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특별한 움직임
그들의 특별한 움직임
  • 정민혜
  • 승인 2015.10.08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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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대학들 성 소수자 동아리 창설, 우리대학은?

_ 지난 우리 대학 신문 296호에서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는 기사를 다뤘다. 이 기사에서는 부산대학교 QIP 동아리의 활동들을 설명하고 우리대학에도 성 소수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성 소수자는 일반인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말했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의의가 담겨있다. 올해 7월. 우리대학 대나무숲에 성소수자 동아리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  지난 296호에 실린 대나무숲 글

kmouqueer@gmail.com & @kmouq

_ 올해 7월 초. 우리대학 대나무 숲에는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힌 글이 하나 올라왔다. 이 글의 내용에는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며 이메일 주소(kmouqueer@gmail.com)와 카카오톡 아이디(@kmouq)가 함께 올라왔다. 글쓴이와 고민을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이 주소로 혹은 아이디로 연락을 달라는 글이었다. 이 글에 대해 우리대학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런 반응 중에는 장난으로 “○○○, 게이~”, “△△, 너가 이런 글 올렸냐? 너 맞지? 이럴 줄 알았다”며 자기 친구들을 태그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이에 반해 글쓴이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오히려 장난치는 사람들을 다그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 퀴어 문화 축제 퍼레이드 (퀴어 문화 축제 사이트 제공)


▶ 우리 이야기 들어볼래?

_ 기자는 우리대학 4명의 성 소수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국립 해양 박물관 옆 산책로를 찾아갔다. 그들을 처음 대면했을 때는 조금 어색했다. 이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좋은 날씨에 산책로를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 중 20살 A양은 7월에 대구에서 열렸던 퀴어 문화 축제에 다녀왔다고 한다. A양은 “성 소수자 행사에 직접 가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의외로 큰 규모의 행사였고 사람들이 많아서 놀랬다”고 전했다. 덧붙여 “당시에 처음 봤지만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행렬을 해보니 재밌었고 뜻 깊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세 B군은 고등학교 때 아주 친한 친구에게 커밍아웃을 한 후로 사이가 소원해졌다고 한다. 그는 “가장 친하고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이해해줄 것만 같았던 친구랑 멀어지다보니 이 세상에는 날 정녕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을거라 생각했다”며 “그런 생각을 하니 눈물이 터져 나왔었다”고 전했다. 덧붙여 “그렇게 많이 울었던 적은 없었는데 되게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B군의 말에 공감을 했다.
 23세 C양은 고등학교 때 아웃팅(성 소수자들이 원하지 않게 커밍아웃 당하는 것)을 당했다고 한다. 그녀는 “아웃팅 후 자신을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었다”며 “학교 가기가 싫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아직도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날 바라보면 괜히 내 이야기하는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고 전했다.
 21세 D군은 커밍아웃을 했을 때 주변사람들의 시선과 사회의 인식들을 아직 감당하기가 두렵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나 하나 때문에 피해를 입을 것 같아 걱정된다고 한다.

 

▶ 내가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너희도 함께

_ 기자는 글쓴이에게 대나무숲에 글을 쓴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이에 글쓴이는 외부 활동을 하면서 같은 성 소수자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고 대답했다. 또한 커밍아웃을 한 후에 이성애자인 친구들에게는 말하기 어려운 점들을 성 소수자 친구들에게는 좀 더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소수자의 삶에 대해 이해를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분명 우리대학 학생들 중에서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고 있을 성 소수자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혹시나 본인의 성적지향, 성 정체성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이가 있다면 모임을 통해 그 불안을 해소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글을 쓰게 되었고 이러한 모임을 주최했다”고 전했다.
 동아리를 만들 생각이 있는지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그는 “처음 시작할 때에 동아리를 만들어 볼까하는 생각 역시 있었으나,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덧붙여 “우리대학 학생들이 성 소수자에 대해 어떠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아직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D군은 “동아리 활동을 하려면 남들에게 보여지는 부분이 많아질텐데 아직 그런 부분에 있어서 용기가 나지 않는다”며 “지금 동아리를 만들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 같다”고 말했다. 

▶ 우리대학 구성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_ 우리대학에 만약 성소수자 동아리가 생기는 것에 대한 물음에 김민형(국제무역경제학부·15) 학생은 “사람들에게 딱히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상관없다”며 “그들도 사람이고 더 이상 숨어서 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이에 반해 조영준(냉동공조·에너지시스템공학과·09) 학생은 “개인적으로는 동성애를 문제 삼는 편이 아닌데 동성애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덧붙여 “보통 동아리를 하면 뚜렷한 목적이 있는데 성소수자 동아리는 뚜렷한 목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기자의 물음에 동아리연합회 박상우 회장은 “개인적으로 동아리 신청조건에 부합하고 특정 과에만 치우치만 않는다면 상관은 없을 것 같다”며 “하지만 우려되는 점은 여론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지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덧붙여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그들이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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