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선배] 꿈이 아닌 현실에서의 열정으로
[기자가만난선배] 꿈이 아닌 현실에서의 열정으로
  • 장민주 기자
  • 승인 2016.06.13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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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준 법률사무소 천영준 동문(해사법학부.98)

억지로 붙잡지 말고, 한번쯤은 화끈하게


_ 천 동문은 하루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하지만 종일 책만 보고 그 속에 매몰되어있자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갑갑할 때가 많았다. 가끔 저녁을 위해 찾은 분식집 TV에서는 ‘왕건’이란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비록 10분이였지만 저렇게 재미있는 드라마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빠져들었다”며 “사극 ‘왕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볼 시간이 있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으로 인식될 정도였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날이 좋은 주말 무미건조한 책만 읽는 나를 보며, 이게 과연 좋은 인생일까 의문도 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_ 분명 확고한 꿈이 있기 때문에 고시 생활을 견뎌냈지만 가끔 반복되는 일상에서 오는 답답함과 스트레스에 깊게 빠져 버리는 일도 있었다. 천 동문은 “그럴 때면 책을 시원하게 던져 버리고 그 날 하루는 하고 싶은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며 “종일 술만 마시기도 하고, 보고 싶었던 영화를 연속으로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 오히려 자연스럽게 죄책감이 몰려왔고, 놀아도 마음이 편하지 않기 때문에 저절로 다시 책을 잡게 됐다고 한다.

 


재미가 있는 곳에 꾸준함도 있다


_ 하지만, 일탈의 날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고, 연애, 학과생활, 학점도 기회비용일 뿐 오로지 사법고시 준비에 가장 큰 가치를 두었다. 어린 시절부터 어려운 책일지라도 관심 있는 분야라면, 혼자 책을 파헤쳐 나갔는데, 특히 “한문으로 써져있는 법 관련 책을 읽으며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법학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법과 관련된 실무 자격증 중에서는 변호사 자격증이 최고라고 생각해, 변호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법학과에 입학 하자마자 독학으로 사법시험 준비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준비기간 동안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하루에 8시간 이상 공부한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켰다.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법은 법에 대한 애정이었다. 재미가 있었기 때문에 쉽지 않은 고시 공부 였지만 그 생활을 버텨낼 수 있던 것이 아닐까?
_ 천 동문의 꾸준함은 사법고시 1차 시험에 지원한 4번의 경력이 말해준다. ‘하다보면 언젠가는 되겠지. 지금까지 몰랐던 것은 언젠가는 알게 된다. 믿고 해보자’ 라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합격이 결정된 네 번째 시험은 느낌부터가 달랐다. “시험지가 있으면 답이 딱 눈에 보였고, 운도 따랐다. 독일어 시험 시간, 무슨 스포츠를 말하는 것인지 고르는 문제였다. 공부가 부족했지만, 생각해보니 그 당시가 2002년도였고 ‘이건 싸이코가 낸 문제가 아닌 이상 축구가 답일 수 밖에 없다.’ 라고 생각해 축구로 답을 찍었다. 시험을 마친 후 확인해 보니 정말 답이 맞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89점, 마침내 천 동문은 4번의 도전 끝에 커트라인보다 무려 7점이나 높은 점수로 1차시험에 합격을 받아냈다.

 


시험을 맞이하는 자세


_ 천 동문은 시험을 맞이할 때의 마음가짐과 자세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


● 실전은 최고의 모의고사
_ 최고의 모의고사는 시험장에 직접 들어가 그 시험을 응시하는 것.
2000년도에 천 동문은 군복무관 시험을 치기위해 서울로 올라갔다. 시험당일 아침, 우연히 만난 동기로부터 무심코 음료수를 받아 마셨다. 시험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변이 마구 마렵기 시작했다. 화장실을 가려면 시험을 포기하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합격하리라는 보장도 없었기에 나갈까 말까 엄청난 고민을 하였다. “‘서울까지 왔는데...’라는 생각이 들자 도저히 포기가 안 되어 손을 들고 감독관에게 “소변이 마렵다”고 말을 했다. 그러자 감독관은 봉지를 주며 교탁 앞에 나오라 신호를 주었다. 시험장 속 여 응시생도 함께 있었기에 무척 당황했지만, 민망함을 참아 내고 일을 해결 하였다. 그는 “지금에서 보면 다분히 인격 침해 요인이지만, 실전만큼 좋은 경험은 없다는 생각에 묵묵히 시험을 마치고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한 노력을 들여 치루어 낸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떨어졌지만 "그 때 시험을 끝까지 보고 나온 것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 떨어지는 것은 상관 하지 말고, 시험요건 자격이 된다면 무조건 시험장에 들어가라."며"시험장에 직접 들어가서 그 숨 막히는 긴장감과 순간적인 집중력을 경험 하는 것은 학원 모의고사와 차원이 다른 스킬을 배우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 마지막 장까지 무소의 뿔처럼 가라
_ 책을 끝까지 읽어보지도 않고 덮지 말라.
“몇 십년, 몇 백년이 쌓여 만들어진 책을 처음부터 이해하려 드는 것은 절대 오만이다. 법학 서적을 예로 들면 앞부분은 총론이고 뒷 부분은 각론이 있는데, 대부분이 총론만 봐 버리고 재미없어서 더는 안 본다. 책은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각론까지 가 보고, 그 뒤에 다시 총론으로 되돌아 오면 흥미도 생기고, 이해 되지 않았던 부분이 이해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일단은 이해하려는 욕심보다는 소설 읽듯이 끝까지 책을 1회독 먼저 하면 훨씬 흥미가 생겨 이해는 저절로 따라와 질 것이다”라고 전했다.


● 숨통을 트이게 해 주는 시간
_ 바쁜 일이 있더라도 사람들과 보내는 어느 정도의 시간은 더 길게, 더 멀리, 갈 수 있는 힘이 된다. “고시공부가 정말 외롭다. 운이 좋게도 한국해양대학교 국제대 고시원에 있던 사람들을 신림동으로 올라가 공부를 할 때에도 만날 수 있어서 의지가 참 많이 되었다”고 말하며, 혼자 올라와서 시험 준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일주일 내내 책만 보고, 사람이랑 대화 한마디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며" 이는 외로움에 빨리 지치게 되고, 정신이 멍해진다고 설명했다. 같이 노는 길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밥 먹고, 담배 피고, 커피 마시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1시간 정도의 시간은 마라톤 같은 긴 시험에서 정신건강 유지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고 한다. 천 동문은 그 분들이 있기에 합격이 가능했고, 아직까지도 “형님, 형님!” 하면서 관계를 유지할 정도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변호사라는 직업은 여전히 매력적


_ 천영준 동문의 사무실에는 해결된, 해결해야 하는 사건들이 둘둘 말려져 책장 가득히 쌓여져 있었다. 일이 많아 보여, 요즘은 주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지 물었다. “민사, 형사 사건은 기본적으로 하고 있고, 최근 해운업 및 조선업이 어려워짐에 따라 이러한 회사들에 대한 회생업무, 파산업무 사건이 많다.”라고 했다.
_ 요즈음 로스쿨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변호사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지 질문했다. 천 동문은 “단순히 수입적으로만 판단하면 변호사 업계도 무한경쟁시대를 맞이하여 과거에 비해 갈수록 어려워지는 건 사실이지만, 이러한 점은 도전정신으로 새로운 업무개척, 해외개척 등으로 해결하면 되고, 수입적인 측면으로만 판단하지 않는다면 인권분야, 노동분야, 국제기구 등 하고싶은 영역에서 평생 일을 할 수 있으므로 로스쿨 시대의 변호사 역시 여전히 매력적인 자격증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전했다.

_치열한 인생 속에서 얻은 좋은 교훈들을 후배들에게 나눠준 천동문에게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떠한 변호사가 되고 싶은지 듣고 싶었다. “기본적으로 변호사법에 변호사는 인권을 옹호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저는 맡은 의뢰인을 최고로 변호하고 옹호하는 것이 곧 인권을 옹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의뢰인에 최선을 다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변호사 일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결혼을 해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의뢰인을 지켜 온 것처럼, 가족들도 보호하고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하고 인자한 미소로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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