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목소리 없는 대학
학생 목소리 없는 대학
  • 김효진 기자
  • 승인 2016.04.13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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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중요의사결정기구에서 학생위원은 고작 한두명?

 

 

_우리대학은 대학 내 모든 의사결정을 위원회를 통해서 심의하고, 안건을 상정해 채택하는 나름의 ‘민주적 절차’를 밟고 있다. 중요사항을 심의하는 대학평의원회부터 회계를 심의하는 재정위원회, 대학 내 운영에 중요한 사항을 상시적으로 결정하는 교무회까지. 단발성을 띤 작은 의사결정기구들까지 합하면 50여 개의 위원회가 대학 내에 존재한다. 하지만 이 위원회들 중 진짜 학생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의사결정기구는 몇 개나 되는가. 우리의 목소리, 대학이란 그릇 안에 담기긴 하는 것일까?

 

 

 

    초라한 한 자리 숫자, 4%


_ 다음 표는 중요하게 언급되는 학내 의사결정기구들의 학생위원 숫자와 비율을 조사한 것이다. 최고 의사결정기구라 할 수 있는 대학평의원회에서 학생위원은 총학생회를 포함한 단 두 명이다. 전체 46명 중 2명으로 비율로 따지면 4.3%의 초라한 숫자다. 총장임용추천위원회도 전체 24명중 한명으로 4.1%의 학생위원 비율을 보였다. 심지어 외부위원은 6명으로 학생위원보다 훨씬 많았다. 공과대학의 14학번 모 학우는 “총장임용에 있어 전문가가 필요하긴 하지만 학생위원이 한명인데 외부위원이 6명이나 되는 것은 모순이다”며 “총장을 선출하는데 학생의견을 거의 반영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로 들린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다, 대부분의 기타 의사결정기구에서 학생위원은 한 두명 정도이거나 이마저도 없는 위원회도 있었다.

 

 

 

 

 

  딱!

  규정만큼만

 


_ 지난해 대학 회계 심의를 위해 출범한 재정위원회에서 학생위원의 비율은 13.3%이다. 얼핏 보기에 상황이 나아보이지만 이도 최소한의 규정만을 따랐을 뿐이다. ‘국립대학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재학생을 최소 2명 이상 포함하라는 규정에 맞게 딱 두 명만 배정한 것. 학생위원 비율이 30%로 예외적으로 높은 등록금심의위원회도 마찬가지다. 교육부의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에서 ‘학생위원 수는 전체 위원 수의 30% 이상이되 50%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에 딱 맞춰 총 인원 10명 중 3명을 배치하고 있다.


물론 규정에 따른 재정위원회와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의 학생위원 비율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으로 학생위원의 수를 정해놓은 기구 이외에서는 학생위원의 자리가 없다시피 하다면? 우리대학 학칙 제3절 제20조에서 교무회는 ‘본교의 운영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하기 위한 기구’로 정의되며 ▲학생지도, 장학, 후생, 포상 및 징계에 관한 사항 ▲전체교수회 및 대학평의원회에서 의결한 사항의 집행에 관한 중요사항 심지어는 ▲학칙 및 각종 규정의 제정과 변경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교무회 구성원은 총장 및 교무위원으로 부총장과 대학본부 각 처장들, 단과대학장, 국제교류원장, 그리고 LINC사업단장, 도서관장까지도 참여하면서 학생위원의 자리는 없었다. 학생 생활에 밀접한 안건을 심의하는 위원회인데도 말이다.

 

 

 

  학생위원,

  점차 늘려갈 수

  있을까?

 

_ 학생위원의 비율이 낮은 것은 비단 우리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작년 8월, 부산대 총학생회에서는 재정위원회 학생위원 수 3인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꾸준히 학생위원의 자리를 늘리기 위해 애써왔다는 총학생회 김영근 회장은 “학생위원 자리를 늘리는 일은 학생처에 계속 얘기하고 있는 부분이다”며 “다른 학교 사례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모두가 비슷한 상황이다”고 답했다. 대학사회 전반적으로 학생위원이 두 명이면 많고 한 명뿐인 곳도 적지 않았다.

 김 회장은 “우선은 가장 많은 결정들이 이루어지는 대학평의원회를 시작으로 학생위원의 자리를 하나씩 점차적으로 늘려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덧붙여 “물론 학생들이 교직원들에 비해 학교에서 지낸 시간이 적고 운영에 대해 비교적 무지한 것은 사실이다”며 “하지만 학내 구성에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학생들의 의견을 배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관심의 촛불

  끄지 말아야

_ 학생위원의 자리를 늘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관심이다. 하지만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학생들이 정작 관심을 두지 않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김영근 총학생회장은 “최근에는 무조건 의결권을 앞세워 통과시키는 일은 없으며 대학 내에서 조금씩 개선되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며 “하지만 오히려 학생들이 관심이 없어 아쉽다”고 전했다. 학업, 취업 등에 가려, 학내 문제 자체를 관심 가지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학생들의 관심이 모아지면 학생위원의 자리는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주체인 학생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학생 목소리 없는데,

  학생을 위한 대학이 될 수 있나?


_ 누구는 그렇게 말한다. 한 명의 학생위원이라도, 학생을 대변하는 말 한마디만 잘 하고 나오면 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학생위원의 자리가 한자리, 많아야 두 자리 일 때 제대로 학생의견을 전달하고 나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아무리 호소하더라도, 결국 학생위원에게 주어진 결정권은 4~13%, 반쪽짜리에 불과한 수치이니까 말이다. 과연 학생 목소리를 담을 수 없는 그릇의 대학이, 학생을 위한 대학이 될 수 있나? 물음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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