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국립대 연합체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
[대학] 국립대 연합체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
  • 윤종건 기자
  • 승인 2016.09.06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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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과연 합쳐질 것인가? 지난 3월 교육부는 국립대 연합체의 화두를 던졌다. 나날이 줄어드는 학령인구에 대비한 선제적 구조개혁 조치로서 연합대학을 구축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6월 부산대 전호환 총장은 취임식에서 부산지역 국립대 연합체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내 놓았다. 그는 “학생수 급감 등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는 차원에서 부산지역 4개 국립대학의 통합을 추진, 캠퍼스별로 특화된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복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대와 부산대 총학생회는 국립대 연합체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잇달아 내놓으며 대학 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국립대 연합체, 그 실상은 무엇인가?

 

사건의 발단 : 학령인구 절벽 시대

_ 국립대 연합체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대학 입학자원의 급격한 감소에서 비롯되었다. 현재의 입학정원이 유지될 경우 2018학년도부터 대학 입학정원이 고교 졸업자수보다 많아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이에 2023학년도에는 약 16만 명의 입학자원이 부족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다시 말해 국내 대학 2곳 중 1곳 이상을 줄여야 할 형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립대학의 경쟁력과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제안된 것이 바로 국립대 연합체이다.

부산지역 국립대 연합체 모델

_ 전 총장은 기본적으로 각 대학마다의 특성화 전략을 세워 4개 대학의 연합체를 구성하는 복안을 내 놓았다. 광역단체 가운데 4개 국립대가 위치한 곳은 부산이 유일하다. 특히 부산의 각 대학은 규모와 특성에 따라 그 유형을 달리한다. 가장 규모가 큰 부산대는 거점국립대, 부경대는 지역중심대로 분류된다. 또한 해양분야에 특화된 한국해양대는 특수목적대,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부산교대는 교원양성대이다. 아래 그림은 지난 7월 22일 부산대에서 열린 지역거점대 총장 협의회에서 논의된 연합대학 모델이다.

 


_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연구중심대학(A대학)의 경우 규모가 가장 큰 부산대가 할 가능성이 높으며, 자연스레 부경대는 교육중심대학(B대학)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수 인력양성(C대학)과 교원양성 대학(D대학)의 역할을 각각 한국해양대와 부산교대가 담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모델의 추진은 대학별로 운영체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대학 간 장벽을 제거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 첫 단계로 각 대학 도서관의 소장자료와 시설을 공유하고, 공동 보존 서고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대학 간 통합분야를 지속적으로 조정함으로써 국립대 연합체 모델을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연합체

_ 그러나 이 모든 모델과 추진계획을 구성하는 데 있어 부경대, 부산교대 그리고 한국해양대를 위한 자리는 없었다. 그저 거점국립대 총장들이 모여 어떻게 하면 주변의 국립대를 수월하게 끌어올 수 있을까를 논의한데서 나온 결과일 뿐이다. 박한일 총장 또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새로 취임한 이후 국립대 연합체와 관련해 부산대 총장과 실무적인 논의를 나눈 적은 없다”고 밝혔다. 물론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연합대학체제는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으나, 첫 과정부터 거점국립대인 부산대가 홀로 주도하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과정에 다른 대학의 의견이 얼마만큼이나 반영될지는 알 수 없다.

모든 것은 재정으로 통한다

_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번 국립대 연합체는 대학 별 특성화를 기본으로 한다. 이 과정에서 교수와 학생들은 소속 대학과 관계없이 자신의 전공이 특성화된 대학으로 이동해야 할 수도 있다. 대학 전체의 규모가 줄어드는 것 또한 피할 수 없기에 교육부가 이를 대학의 강제사항으로 못 박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국립대 연합체의 논의가 불거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은 돈이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연합체를 만들어 사업계획을 제출할 경우 우수한 연합체를 선정해 재정을 지원할 방침이다. 지금껏 교육부가 재정을 미끼로 대학들을 움직여 온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패턴이다. 이름조차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항목의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교육부는 학과조정과 총장선거제도와 같은 대학의 굵직굵직한 사안들을 처리해왔다. 이번 국립대 연합체 또한 교육부가 굳이 나서지 않고도 ‘국립대학 축소’라는 민감한 사안을 대학이 자발적으로 처리하게끔 유도했다. 우리대학 김용일 교수는 “OECD국가 대부분의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비중이 8:2인 것에 반해, 한국은 2:8로 국공립대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라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고등교육의 영리화가 바로 이곳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립대 연합체에 대해 “지금도 수가 부족한 국립대를 규모까지 줄이려는 매우 어리석은 정책이다”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국립대 연합체는 법인화의 일환?

_ 사실 이러한 국립대 연합체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당시 정부에서 추진됐지만 논란 끝에 무산되었다. 동일 권역의 3개 이상 국립대를 연합하고 3~5년 뒤 하나의 국립대 법인으로 통합하는 내용이었으나 당시 대학가에는 단일 법인으로 통합하는 것에 대한 반대의견이 많았다. 이를 감안해 이번에 추진하는 국립대 연합체 논의는 법인 통합은 포함하지 않고 전공만 통합하는 방안만 담겨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번 국립대 연합체가 법인화로 가는 초석이라며 이를 반대한다. 국립대 연합체가 학과조정·정원축소와 같은 대학의 효율성에 그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8일 부산대 총학생회는 “국립대 연합체가 국립대의 교육 공공성보다는 법인화 및 기초학문 축소의 우려를 안고 있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 국립대 법인화란 현재 ‘정부조직의 부속기관’으로의 법적지위를 갖고 있는 국립대학을 자율적으로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법률상의 권리와 의무의 주체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현재 국립대학에 들이는 예산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니 결국은 국가가 아닌 민간에서 대학을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_ 지금껏 국립대학은 재정지원을 앞세운 교육부에 못 이겨 학과를 조정하고, 재정회계법을 신설하고, 총장선거제도를 바꿨다. 이제는 대학 앞에 국립대 연합체라는 계단이 놓여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취업경쟁만큼이나 대학의 생존 또한 그 앞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립대 연합체가 진정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국립대 법인화를 위한 교육부의 계획에 불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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