 하리 지역의 술집, 카페, PC방, 편의점 4개의 업종을 구분해 지급하고 있는 시급에 대해 알아보았다.

 

 위 표와 같이 술집과 카페의 경우 모두 최저시급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편의점과 PC방에 경우 최저시급조차 챙겨주지 않는 업소가 다수 존재하며 시급에 대한 업소별 차이가 뚜렷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최저시급을 받지 못하며 일하는 이유에 대해 ‘일이 비교적 쉽고’, ‘일하는 업소에 사정을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가장 많이 답했다. 한 PC방 아르바이트생은 "야간에 손님이 적어 일이 쉽다"며 "최저시급에 한참이나 모자라는 돈이지만  참으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에 경우 가장 많이 최저시급을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양한 사례에 학생들은 최저시급을 받지 못해도 일을 하거나, 몇 개월 하다가 그만두었다고 밝혔다. 편의점 알바를 그만둔 국제대 한 학생은 "최저시급을 준다는 공지를 보고 찾아갔으나 사장님이 최저시급을 맞춰주지 못한다"며 "그럼에도 일할 용의가 있는지 물었다"고 말했다. 또한 "일이 쉽고 일할 사람은 많다는 어조로 설득했다"고 덧붙였다.
 하리 지역 아르바이트생들은 생활비 보다 용돈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최저시급이 지켜지지 않아도 다른 편의성을 고려해 순응하는 아르바이트생들 주로 고용되었다. 최저시급이 인상되면서 작년에 비해 시급이 조금씩 인상되었지만 최저시급에 머무르거나 지켜지지 않은 사례가 다수 존재했다.

 


우리에겐 법정 최저임금이 최대임금이다.
 최저임금제도는 고용자가 피고용인을 저임금으로 부리는 착취를 막기 위해 정부에서 정한 최소한의 임금을 말한다. 국가가 최소한의 의식주 생활이 가능한 급여기준을 정하고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인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최저시급을 받는 것이 매우 익숙하고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어 왔고 우리대학 주변인 하리 지역도 아슬아슬하게 최저시급에 맞춰 학생들에게 급여를 지급해왔다.
 하리에 있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B학생은 점장과 시급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다른 식당 알바나 막일꾼처럼 힘든 일도 아니고 하는 일도 적은데 최저임금을 받아야하냐’, ‘편하게 일 하는 거니까 4800원을 받아도 괜찮지?’ 등의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다른 아르바이트생의 인터뷰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이런 점장의 사정을 듣고 수긍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사정 봐주기’는 엄연한 불법이며 덜 힘들다고 이유로 최저임금보다 적게 지급할 정당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저(最低), 가장 낮음을 의미한다. 일본의 경우 1만원이 되지 않은 780엔(약 7400원)을 최저시급으로 책정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최저로 지급하는 금액'이라는 ‘인식’에 보통 시간당 1만 원 선에서 시급을 책정한다. 주목할 것은 일본의 시급이 1만 원 선이라는 것이 아닌 최저시급은 ‘최저로 지급하는 금액’이라는 ‘인식’에 있다.

15년도 최저시급 5,580

 
최저임금법 위반은 '시정조치'뿐?
 하리에 한 편의점에서 일했던 K학생은 적은 임금을 받은 증거를 모으고 신고를 준비해왔지만 결국 신고하지 않았다. K학생은 “막상 신고하려니까 무서우면서 귀찮기도 했다”며 “집 앞 편의점인데 껄끄러운 마음에 못했다”고 밝혔다. K학생과 같이 최저시급을 지키지 않은 업소를 신고하지 않은 학생들은 주로 ‘사장님이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집 근처에 위치해 부담스러워’ 등을 이유로 뽑았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최저임금 미지급 노동자 수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최저임금 위반업체 적발건수는 12년 9051건에서 13년 5467건, 지난해 1645건으로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고용부는 "정부의 홍보 강화와 사업주들의 의식 제고로 최저임금법 위반이 줄었다"고 발표했지만 사실과 다른 점이 많다. 노동자들이 직접 최저임금을 신고한 건수는 3년 사이 2배로 급증해 작년 1685건이 접수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최저임금 위반으로 적발된 사업주에 솜방망이 처벌도 논란이 일고 있다. 12~14년도 동안 1만6777건의 위반건수 중 사법처리한 건수는 34건에 불과했다.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도 14건에 지났다. 제재건수는 전체의 0.3%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미지급된 임금을 주는 '시정조치'만 관례적으로 행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K학생은 "같은 업소에서 최저임금을 같이 못 받았어도 고용부에 신고한 당사자만 지급된다"며 "강력한 제재를 적용하지 않는 이상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내년 우리는 6,030원을 받을 수 있을까?
 전체 국가의 최저시급을 보면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높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물가와 비교했을 경우 턱없이 낮은 수치이다. 최저임금과 물가가 상대적으로 평균적이라고 꼽는 헝가리와 폴란드로 보았을 때 현재 우리나라의 5,580원의 최저시급일 경우 버스 요금은 800~900원, 2리터 생수 500원, 식당의 찌개 3,500원 정도가 합당하다. 구체적인 물가비교를 위해 노르웨이 ‘오슬로’의 우유와 ‘우리나라’의 우유를 살펴보자. 오슬로와 우리나라의 우유 1L의 금액 차이는 200원으로 미미하지만 노르웨이의 시급은 2만원에 육박하며 우유도 우리나라가 더 비싸다. 물론 이 비교는 2만원의 시급이 한국에도 적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최저시급이 우리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기에는 그 물가가 너무 높고 ‘최저생활 보장’을 할 수 없다는 점은 보여준다. K학생은 "최저시급이 최저생활을 보장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며 "하지만 많은 학생이 최저시급도 안 되는 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내년 인상된 최저시급 6,030


김태훈 기자
wanx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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