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뜨는 동네를 뜨는 이유
[사회] 뜨는 동네를 뜨는 이유
  • 윤다정 수습기자
  • 승인 2016.02.27 2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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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

_ 서울의 홍대거리, 경리단길, 부산의 꽃분이네, 감천문화마을, 광복로 등 낙후되었던 동네가 새롭게 뜨고 있다. 하지만 뜨는 동네와 달리 원주민들이 동네 밖으로 내몰리면서 전국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주의보가 내렸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노후 된 지역이 번성해 외부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이다. 부산에도 도시재생사업 등이 진행되면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빗겨갈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할까?

 노력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마을을 새롭게 부흥시키다, 도시재생사업
_ 도시재생사업은 무조건적으로 도시를 재개발하기보다 기존의 문화, 경제, 주거지로서의 원형을 보존하면서 도시 기능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이다. 이전의 원주민들을 내쫓으며 진행되었던 재개발과는 다르게, 주민 커뮤니티의 회복 및 지역 활성화 등 원주민들과 함께 동네가 부흥하는 점이 장점이다. 부산에서 진행되는 대표적 예로는 감천문화마을과 안창호랭이 마을, 초량 이바구길, 흰여울 마을 등을 포함하는 ‘산복도로 르네상스’사업이 있다. 슈퍼조차 없던 마을에 벽화가 그려지는 등 낙후된 마을에 많은 관광객과 활력이 찾아와 사람 내음 나는 마을로 다시금 뜨고 있다.

 


임대료 폭탄, 떠나는 토박이
_ 도시재생사업이 마을을 새롭게 부흥시키기도 하지만 오히려 원주민들이 뜻하지 않게 떠나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가까운 예로 감천문화마을과 광복로를 들 수 있다. 도시재생사업으로 작은 카페와 가게 등이 들어선 덕에 주민 생활이 개선되었지만 감천문화마을의 경우 지난 5년 간 주택가격이 21.4%가 오르는 등 급속히 증가한 주택·토지가격으로 오히려 원주민들이 내몰리고 있다. 광복로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한 기존 상인들이 ‘무조건 1만원’, ‘폐점할인’ 등의 문구를 내걸면서 일명 땡처리 가게들이 거리 곳곳에 자리했다. 부산도 더 이상 젠트리피케이션을 빗겨갈 수 없게 된 것이다.

 

▲ 하나둘씩 사라지는 기존 상점


원주민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_ 지난 12월, 부산발전 연구원은 부산지역 젠트리피케이션 현황에 대해 '도시재생 사업지역의 주민생활 및 상권변화'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대상은 감천문화마을과 안창호랭이마을, 초량 이바구길, 영도 흰여울마을 4곳으로 도시재생사업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부산발전 연구원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전조현상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주택·토지 가격과 점포수가 증가하는 추세일 때로 정의했는데, 평가결과 감천문화마을은 이미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 중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세 마을 또한 아직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과잉 상업화에 미리 대처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보고서는 부정적인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각 마을의 상업화 과정에 맞춘 장·단기 보호 방안 20개를 제시했다. 상업형 보호방안으로 ▲원주민 임대료 상한제도 ▲소상업자 임대기간 장기화 ▲골목문화상권 상생지구제를 드는 한편, 관리형 보호방안으로 ▲외지인 소유 및 임대상가 총량관리제 ▲퇴출금지구역 지정 등의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 말하고 있다. 또한 공동체형 대안으로 ▲마을공동체 소유 ▲지역공동체 이익협약제도 등을 제시했다.

 

 

<우리마을은 달라, 흰여울마을>


흰여울마을, 젠트리피케이션 주의보

_ 영도에서도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중이다. 영선동의 흰여울마을의 경우 마을의 공·폐가를 리모델링해 예술가들을 입주시키며 주민들에게 생활문화 기회를 제공하는 ‘흰여울 문화마을 창작공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을이 가꿔지면서 영화 ‘변호인’과 TV 프로그램 ‘무한도전’ 등의 촬영지로 등장해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부산발전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흰여울마을의 인구수는 970명에서 673명으로 약 30% 줄었고, 토지가격도 315천원/㎡에서 380천원/㎡로 약20.6% 증가했다. 부산발전연구소 김형균 연구원은 “인구수가 줄고 토지가격이 오르는 것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전조현상이 될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흰여울 마을에서 생활하는 예술인 윤진우씨는 “돈 있는 사람이 집을 7~9채 사 모으고 있다”며 “한전(한국전력공사)에 다니는 사람은 전기세 통지표가 몇 개씩 쌓여있는 빈집을 찾아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토지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놓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생활문화공동체’
_ 하지만 흰여울마을이 젠트리피케이션 앞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을 자체적으로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사업을 진행하는 등 원주민과 함께 부흥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마을공동체 사업은 주민들의 예술적 감수성과 문화적 자존감을 키우고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사업이다. 흰여울마을학교를 만들어 함께 마을비전에 대한 논의를 하기도 하고, 흰여울사랑방에서 커피나 케이크를 만드는 교육을 진행해 원주민들이 공동체 가게를 운영할 수 있게 돕고 있다. 또한 지난 4월 예술인과 주민들이 합작해 마을 기록을 남기는 사진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 영도구 영선동에 위치한 흰여울마을

 흰여울마을 예술인 윤씨는 마을공동체사업에 대해 “주민들 중 공동체사업에 참여하는 사람이 처음보다 많아져 계속해서 좋아질 것이다”고 기대를 표했다. 공동체 가게를 운영하는 회원 김양미씨는 마을공동체 커피교육을 받은 후 커피를 팔고 있다. 김씨는 “외부사람들이 들어와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에 저항을 하기 위해 커피를 팔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현재 마을 공동체 인원은 20명 정도로, 영도문화원 김두진씨는 “아직 크게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회원 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 공동체가게 운영을 위해 커피 만드는 법을 배우는 주민들

 

▲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는 흰여울마을 예술인 윤진우씨

 

_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이미 남 일이 아니다. 하지만 마을주민과 예술인, 그리고 영도구청과 영도 문화원 등 모두가 이에 대해 고민하고, 지금처럼 대비해 나간다면 원주민이 내몰리는 안타까운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영도구청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염려가 크다”며 “국가적으로 도시재생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대책 또한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흰여울마을 만큼은 다른 도시재생사업으로 내몰린 마을과 다른 행보로 나아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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