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코를 부탁해”
“데코를 부탁해”
  • 해양대신문사
  • 승인 2015.08.3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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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2학기를 준비하는 우리대학은 여느때보다 분주하다. 우선 대학회계가 시작된지 6개월 만에 15학년도 예산안을 심의하기 위한 ‘제1회 재정위원회’가 열렸다. 또한 올해로 임기가 종료되는 총장직에 대해 차기 총장선출을 위한 ‘총장간선제 추천위원회’가 준비중에 있다. 물론 각 위원회는 충분한 회의와 검증을 할 것이고, 우리대학에 놓여진 과제를 ‘최고의 선택’으로 이끌 것이다.

그렇다면 ‘최고의 선택’이란 어디서 나오는가? 지난 7월 27일 열린 재정위원회는 당연직 6인, 일반직 9인으로 총 15인의 이름이 올랐다. 직급이야 어찌되었든 위원직은 크게 네가지 부류로 나눠진다. 교수 8인, 직원 3인, 외부인사 2인, 재학생 2인. 또한 앞으로 구성될 총장간선제 추천위원회는 총 50인의 학․내외 인사로 구성되어 교수 31인, 외부인사 13인, 직원 5인, 재학생 1인으로 위원단이 꾸려질 예정이다. 이렇게 구성된 각 인사들은 위원회라는 회의체를 통해 논의할 내용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 받는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외부의 시각으로 객관성을 확보하고, 혹시 교수․직원․학생들간의 의견충돌 등 학내문제 발생시 중재를 위해 ㅇㅇㅇ위원을 추천함”, “멘토링 장학금은 기존에 1천만원이 삭감되었는데 추가로 더 삭감되었음” 이 두 마디가 3시간 동안 진행되었던 지난 1차 재정위원회의 회의록에 남은 김영근 재학생위원(현 국제대학 학생회장)의 발언이다. 비록 또 한명의 재학생위원인 이정렬 총학생회장의 불참이 있었다고 하지만 15인으로 구성된 회의체에서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단 두 마디 밖에 내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50인으로 구성된 ‘총장간선제 추천위원회’에서 단 한명의 재학생 대표가 낼 우리의 목소리는 불 보듯 뻔한 수준에 머무를 것이다.

 결국 ‘최고의 선택’은 위원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교수들에게 달려있다. 결과적으로 위원회를 통해 결정되는 대학의 주요 사항은 교수사회의 이해관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운이 좋아 위원회에 참석한 교수가 제자들을 어여삐 생각한다면 모를까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 우리들의 목소리는 들을 수도, 낼 수조차 없다. 이를 통해 대학은 “우린 재학생의 이야기도 함께 들으며 소통하고 있다”는 구색만 맞추어낼 뿐이다. 대학이 진정 재학생 대표를 통해 학생들에게 바라는건 “잘 짜여진 판에 데코를 부탁해”

대학의 주인은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해 당연시 했던 ‘학생’이라는 답은 더 이상 정답이 아니다. 형식적으로 나마 그렇게 답한다면 우린 이미 우리의 자리를 빼앗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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