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생활보고서 2부_쩐의 전쟁
청년생활보고서 2부_쩐의 전쟁
  • 윤종건 기자
  • 승인 2016.04.13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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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생활보고서 2부 _ 쩐의 전쟁

 

국제대학에 재학 중인 박 모(24)학생은 군 제대 후 올 1학기에 복학했다. 방학동안 벌어둔 돈 300만원 모두를 지금 사는 집에 보증금으로 넣고 나니 그에게 남은 돈은 없었다. 월 30만원의 월세는 부모님이 부담해주시지만 남은 생활비는 오로지 그의 몫이기에 공강인 날이면 도넛가게에서 알바를 한다. 그렇게 알바를 해 한 달에 버는 돈은 대략 30만원 안팎, 월세를 제외한 한 달 생활비가 40만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알바만으로 생활하기는 역부족이다.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해볼까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월세를 부담해주시는 것 이상으로 도움을 요청하기는 어려운 일이기에 그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 생각하며 학자금 대출을 신청했다.

알바도 어렵다

이미지 출처 – 알바몬 TV CF ‘알바당 창당편’ 中

 

 

 

 

 

 

_상당수의 대학생들이 생활비를 마련하는 데 있어 알바는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학생활과 완전한 생활비 충당을 함께 병행할 수 있는 ‘질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란 매우 어렵다. 현재 국립해양박물관 내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배유진(국제무역경제학부·15)학생은 “현재 최저시급 6,030원을 받으며 일하고 있지만, 사실 하리 주변에서 최저시급 이상을 주는 알바를 찾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본지 304호에 소개된 학생들의 알바실태에 따르면 편의점, PC방, 카페, 술집 등 총 16개 사업장에서 당시 최저시급(5,580원)에 맞추어 주는 곳은 9곳, 이상을 주는 곳은 2곳, 나머지 5곳은 최저시급을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먹고 살만 하십니까?

_고정수입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들에게 ‘싼 가격’은 소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물론 우리대학 내 학생식당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부산 소재 국립대 3곳의 기본 정식 가격은 ▲한국해양대 : 2,500원 ▲부산대 : 3,000원 ▲부경대 : 3,000원으로 우리대학이 가장 저렴하다. 하지만 대학가 주변 가게들의 전반적으로 높아진 물가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학생들 대부분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최근 하리 주변 식당에서 3천원대 음식메뉴는 찾아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메뉴는 5,000원 안팎의 돈을 지불해야한다.  

<조사방법 : 인터넷조사 + 직접전화> (단위 : 원)

 

한국해양대

부산대

부경대

짜장면

4,500

2,500

4,000

제육볶음

5,000

3,500

4,000

돼지국밥

4,500

4,000

3,900

▲부산소재 국립대 3곳의 대학가 대표메뉴 (가격최저가격 기준) 

_‘대학가 상권문화’의 발달이 더딘 하리·중리 지역은 타 대학가에 비해 밥값이 상대적으로 높다. 올해로 자취생활 2년째에 접어든 최지수(조선기자재공학부·15)학생은 “외부식당을 이용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모두가 외부식당으로 이용한다고 할 때 학생식당 가자고 말하기도 꺼려진다”고 말했다. 올 해 입학한 국제대학 김 모(20)학생은 “신입생이고 학과 술자리에 자주 참석해야하다 보니 이번 달만 해도 돈을 꽤 많이 썼다”며 “술만 먹으러 나가면 1만원은 기본적으로 쓰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지갑열기 망설여지는 캠퍼스

_새로운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대학생들에게 은근히 부담스러운 대상이 또 있다면 바로 전공서적이다. 사려니 가격이 만만치 않고, 안 사자니 찜찜한 전공서적은 새 학기마다 누구나 겪는 딜레마다. 전공서적 구매 비용이 부담스러운 대학생들은 서점에서 새 책을 구매하기보다는 제본이나 도서관 대출, 중고 사이트나 지인을 통해 얻는 등 구매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노력을 다방면으로 모색한다.

_또한 카페사용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외부와의 입지 조건이 좋지 않은 우리대학과 같은 경우 캠퍼스 카페는 학생들에게 있어 단순히 차만 마시는 공간이 아니다. 카페에서 수업을 기다리고 친구와 만나 시간을 보내며 함께 과제도 한다. 카페를 자주 이용하는 공과대학 김 모(21)학생은 “같이 가는 친구들이 있어 돌아가며 돈을 내는데, 외부카페보다 저렴한 것이 확실한대도 한 번 낼 때 많게는 만원 가까이 나올 때도 있어 가끔은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전했다.

‘신설’된 지출의 부담

_식비, 주거비 등으로 대학생들의 고전적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면 높은 취업의 문턱을 뚫기 위한 사교육비용은 또 다른 지출항목이다. 스펙 쌓기를 위한 대학생들의 사교육은 선택을 넘어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본지는 50명의 학생(무작위 선정)을 대상으로 사교육(학원)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사교육(학원)을 받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와 ‘받을 계획이다’라고 응답한 학생은 20%(10명)였다. 국제대학에 재학 중인 문 모(26)학생은 취업준비를 위해 얼마 전부터 면접 컨설팅과 영어 스터디를 하고 있다. 그는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주거비를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은 용돈에서 20만원씩 취업준비를 위해 쓰고 있지만 가끔은 부담될 때도 있다”고 전했다.

대학생 = 독립?

_‘대학내일 20대 연구소’의 15년도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평균 생활비는 50만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본지가 현재 자취하고 있는 학생 50명을 대상으로 한 달 생활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우리대학 학생들의 평균 생활비는 61만원이었다. 최저시급만 받고 알바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대략 102시간(610,000 / 6,030)을 일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일주일이 168시간이라는 점에서 볼 때, 대학생활과 알바를 함께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결국 등록금과 주거비 등 굵직한 지출은 물론이거니와 외식비와 술값, 의류비 등 용돈까지도 상당 부분 부모에게 의지하거나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

_오늘도 청년 중 누군가는 줄어드는 계좌잔액을 확인하며 내일의 삶을 돈 몇 푼으로 계산한다. 휴일이면 집밖을 나서기조차 부담스러워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미래에 떠안게 될 빚을 각오하고 어쩔 수 없이 학자금을 대출받는다. 돈의 미로에 갇힌 오늘의 청년, 전쟁과도 같은 청년의 삶에 출구는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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