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The end of roll call, 웅비 끝
[기획]The end of roll call, 웅비 끝
  • 김남석 수습기자
  • 승인 2016.02.29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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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웅비관과 입지관은 승선생활관으로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이에 더 이상 아침구보가 끝나고 기숙사로 들어갈 때 수많은 계단을 오를 일도, 쌍팔년도 시설의 샤워실에서 찬물로 샤워할 일도, 2층 베란다에서 훈련받을 일도 없게 되었다. 하지만 ‘추억은 영원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웅비관과 입지관은 사라지지만 웅비관과 입지관에서의 추억은 영원할 것이다. 웅비관과 입지관의 추억을 돌이켜본다.

 *the end of roll call이란 해사대학 내에서 인원점검이 끝날 때 방송되는 말

새탈(새벽 탈출), 무단 침입, 그리고 고스트


▲ 새탈에 주로 이용되었던 계단
_ 승선생활관은 선박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일하는 해기사를 양성하는 목적에 따라 기숙사의 규율이 다른 기숙사들보다 엄격하다. 예를 들면 오후 10시 30분에 인원점검을 받고 오후 11시가 넘으면 출입이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출입을 막는 시설은 사실상 없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오후 11시 이후에 몰래 출입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웃지 못 할 일들이 많이 발생했는데, 한 졸업생은 “밤에 몰래 나가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불러서 그냥 도망갔고 결국에는 발각되지 않았다”며 당시의 새탈에 대해서 회고했다. 하지만 모두가 이렇게 운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종종 시험이 끝난 주의 주말에 명예사관들이 갑작스럽게 서치(순찰)를 돌아서 몰래 들어오려던 학생 십여 명을 일망타진해서 모두 퇴관을 당한 일도 있었다.
 승선생활관의 철저하지 않은 보안을 이용한 사례 중 한 가지는 ‘고스트’이다. 이는 외박신청을 하고 11시 이전까지 승선생활관 밖이나 4학년방, 심지어는 옷장속에 숨어 있다가 11시 이후에 다시 자신의 방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주로 시험기간에 아침인원점검을 피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시험기간만 되면 사관부에서는 고스트들을 잡기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였고, 잡히기만 하면 퇴관이었기에 고스트들도 어떻게든 걸리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였다. 해사대학의 한 학생은 “내가 고스트일 때 서치(순찰)가 있다고 단톡방에 말이 나오면 바로 화장실로 가서 숨었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인원점검을 받고 운동하기가싫었다”고 말했다.


선택받은 방, 선택받은 자들


_ 웅비관과 입지관은 오래된 건물이니만큼 시설도 낙후되었다. 여름에는 선풍기를 사용했고 겨울에는 라디에이터를 사용했지만 웅비관과 입지관이 노후화되다 보니 선풍기와 라디에이터도 모든 방에 완벽하게 작동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웅비관과 입지관에는 고장난 선풍기가 상당히 많았고 사관부에서는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선풍기를 수리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선택받은'방 만이 선풍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너무 더운 여름에는 선풍기가 나오지 않는 방의 학생들이 선풍기가 나오는 방에 모여 더위를 견디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또한 선풍기는 정모(정복과 같이 쓰는 흰색모자)와 신발을 말리는데 필수적인 도구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정복 복장점검을 하기 전날에는 선풍기들에 다수의 정모가 달려있기도 했다. 겨울을 이기기 위한 라디에이터 또한 아련한 사연이 있다. 아래에서 위로 작동하는 라디에이터의 특성상 아래쪽 방들은 더워서 창문을 열기도 했던 반면 위쪽 방들은 상대적으로 추운 난방의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기
도 하였다.  또한 라디에이터를 틀어주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 라디에이터가 꺼지는 새벽에 햇빛이 들지 않는 위쪽방은 정말로 '이불밖은 위험한 방'이 되기도 했다. 종종 라디에이터가 고장이 나는 위험한 일도 있었는데, 해사대학의 한 학생은 “방에 들어가려고 문을 여는 순간 방에서 연기가 나고 물이 고여 있었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시설의 노후화로 라디에이터에 구멍이 뚫렸던 것으로 위험한 순간이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실제로 최근까지도 라디에이터가 터져 건물 밖으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신축 기숙사에서는더 이상 여름에 선풍기를 사용하는 일은 없을 듯 하다. 모든 방에 에어컨과 난방이 되기 때문에 과거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들게 되었다.

▲ 라디에이터 생활을 이어간 기존 생활관

▲ 선풍기가 놓인 선택받은 방

 

 

 

 

 

 

 


훈련의 메카, 고통의 성지


▲ 베란다에서 훈련을 받던 지난 추억의 현장

 예전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추억과 현실이 있다. 바로 ‘훈련’이다. 그만큼 승선생활관은 훈련의 메카이기도 했는데, 여러 명이 학생이 있을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어디든지 훈련장소가 되곤 했다. 훈련을 받는 가장 대표적인 방식이 바로 과실교육과 SS다. 과실교육은 1주일 동안 잘못한 것이 있는 학생들이 모여서 훈련을 받는 것으로 보통은 웅비관 3층의 트레이닝실에서 진행되었다. 과실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대부분 명확한 잘못을 했기 때문에 별 말이 없었다. 다음으로 SS는 일요일 저녁마다 ‘기강을 바로 잡는’ 명목으로 보통은 웅비관 2층 베란다에서 하는 훈련인데, Sunday Sport의 줄임말이다.

 만약 정말 큰 잘못을 한 학생이 있다면 전체가 더 힘든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SS 앞에 Super를 더 붙여서 SSS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SS는 학생들의 불만이 많던 훈련이었다. 그 이유는 ‘연대책임’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항해학부의 송재욱 교수의 말에 따르면 교수님의 학창시절에도 SS가 있었는데 훈련을 받는 명분이 명확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해운대 바닷가에서 모자 벗고 다닌 놈 누구야? 안 나와? 나올 때 까지 훈련!’이라고 해서 훈련을 받는데 정작 누가 그런 행동을 했는지, 하기는 했는지는 의문이었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그때 잘못한 학생을 잡아서 그 학생만 훈련을 주던지 왜 전체가 훈련을 받아야 하는지 의아해 했다”며 “연대책임은 열심히 생활하는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점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연대책임과 같은 관행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훈련을 받았던 기억이 추억이 된다고 한다. 길병래 현 승선생활관장은 “훈련을 받으면 힘들다. 하지만 훈련을 받던 그때 그 순간에는 힘들었을지는 몰라도 그러한 힘든 일이 지나면 힘들었던 기억은 없어지고 성취감만이 추억 속에 남는다”며 과거에 받던 훈련은 결국에는 추억이 된다고 말한다.


열악한 시설 속에서 싹트는 동기애

▲ 추억 속에 놓일 공동 화장실

신축기숙사와는 달리 웅비관과 입지관은 공동샤워실과 공동화장실을 사용했다. 학과나 학년의 구분 없이 같이 사용하다 보니 이곳에서 많은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웅비관과 입지관은 한 번에 쓸 수 있는 온수의 양이 한정되어있어 일정량 이상 온수를 쓰면 더 이상 온수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먼저 씻는 4학년이 따뜻한 물로 샤워를 마치면 1학년은 겨울에도 찬물로 샤워를 해야만 했다. 어떤 샤워실에는 처음부터 온수가 나오지 않기도 했었는데, 그 샤워실을 사용하던 학생들이 온수가 나오는 샤워실을 찾아 해매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씻으면서도 서로를 알아가며 친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68기 이동규 졸업생은 “신축기숙사에는 각방마다 샤워실이 있어서 시설 면에서는 좋아졌을지는 몰라도 과거처럼 같이 씻는 등의 정이 넘치는 문화가 없어져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공동화장실을 사용했기에 당번을 정해서 화장실 청소를 했었다. 화장실 청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기제거였기 때문에 걸레와 신문지 등을 동원하여 물기제거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렇다보니 화장실청소 중에 씻으러 오거나 걸레를 빨러 오는 학생이 올 때마다 다시 청소를 하곤 했다. 한 학생은 “화장실 청소를 하는 중에 학생들이 씻으러 오면 정말 싫었다”며 “그래서 동기들은 씻지 말라고 부탁을 했고 동기들도 어느 정도 배려를 했지만 선배들이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은 어떻게 할 줄 몰라서 그냥 다시 청소를 했던 기억이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졸업한 68기 김태준 학생은 “2층 베란다에서 바라보던 영도의 야경이 SS로 지친 심신을 달래주곤 했다” 며 “웅비관과 입지관은 이제 없지만 그 안에서의 시간들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해사대학생들은 이제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새로운 생활 속에서도 이전의 추억을 간직하길 바라며, The end of roll call, 웅비, 입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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