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선배]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자가 만난 선배]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 배수혁 기자
  • 승인 2015.12.02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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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지역일반노조 위원장 박용태 동문 (기계공학과·87)

 

이번 <기자가 만난 선배>코너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지역일반노조 위원장 박용태(기계공학과·87) 동문을 만났다. 2005년부터 영도 지역 위원으로 비정규철폐실천단으로 활동하다 2007년 부산지역일반노조로 옮겨와 8년간 사무국장을 지내고 현재 위원장으로 일하며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하는 박 동문.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웹툰과 드라마 '송곳'의 구고신 소장 못지않은 열정이 담긴 그의 삶을 들어보자.

 

시위가 빈번히 일어나던 시절, 선배님의 대학생활은 어땠나요
'새내기, 87년 6월 항쟁을 겪다'
_ 입학하자마자 87년 6월 항쟁을 겪었다. 그 당시는 사회적으로도 공부에 제대로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이 없었다.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방파제 앞에 집결해서 전경들이 막고 있는 방파제 입구를 뚫고 남포동까지 나가는 시위를 하고 다시 새벽에 학교로 돌아가는 생활을 반복했던 것 같다. 지금으로 말하면 단순 행진하는 시위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화염병을 던지고, 파이프를 휘두르며 백골단(사복경찰체포조)과 싸우는 시위를 했다. 우리대학 방파제 주변에는 해양 경비정이 물대포를 쏘기도 했다.
 또한 지금의 일을 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학내 풍물놀이 동아리 '신명' 2기로 활동했던 일이다. 지금의 신명은 풍물놀이를 하는 동아리지만 85년도 까지는 '민얼'이라고 해서 사회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학습하는 독서토론회였다. 하지만 그 시대는 그런 활동조차 허용하지 않고 활동하는 학생들을 안기부 등에서 잡아갔기 때문에 풍물놀이를 가져왔다고 들었다. 그래도 그 정신은 계속되어 시위에 앞장서는 동아리로 알려졌다.

'70년대와 다르지 않던 88년 도금공장'
_ 대학교 1학년 때 읽었던 전태일 열사 평전에는 '대학생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리고 열악했던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한 내용을 읽으면서 '실 제로 노동자들의 권리가 이렇게 보장받지 못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에 휴학을 하고 도금공장에서 3개월 동안 일했다. 그런데 1970년 전태일 열사가 분신지 18년이 지났음에도 노동자들의 상황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기억나는 일은 도금을 하기 전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차가운 물에 담갔다가 빼는 과정을 반복하는 일이다. 서너 번 반복하면 손에 감각이 없어질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노동자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빨간 고무장갑 하나뿐이었다. 고등학교도 나오지 않은 노동자들이 일하다 손가락을 잃은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마음대로 일을 그만두지도 못했다. 마음대로 그만두겠다고 말하면 두들겨 맞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나는 이렇듯 전혀 나아지지 않은 노동자들의 현실에 충격을 받고 내가 자란 여수에서 노동자들 에게 풍물놀이를 가르치는 등의 사회·문화 활동을 하며 휴학기간을 보냈다.

'취업만을 고민하기에는 너무 부당한 세상'
_ 휴학을 내고 여수에서 노동운동과 사회활동을 하던 도중 아버님께서 돌아가셨다. 그 일이 있고난 후 여수에 취직해 가족들을 부양하려면 복학을 해서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 결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내가 복학했던 91년도 우리대학 8대 총학생회는 학내 민주화 투쟁으로 인한 본관 화재사건에 연루되어 6명이 수배 중인 상태였다. 또한 부총학생회장은 몸에 화상을 입고 밖에 나갈 수 없는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 총학생회 간부로 일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취업을 생각해서 더 이상 투쟁 활동에 관여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때 거절하지 못했던 것이 여기까지 오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전경과 학생, 그리고 총학생회장'
_ 총학생회 간부로 처음 일하면서 맡은 일은 '노태우 정권 완전타도 투쟁 위원장'이다. 6월 항쟁 못지않게 신나게 시위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는다. 우리대학 방파제에서부터 시작된 시위가 고신대 학생들과 합류하고 한진중공업 노동자들과 합류해 순식간에 3~4000명 규모의 시위로 확대되었다. 지금의 BIFF광장까지 도착하니 시위자의 수는 수 만명이 되었다. 그대로 서면까지 행진하며 시위자의 수는 10만명을 넘어섰던 일이 있다. 물론 그때는 서면까지 가면서 화염병을 던지고, 파이프를 휘두르는 격한 몸싸움이 일어났다. 그 과정에서 위원장인 나를 지키던 후배 1명이 다음날 구속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와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

 더욱이 그 다음해인 92년도에는 우리대학 9대 총학생회에 출마해 당선되었다. '반도 변혁의 포크레인'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학내 자주화와 현재 제 2캠퍼스 매립지를 확보하는 투쟁에 앞장섰다. 이런 활동을 하다 보니 어느 새 복학을 앞두고 다짐했던 성적과는 멀어질 수밖에…. 결국 11학기 만에 겨우 졸업을 했다.

졸업 후 어떤 계기로 노동조합 활동을 결심하셨나요
_ 졸업은 했지만 먹고살 걱정이 앞서서 막막했다. 하지만 내가 바라본 사회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학원강사가 돈을 벌면서도 사회활동에 참여하기에 가장 만만했기 때문에 보수동에 있는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일을 했다. 내가 일했던 학원도 또한 임금과 처우가 너무 나빴다. 노조에 가입을 하고 파업을 하기로 결심했고 그 과정에서 일반노조와 처음 인연이 닿았다. 강사들이 파업에 나서니 학원도 문을 닫을 수밖에. 그러나 문을 닫는 척을 하며 대신동으로 옮겨가 더 큰 학원을 열었다. 해고싸움을 계속 하던 중 민주노동총연맹에서 회계감사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후 2007년부터 작년까지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 사무국장으로 일하게 되었다.

 

▲ 범일동 사무실 입구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박 동문

일반노조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_ 일반노조는 중소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를 실현해 총체적으로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는 노동조합이다. 노동조합이라고 하면 보통 현대자동차 등 제조업에 국한된 개념을 생각하는데, 일반노조는 부산지역에 있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지역노조다. 지자체 생활쓰레기 운반 수거업체 용역업자들, 노인 요양 노동자들, 대학 청소 노동자들과 같은 세' 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실현시키기 위한 노동조합'이다.
 기억에 남는 일로 작년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이 집단 해고를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내가 사무국장으로 있었는데, 2월 23일부터 75일간 신라대 사범대학 7층 옥상에서 농성을 했다. 그 중 45일간 단식을 하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그 결과 100% 직접고용은 아니지만 고용 승계를 약속 받았다.
 지금도 부산시청 앞 광장에는 생탁 노동자들이 574일째(인터뷰일 기준) 파업 투쟁을 하고 있다. 전광판 위에 올라간 것은 222일째다. 더욱 힘든 점은 단순히 파업을 행위뿐만 아니라 그 동안 경제적인 수입이 없다는 것이다. 고소·고발을 하는 것과 함께 당장 돈을 벌지 못해 생활에 타격을 입게 되고 파업 투쟁을 이어나가기 힘들어진다. 때문에 노조를 하는 노동자들의 태반이 중간에 포기를 하거나 불만족스런 타협을 하게 된다. 생탁 노동자들이 말하는 것도 1970년 전태일 열사가 말했던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내용과 다르지 않다. 장기 파업이 이어지던 중 노동자 1명이 급사로 돌아가셨다. 우리는 이런 야만적인 사건이 멈추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나는 이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는 일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_ 선배로서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다. 이유는 좀 더 싸워서 평등한 세상을, 평등한 대한민국을 만들지 못했다는 생각에서다. 그랬다면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받지 못하고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상황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후배들은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라는 생각을 절대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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