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민주주의, 짓밟고 으스러뜨린다 할지라도
대학의 민주주의, 짓밟고 으스러뜨린다 할지라도
  • 김태훈 기자, 이창현 기자
  • 승인 2016.01.12 13: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의 민주주의, 짓밟고 으스러뜨린다 할지라도

 

진정한 민주주의란 무엇일까? 과연 우리는 진정 민주주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총장직선제는 1887년 민주화 투쟁의 산물이다. 또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학문과 지식을 산출하기 위한 제도적 전제조건이었다. 따라서 국·공립 대학뿐만이 아닌 일부 사립대학 또한 직접투표를 통해 총장을 선출해왔다.

하지만 교육부는 온갖 행·재정적 수단을 통해 모든 국·공립 대학의 민주주의를 폐지했고 비정상적인 문답무용의 작태를 벌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는 압박 강도가 한층 강해졌다. 직선제 폐지 시한을 거부할시 '지원금 전액 환수'라는 카드까지 빼들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돈을 택한 대학. 정말 불가피한 선택인 것일까?

 

총장선거제도 협의실패로 미루어진 총장 선출

지난 9월 14일 교수회는 전체교회회의를 개최해 직선제를 추진하는 결의문에 대한 찬반 투표를 가졌다. 전체교수 261명 중 154명이 회의에 참석했고 112명이 기표한 결과 80명 찬성(71.4%), 30명 반대(26.8%), 2명이 기권표를 던졌다. 이어 결의문은 대학본부에 전달되고 총장 면담 및 대학본부와의 협의를 진행했다. 당시 진행 중이던 총장간선제 일정은 모두 일시 중단됐다. 이후 대학본부는 10월 중순 교수회와 총장선거제도 협의체 구성을 추진했으나 의견차이로 실패했다. 교무처 관계자는 “올해 12월 예정된 총장선거가 내년으로 미뤄지는 일은 불가피할 것이다"고 전했다.

한편, 대학본부는 지난 10월 27일부터 3일간 단과대학 교수회에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어 11월 9일 총장선거제도에 대한 의견수렴을 목적으로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교직원 및 학생들을 포함해 약 60여 명이 참석한 공청회는 현행 총장선거제도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참석자들의 의견을 개진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홍성화 교수(해사수송과학부)외 3인은 “총장선거제도의 결정도 중요하지만 관련 절차와 과정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후 교수회는 원점으로 돌아가 11월 17일부터 3일간 총장선거제도에 관한 의견조사를 재 실시했다. 전체교수 262명 중 237명이 기표한 결과 직선제를 지지하는 의견이 136명(57.4%), 간선제를 지지하는 의견이 96명(40.5%)으로 집계되었다. 지난 투표에 비해 기표인원이 125명 늘면서 간선제를 지지하는 의견이 13.7% 늘어났다.

 

총장직선제를 지켜낸 부산대, 그들의 상황은?

부산대는 지난 11월 17일 총장직선제를 통해 전호환 교수가 총장임용후보자로 당선됐다. 우여곡절 속애 당선된 총장 당선자는 현재 임명 제청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임명 제청이 거부될 경우, 대학 운영의 파행을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간선제를 실시해 총장을 선출한 공주대, 경북대 등의 총장 임명 또한 아무 이유 제시 없이 거부당한 상태이다. 연이어 '교육부의 무순위추천 방안까지 발표돼 대학 구성원의 후보자 추천마저도 무의미하게 만들어졌다. 교육부는 국·공립대를 길들이기 위해 부산대를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그 길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호환 교수는 총장임용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교육부의 불합리한 정책에 대한 대응방안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재정지원에서 불이익을 받을 거라 예상되어 사업의 우선순위를 조정해 예산을 아끼고 재정위기를 극복하고 발전재원을 확보하겠다"고 답했다. 덧붙여 "총 3500억을 발전기금으로 조성하며 국자자원예산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부산대가 총장직선제를 유지하면서 ACE사업과 CK사업에서 50% 가량의 지원액 삭감이 이뤄졌다. 이는 약 66억 원의 손해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대학이 총장직선제라면? 재정지원은 무너지는가?

(1)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CK사업)

2014년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대학의 특성화 기반 조성과 체질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CK사업을 추진한다. ▲대학자율 ▲국자지원 ▲지역전략의 사업유형에 총 108개 대학, 342개 사업단이 최종 선정되었다. 우리대학의 경우 현재 국제대학 해운경영학부와 공과대학 물류시스템공학과가 공동운영하는 ‘고부가가치 해운․항만 물류 창조인력 양성사업단’을 진행 중에 있다. 이 같은 CK사업의 선정에 있어 총장직선제는 평가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유독 그럴 것이 ‘대학 거버넌스의 선진화를 위한다’는 목적에 국립대학의 총장직선제 개선완료여부를 2.5점 부여하고 있다. 또한 만약 사업이 선정된 이후 지정된 유예기간까지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 본부 배정액의 50%를 삭감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대학에 대한 사업지원규모는 연 9억을 예산으로 5년간(14~18년) 사업단이 운영된다. 사업단의 운영이 지속된다면(전년도 성과달성, 대학구조개혁평가에 의해 사업지속여부를 판단함) 총 45억 원의 CK사업 운영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중 70%는 사업단의 운영에 30%는 본부 배정액으로 분배된다. 만약 우리대학이 총장직선제 개선을 거부하고 CK사업을 지속한다면 우리대학은 45억 원의 운영지원금 중 30%의 본부 배정액에서 50% 삭감된 39억 원의 금액을 교육부로부터 받게 된다.

 

(2) 우리대학에서 운영되지 않은 사업들과 대학구조개혁평가

CK사업 이외에 총장직선제는 PoINT사업과 ACE사업에서 직접적인 관련을 가진다. PoINT 사업은 국립대학 혁신지원사업으로 국립대의 역할과 기능 정립을 위해 추진된 사업이다. ▲국립대학의 역할 기능 정립(50%) ▲대학운영체제의 효율화(30%) 대학회계의 정착(20%)를 3대 혁신 분야로 지정해 이에 따라 진행된다. 시행 2주기를 맞은 이번 사업은 16개교를 선정해 88억50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총장직선제가 폐지되지 않은 학교에 경우 사업 지원 자체가 불가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ACE사업은 학부교육선도대학 육성사업으로 2010년 시작되었다. 올해 발표한 ACE사업은 기존에 진행 중이던 16개 대학과 새로 진입한 16개 대학 총 32개 대학의 연간 20억 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 사업 또한 총장직선제를 유지할 경우 지원금의 50%를 삭감하거나 전액 환수 조치될 방침이다. 우리대학은 선정되지 못했다.

지난 공청회에서 대학본부 한 직원은 "총장직선제를 유지한다면 구조개혁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게 되고 재정지원의 불이익을 받아 악순환의 연속이 될 것이다"며 간선제 추진을 위해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대학구조개혁평가에는 직접적인 평가요소로서 총장선출제도를 명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정성지표로서 객관적인 지표보다 주관적인 지표로 불이익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할 뿐이다.

 

학생들이 외치는 민주주의

대학본부는 학생들의 의견을 대표해 총학생회에 의견을 듣고자했다. 하지만 총학생회장은 "우리가 학생들 의견을 대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부재중인 이정렬 총학생회장을 대신한 정경석 공대회장 주도로 임시 전학대회가 소집되었다. 임시 전학대회는 총장직선제와 간선제의 대한 간략한 설명과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는 시간을 가진 뒤 총장선거제도에 대한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결과 전체 56명의 참석자중 총장직선제 시행이 29명(51.7%), 중립 17명(30.3%), 간선제 시행(17.8%)로 집계되었다. 이는 학생 전체의 의견으로서 대학본부에 전달되었다.

이어 한국해양대학교 신문사는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 오프라인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지는 ▲ 직선제의 특징 ▲ 간선제의 특징을 명시한 뒤 ▲ 시행되어야 할 선거제도는 무엇인가? 라는 내용을 물었다. 그 결과, 234명이 참여한 가운데 '직선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응답한 학생이 124명(52.9%)로 가장 많았다. 이어 '모르겠다'고 응답한 학생이 57명(24.3%), '간선제를 시행해야 한다'가 51명(21.7%)을 차지했다.

임시 전학대회의 참가했던 김한빈 (동아시학과·15)학생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민주주의를 저버리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30년, 50년이 지나 우리 후배들에게 자랑스럽고 떳떳하지 못할 것이다"고 총장직선제를 강력히 주장했다.

 

김태훈 기자, 이창현 기자

waxnk@daum.net, chlee1906@daum.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