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위해 청년들이 모였다 ‘부산청년독립군’
역사를 위해 청년들이 모였다 ‘부산청년독립군’
  • 김기섭 기자
  • 승인 2015.12.01 18: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정 교과서’에서부터 시작한 청년들의 도약
 _ 지난 달 14일 19개 청년학생단체와 전국 주요 대학 총학생회가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일대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국정교과서 추진 중단ㆍ노동 개악 반대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었다. 집회에 참여했던 이화여대 김세영 부총학생회장은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며 “이 시점에서 우리의 힘을 모아서 정부에게 목소리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곳곳에서 청년들이 사회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지난 달 우리대학 셔틀버스 종점 정류장에서는 공고문 하나를 볼 수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 본 공고문에는 ‘국정교과서’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마지막까지 거부하고 획일화된 역사관에 반대한다는 부산 청년 독립군을 만나보았다.
 
▲ 부산 청년독립군 포스터
 
“세미나에서는 토론을 하고 뒤풀이에선 막장토론을 합니다”
 
 
_ 지난 달 16일 저녁 7시 기자는 청년 독립군을 만나기 위해 서면으로 갔다. 서면역 근처에 위치한 어느 스터디 룸에는 7명의 청년들이 찾아왔고, 반갑게도 그 곳에서 해양대 학우들도 만날 수 있었다. 부산 청년독립군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김진훈(부산대·13) 학생은 “경성대, 동의대,부경대, 부산대 그리고 한국해양대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평소 주 1회 한명씩 순서를 정해서 세미나를 진행하고 관련된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고 전했다. 이 날 세미나는 이규철(해양경찰학과·14) 학생이 진행하였다. 세미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이규철 학생의 열띤 진행으로 사뭇 진지함을 느낄 수 있었다. 토론은 ‘갑신정변이 3일 천하로 끝나게 된 이유’에서부터 ‘동학농민운동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등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주제로 이뤄졌다.
 약 2시간의 세미나가 마무리되고 뒤풀이를 위해 주변 식당으로 자릴 옮겼다. 하지만 뒤풀이는 회식이란 말보다 세미나의 연장선으로서 ‘미처 다 하지 못한 대화를 하는 장소’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이규철 학생은 “오히려 세미나 보다 뒤풀이에서 알아가는 것이 많을 때도 있다”며 “가벼운 분위기에 격식을 버리고 각자의 솔직한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기에 그런 것 같다”고 전했다.
 
▲ 스터디 룸에서 세마나 중인 부산 청년독립군

“내 동생이 배울 역사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_ 이규철 학생보다 일주일 먼저 부산 청년독립군 활동에 참여했던 정승민(해양경찰학과·14) 학생은 학창시절부터 사회와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대학생이 되면서 여러 가지로 바빠지기 시작했고 결국 뉴스 볼 틈도 없이 1학년을 보내게 되었고, 2학년이 된 지금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이후 역사 관련 대외활동을 찾아보다 ‘부산 청년독립군’에 대해 알게 되었다. 정승민 학생은 “처음엔 단순한 역사 스터디인줄 알고 참여하였는데, 10월 5일 첫 날에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세미나를 듣고 관심이 생겨 계속 참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 후 10월 12일 정부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를 하였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청년 독립군의 행보도 달라졌다. 정승민 학생은 “원래는 세미나와 함께 다른 학생들과 여러 가지 역사 캠페인을 기획하고자 했다”며 “그러나 그러한 기획들을 잠시 미뤄두고 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해 움직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10월 24일 부산 청년독립군은 부산 시민들로부터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서명을 받기 위해서 서면으로 향했고 이후 확정고시 때까지 1316명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었다.
▲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서명 중인 부산 청년독립군 (김진훈 회장)

 이렇게까지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정승민 학생은 “지금 고등학생인 동생이 있는데, 내년부터 필수가 될 한국사를 배우게 될 것이다”며 “동생을 비롯해 다른 학생들의 의견수렴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집필상의 과정도 불투명해 보이는 단일 교과서로 공부하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국정교과서에 대한 의견수렴기간동안 교육부의 팩스는 작동하지 않아 논란이 있었고 확정고시는 의견수렴기간이 끝나자마자 이루어졌다. 또한 국사편찬위원회는 국정 교과서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고, 교육부 또한 교과서 원고 내용을 심의해 수정하는 편찬심의위원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촛불 시위를 하는 부산 청년독립군

“청산되지 않은 역사의 흔적을 바로잡고자”
 

 청년독립군 김진훈 회장은 “부산지역에서 ‘역사’라는 주제를 가지고 청년들의 생각을 논할 기회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결성되었다”며 “더 많은 이들이 청년독립군에 대해 알고, 사회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부산 청년독립군의 최종적인 목표가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독립군의 세미나 팀장을 맡고 있는 강지훈씨는 ‘친일 문제 청산’이라 답했다. 강지훈 씨는 친일문제 청산이 현재 남아있는 친일파를 모두 척결하는 것이 아니라 ‘식민체제’를 유지시켜온 이들이 만들어놓은 사회구조를 뜯어고치는 것이라 말한다. 그는 “친일파가 죽어도 그들이 차지했던 사회적인 자리는 그들의 후손들에게 세속 되고 결국 친일세력이 재생산 되는 것”이라며 “결국 청산되지 않은 식민체제 및 사회구조를 극복해내는 것이 부산 청년독립군의 목표이다”고 전했다.
 

“좀 더 많은 청년들이 알 수 있도록”
 

 정승민 학생이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하지만 국정한국사교과서 출판이 확정된 지금 관심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야한다고 한다. 그는 “단일한 역사교과서로는 모든 역사를 서술할 수 없고, 반드시 가려지는 부분이 존재한다”며 “기록되지 않은 역사적 사실들을 우리가 알아야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말해줄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규철 학생은 “거대한 집단과는 다른 의견을 표출하는 단체가 있어야 시각이 획일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며 “이렇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집단들이 있어야지만 이후 사회에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부산 청년독립군의 김 회장은 “앞으로 다른 지역 청년독립군이나 다른 단체등과 교류도 하면서 캠페인 기획을 위해 여러 가지 고민과 연구를 할 것이다”며 “이후에 독립유공자 후손들,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역사 콘서트’나 ‘역사 내일로’, ‘역사 기행’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패에 맞서는 것이 젊은 날의 의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젊은 날의 의무를 짊어진 청년들이라고 모두 역사를 포함한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청년들이 사회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질 순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엔 어려운 사회구조인 것 같다”며 “당장 눈앞의 취업을 위해서 하고 싶은 일도 포기하게 만드는 사회구조가 문제지, 청년의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그 와중에도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청년들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지금의 청년독립군과 미래의 청년독립군들에게 “이제부터 할 일이 많으니 앞으로도 청년독립군으로서 많은 것을 알아가고 그것을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힘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