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비 감사위원회의 허와 실
[대학]과비 감사위원회의 허와 실
  • 김수영 기자
  • 승인 2016.09.01 1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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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의 시작, 과비는 핫 하다. 금액부터 방법, 납부의 강요까지. 내는 사람이나 걷는 사람이나 어려움과 고민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게 있다. 바로 사용내역이다. 어디에, 얼마를, 어떻게, 왜 사용했는가? 종강총회의 ppt 한 장으로는 이 모든 걸 해결해 주지 못한다. 학생회의 과비 사용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불신을 잠식시키기 위해 과비감사위원회가 탄생한다.

 

과비 감사위원회의 출범과 변화

▲ 과비 납부 독려를 위한 포스터

_ 2015년 6월 우리대학에 과비감사위원회가 처음 출범하였다. 그간 논란의 소지가 있어 왔던 과비의 사용과 관련하여 감사를 통해 투명성과 신빙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부총학생회장을 감사위원장, 각 단과대 부회장과 총동아리연합회 부회장을 감사위원으로 위원회를 구성한다. 구성된 위원회는 매 학기 말 감사를 실시한다. 하지만 작년의 경우 2학기 감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후 2016년 4월, 현 총학생회(See U)는 “과비의 투명성을 확인하기 위해 과비감사위원회를 강화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각 단대별 무작위 추첨으로 한 개 학과를 감사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모든 학과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운영은 강화했지만 불신은 여전해
_ ‘과비사용의 신뢰도’를 파악하고자 설문조사를 포함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학과 집부의 과비사용과 내역공개에 대해 신뢰하는가? 라는 질문에 신뢰한다_41.2%, 보통이다_41.2%, 신뢰하지 않는다_17.7%로 나타났다. ▲올해와 작년을 비교하여 집부의 과비사용에 대한 신뢰도 차이는?의 물음에 높아졌다_26.5%, 작년과 다르지 않다_58.8%, 낮아졌다_14.7%를 기록했다. 작년과 비교하여 과비운영위원회의 감사를 강화했다고 하지만 실제 학생들이 느끼는 신뢰도에는 많은 차이가 있지 않았다. 더욱이 ▲과비감사위원회에 대해 알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절반의 학생이 ‘모르고 있다’고 대답했다.


16년도 1차 감사 결과
_ 지난 6월 7일~20일 전체 학과에 대한 과비감사가 진행되었다. 감사는 각 학과 회장에게 받은 통장사본, 사용내역, 영수증을 비교·대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과비감사위원장 박재현 부총학생회장은 “감사결과는 이상 없이 잘 마무리되었지만 영어영문학과, 동아시아학과, 전기전자공학부 전자통신공학전공 3개 학과에 대한 추가 감사를 실시하였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이 외에 몇 학과들의 경우 현금을 뽑아 사용하고 잔돈이 입금되지 않은 것이 확인되어 영수증과 대조, 차익금을 입금하도록 하였다.
_ ▲영어영문학과-모든 계산이 현금으로 이루어져 직접 불러 감사를 진행함 ▲동아시아학과-축제기간 중 발생한 이익이 입금되지 않아 추가감사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 홈커밍데이 행사에 그 이익을 사용함 ▲전기전자공학부(전자통신공학전공)-처음 보내온 엑셀자료와 영수증처리가 미흡하여 보충 후 다시 감사를 진행함


정작 과비의 주인 학생들은 몰랐다
_ 과비감사위원회는 공식 감사결과 특이사항이 없는 것으로 1차 감사를 결론지었다. 박재현 위원장은 “위원회 회의를 통해서 이상이 있는 과를 공고하기로 결정했고, 결과는 각 학과 회장들에게 공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감사결과는 과비의 납부자이자 주인인 학생들에게 공고되지 않았다. 최이현(제어자동화공학부·13)학생은 “과비감사위원회에 대해 처음 들었고, 1학기에 감사가 진행되었다는 사실 또한 몰랐었다”고 전했다. 동아시아학과 소속 모 학생은 “학과 내부적으로 감사결과에 대한 알림이 전혀 없어 추가 감사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학과 회장들에게 공지를 했고, 회장들이 각 학과 학생들에게 전달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과비 감사위원회 문제는 없는가?
_ 출범 2년째를 맞이한 과비 감사위원회가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아직 세부화 되지 않는 운영 방식과 감사 실시의 정례화 등이 이를 말해준다. 다음은 1차 감사 후 기자와 만난 3인의 학회장 인터뷰와 익명의 제보자를 통해 제보된 과비의 공금유용 자료, 타 대학의 사례를 통해 현 과비 감사위원회의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➊ 서로를 향한 감사의 공정성은?
_ 감사위원회는 부총학생회장을 비롯하여 각 단과대학 부회장, 총동아리 연합회 부회장으로 총 6명이 구성되어 있다. 이에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각 학과가 소속되어 있는 단과대 부회장은 해당학과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국제대학 소속 학과의 감사에 국제대학 부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5인의 위원이 감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공정성 확보에 그 이유가 있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공과대학 소속 A학과 회장은 “총학의 주관하에 실시된다고 하지만, 같은 학생회끼리 엄중하게 공정성을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현 방식에 대해 공정하지 않을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해과기대 소속 모 학생은 “감사위원회는 학생회 임원이 아닌 정말로 독립된 제3의 기구가 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총학생회 및 단대별 학생회에 대한 감시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_ 숭실대 중앙감사위원회의 경우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신뢰를 증진시키기 위해 독립된 학내 기구로서 중앙선거를 통해 감사위원장을 선출한다. 이후 감사위원장은 공고를 통해 지원자를 받아 8~9인의 감사위원을 구성한다.


➋간이영수증도 OK
_ 간이영수증이란 약식으로 간단한 기재사항만 기재하여 발급하는 계산서를 말한다. 따라서 발급자는 임의로 품목과 금액을 기재할 수 있다. 이 같은 특징에 간이 영수증은 비어있는 영수증을 대신하기도 한다. 실제 국제대학 모 학과에서 집행부를 했던 B학생은 “비어있는 영수증을 간이영수증으로 채우는 사례를 종종 봐왔다”고 말했다. 또한 공과대학 모 학과 총무는 “태종대 앞 ㄱ식당에서 개강총회 후 계산을 하고 영수증을 발급받는데, 영수증을 기록하며 착하게 해줄까? 나쁘게 해줄까? 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박 위원장은 “실제로 감사를 위해 제출된 자료 중 간이영수증이 몇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현금 계산시 상대적으로 저렴할 때가 있어 그 점을 고려하여 간이영수증을 인정했다”며 “간이영수증이 악용되기도 하지만, 회장들을 통해 설명을 들었고 타당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➌ 공금의 과비, 개인용도로 지출돼


_ 취재 중 기자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확보한 공과대학 데이터 정보학과의 공금유용 정황을 파악했다. 공금유용이란 ‘단체의 운영을 위하여 마련한 자금을 개인이 사사로이 돌려쓰는 일’을 지칭한다. 형법상 공금유용은 공금횡령과 구분하지 않고 횡령죄로 처벌된다. 횡령죄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업무상 횡령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다음은 데이터 정보학과의 통장 사본을 토대로 작성한 도표이다. 소액의 결제로 공적인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심지어 머리를 자르는 등 개인적 용도까지 공금(과비)을 이용하였다. 이렇게 인출된 금액은 며칠 내 채워 넣었다. 하지만 데이터 정보학과는 과비감사위원회가 실시한 추가감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_ 이에 대해 데이터 정보학과 회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개인카드로 결제를 하려 했으나 카드 인식이 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과비가 있는 카드를 사용했다”며 “바로 과비를 채워두었다”고 해명했다. 더불어 박 위원장은 “해당 학과회장에 대해 경고를 주었다. 재발 시 조치를 취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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