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수심아래 상처를 건져내다
깊은 수심아래 상처를 건져내다
  • 윤종건 기자
  • 승인 2016.06.07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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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어떻게 인양되는가?

 

_세월호 인양공정이 진행 중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4월 14일 세월호 인양공정의 구체적 계획을 밝혔다. 오는 7월 인양을 목표로 선수 들기 및 리프팅 프레임 설치 등 고난도의 단계별 공정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번 작업은 길이 145M의 선체를 수중에서 절단하지 않고, 통째로 인양하는 방식을 택했다. 미수습자를 최대한 온전하게 수습하기 위해서다. 인양하중은 2010년에 인양했던 천안함의 약 10배에 달하며 동원되는 크레인의 성능(인양능력)도 약 3배에 달한다. 이번 인양이 성공할 경우 절단 없이 선체를 통째로 인양한 세계최대 규모를 기록하게 된다.

 

_본격적인 인양작업에 앞서 철제 유실방지망과 사각펜스 설치가 3월 내 이루어졌다. 세월호를 들어 올릴 때 미수습자 유실을 원천봉쇄하려는 조치이다. 이 또한 세계적으로 처음 시도되는 작업이다. 그 동안 잠수사들이 세월호의 출입구와 창문에 일일이 철제망을 설치했지만,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곳이 있기에 아예 세월호 전체를 둘러싸기로 결정했다.

철제 유실방지망 및 사각펜스 설치 계획

 

선체의 중량을 줄여라

_본격적인 인양작업을 위해 4월 초부터 선체의 중량을 줄이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우선 세월호에 설치되어 있는 밸러스트 탱크(Ballast Tank)에 공기를 주입하는 작업이다. 밸러스트 탱크란 선박을 가라 앉히는 일과 좌우의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하는 물탱크로서 배의 적재량을 감안해 해수를 넣었다 빼었다 하면서 균형을 유지하게 한다. 특히 세월호 침몰의 중요한 원인으로 평형수(배의 수평을 맞추기 위해 사용되는 물) 조절이 지적되었는데, 이 평형수가 담기는 곳이 바로 밸러스트 탱크다. 세월호에는 총 10곳의 밸러스트 탱크가 설치되어 있으며, 이곳에 공기를 주입함으로써 1,500톤의 부력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_밸러스트 탱크에 공기를 주입하는 것 외에도 선체 안과 바깥쪽에 공기를 주입해 부력을 확보하는 추가 부력재가 설치되었다. 추가 부력재는 일종의 튜브 역할을 한다. 선체 내부에 투입되는 에어백의 경우 27개를 투입해 총 1,150톤의 부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9개가 투입되는 폰툰*은 선체 외부에 설치되어 총 2,350톤의 부력을 추가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 이로서 총 5,000(1,500+2,350+1,150)톤의 부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수중 선체 중량이 8,300톤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러한 부력확보 작업을 통해 3,300(8,300-5,000)톤까지 선체의 중량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체 내부에 설치하는 에어백

 

선체 외부에 설치하는 폰툰

폰툰(pontoon) : 바닥이 평평한 상자형 부유 구조물이다. 세월호 인양과정에서는 물탱크 형태의 대형 에어백으로 사용된다.

 

받침대 설치

_선체의 중량이 줄어든 후, 세월호 선수를 5°정도 들어 해저면과 선수 사이로 인양용 리프팅 빔(lifting beam)을 설치한다. 리프팅 빔이란 인양 시 받침대의 역할을 하는 장비다. 약해진 선체가 파손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되었다. 이 리프팅 빔 27개 중 19개를 선수 밑에 한꺼번에 집어넣고 선수를 다시 내려놓는다. 그리고 나머지 8개의 리프팅 빔은 선미와 해저면 공간 사이에 집어넣는다. 선미와 해저면에는 이미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리프팅 빔 설치를 위해 이미 약 4개월(’16.1~4)에 걸쳐 해저 바닥면을 평평하게 하는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본격적으로 끌어올릴 준비

_선체의 받침대 역할을 하는 리프팅 빔 설치가 끝나면, 리프팅 빔의 끝단에 연결된 와이어와 리프팅 프레임을 연결한다. 리프팅 프레임(lifting frame)이란 각각의 와이어에 걸리는 하중을 조절해 인양 중 선체의 평형상태를 유지해준다. 또한 와이어가 선체에 닿지 않도록 해 와이어에 의해 선체가 손실되는 것도 막아준다. 리프팅 빔과 연결된 리프팅 프레임을 또 해상크레인*과 연결하면 끌어올릴 모든 연결 작업은 마무리된다.

 

*해상크레인 : 바다에서 침몰한 선박을 인양하는 데에 사용하는 기중기로서 이번 작업에는 중국 ZPMC사에서 제작한 12,000톤급 해상크레인이 사용되었다. 세월호는 약 10,000톤 급이다.

 

선체인양의 핵심, 플로팅 도크

_해상 크레인과의 연결까지 마무리된 세월호는 7월 중 기상 및 조류가 가장 양호한 시기에 끌어 올린다. 이 때 바로 육지로 건지는 것이 아닌 반 잠수상태로 대기 중인 플로팅 도크(floating dock)에 선적한다. 전문가들은 플로팅 도크가 세월호 선체 인양의 핵심으로 작용할 것이라 설명한다.

 

_플로팅 도크란 보통 해상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데 사용되는 대형 선박이다. 원래는 물 위에서 선박을 만들어 바다로 바로 띄어 보내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움직이는 조선소’라 불린다. 이 플로팅 도크의 원리는 간단하다. 장비 아래에 있는 도크의 문을 열면 자연스레 바닷물이 채워지면서 장비가 가라앉는다. 반대로 물을 빼내면 부력 때문에 위로 떠오른다. 하지만 그 힘은 엄청나 작년 국내에서 제작된 플로팅 도크의 경우 최대 24m까지 잠수가 가능하며, 최대 8만톤까지 부양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월호 인양에 사용하는 플로팅 도크는 국내 흥우산업(주)의 13,200톤급이며, 세월호 선체길이(145m)를 고려해 도크의 길이와 양측 벽면을 30m 연장(개조)할 예정이다.

 

플로팅 도크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_플로팅 도크가 선체 인양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본격 선체인양을 7월 중 기상 및 조류가 가장 양호한 시기로 잡은 것도 플로팅 도크가 태풍이 불거나 조류가 세면 인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월호가 침몰한 맹골수도의 경우 국내에서 물살이 빠르고 거세기로 손꼽히는 곳이다. 또한 플로팅 도크는 선박이지만 자체 동력이 없다. 순간순간 바뀌는 위치를 수정할 수도 없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엄청난 중량의 물체들이 서로 부딪히면 그 결과 또한 성공을 예측하기 어렵다.

 

_플로팅 도크에 선적한 세월호를 육상에 옮기는데는 또 다른 변수가 존재한다. 바로 무게중심이다. 출항 당시 선체의 무게중심은 선미로부터 60.35m였으나, 화물의 위치 이동 등으로 선미로부터 54.96m∼58.34m로 이동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철은 물의 약 8배에 가깝기 때문에 실제로 배를 인양하다 보면 무게가 어느 쪽에 쏠려 있을 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수평을 맞추더라도 어느 한쪽이 다시 올라와 경사 쪽으로 미끄러져 다시 침수할 가능성도 있다.

 

운반 및 육상 거치

_세월호가 선적된 플로팅 도크가 부두에 접안한 후, 대형 운송 장비인 모듈 트랜스포터(M/T)가 세월호를 육지에 내려놓으면 인양은 마무리된다. 세월호 거치장소는 선체를 올릴 수 있도록 수심이 6m 이상이고 세월호 무게를 견딜 부지의 지지력을 뜻하는 상재하중은 ㎡당 2.72t 이상, 육상에서의 선체정리작업을 위해 부지는 2만㎡ 이상이어야 했다. 목포신항 철재부두는 세월호 인양현장에서 약 100㎞ 거리이면서 수심(12m)과 상재하중(㎡당 5t), 부지면적(10만㎡) 등 모든 조건이 거치장소로 부합했다. 그에 따라 세월호가 놓일 곳은 목포신항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그곳에서 본격적인 미수습자 수색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특히 긴 시간 바다에 있었던 만큼 선체가 물 밖에 나오는 순간부터 부식이 급속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신속한 수색이 이루어져야 한다.

세월호 거치장소로 선정된 목포 신항 (연합뉴스 제공)

 

 

 

_세월호 참사로부터 2년이 흘렀다. 그리고 이제 시작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인양 방식으로 여러 전문가들은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어느 공정하나 마음 놓을 수 없는 고난도의 연속이다. 부디 정부를 비롯한 참여 기업들의 신중하고 철저한 기술적 대책으로 아직 돌아오지 못한 그들이 온전히 수습될 수 있기를, 그리고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의혹들을 풀어 유가족과 국민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윤종건 기자

j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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