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조도에 바람이 분다
[팩트체크] 조도에 바람이 분다
  • 윤종건 기자
  • 승인 2016.09.06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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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도바람 정말 강할까?

* 팩트체크란? 통설과 사실의 경계선에 있는 애매한 이야기들을 속 시원히 탈탈 털어주는 코너입니다.


해양대 3대 바보가 있다. 3단 우산을 쓰는 사람, 머리에 왁스를 바른 사람 그리고 플레어스커트를 입고 오는 사람. 이 모두 조도를 통하는 강력한 바람 때문에 생긴 이야기다. 비가 오는 날이면 학교에 들어가기조차 망설여지고,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바라보며 휴강만을 간절히 기다리는 우리들.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코끝을 자극하는 바닷바람 냄새를 맡으며 생각했다. 조도에 부는 바람, 정말 강한 것일까?

조도(朝島)에 관하여

_ 조도는 부산광역시 영도구 동삼동에 소재한 섬으로 한국해양대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남쪽과 서남쪽 해안을 제외하고 사면이 급하며 선박의 접안은 불가능하다. 조도에서의 월별 평균기온은 5.4~26.0℃의 분포를 보이는데, 계절별로는 여름철의 기후가 높고 겨울철에 가장 낮다. 하지만 조도의 겨울철 평균기온이 6.3℃인 반면, 부산지역 평균은 5.1℃로 나타나 조도의 겨울이 상대적으로 따뜻했다. 이는 조도가 대한해협을 북상하는 동한난류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또한 조도의 월평균기압은 7월 이후 12월까지 가파르게 상승(1009→1027hPa)하며, 1월 이후 5월까지 지속적으로 하강(1027→1007hPa)한다. 이러한 평균기압은 봄철과 여름철에 낮고, 가을철과 겨울철에 높아, 전형적인 내륙형의 기압변화와 비슷하다.

* 내륙형의 기압변화 : 육지는 바다에 비하여 열용량이 작으므로 여름에는 바다에 비하여 기온이 상승하여 기압이 낮아지고 겨울에는 기온이 하강하여 기압이 높아진다.

조도 바람에 대하여

_ 조도의 기온은 부산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이며, 기압의 경우는 내륙형의 기압을 보인다. 그렇다면 바람은 어떨까? 조도바람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는 조도의 바람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아래 [표 1]은 조도의 월별 평균풍속을 나타낸 것이다.

 

▲ [표 1] 조도의 월별 평균풍속 (m/s, 1999~2000년) (설동일 교수 제공)

_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조도의 월 평균풍속은 2.6~3.4m/s의 분포를 보이며, 평균풍속은 2.9m/s로 나타났다. 특히 월별(또는 계절별) 변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아래 [표 2]를 보자. 이는 부산지역 월별 평균풍속을 나타낸 것이다.

 

▲[표 2] 부산지역 월별 평균풍속 (m/s, 2000년) (기상청 제공)

_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부산지역 월별 평균풍속은 3.0~4.5m/s의 분포를 보이며, 평균풍속은 3.5m/s로 나타났다. 조도의 평균풍속(2.9m/s)에 비해 약간 높은 수치다.

 

버스정류장이 무너진 그날

_2016년 4월 17일 새벽. 근래 들어 부산에 가장 큰 바람이 불었다. [그림 1]은 한반도를 통과하는 온대저기압의 이동경로를 나타낸 것이다. 저기압은 일반적으로 주위에 비해 기압이 낮아서 그 중심을 향해 바람이 불어 들어간다. (4)번 위쪽 경로를 보자. 양쯔강 유역에서 동중국해를 거쳐 동해상으로 북동진하는 경로를 따르고 있다. 당시 부산지역에 강풍이 분 것도 바로 이와 유사한 온대저기압의 영향권 내에 있었기 때문이다.

▲ [그림 1]한반도를 통과하는 온대저기압의 이동경로

_ 물론 4월 17일 조도의 풍속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는 없다. 하지만 버스정류장이 무너지고 승선생활관 앞 현수막 기둥이 쓰러지는 등 크고 작은 피해들이 속출된 것으로 보아 상당히 강한바람이 불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 무너진 버스정류장

▲ 쓰러진 승선생활관 앞 현수막 기둥


_ 그러나 이 바람이 조도에만 영향을 미쳤을까? 아래 [표 3]을 보자.

 

▲ [표 3] 2016년 4월 17일 (00:40~01:00) 지역별 평균풍속

_ 우선 영도구 동삼동의 평균풍속은 9.8m/s로 기록되었다. 지리학적으로 바람은 그 풍속에 따라 풍력계급을 나눈다. 평균풍속이 8.0~10.7m/s의 범위에 속하는 바람을 흔들바람(Fresh Breeze)이라 부르며, 이는 잎이 무성한 작은 나무 전체가 흔들리고 강물에 잔물결이 일어나는 정도다. 당시 조도에 있던 피해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_ 그러나 북항의 풍속을 보자. 18.4m/s가 기록되었다. 이는 17.2~20.7m/s에 속하는 큰 바람(gale)으로 잔가지가 꺾어지고 걸어갈 수가 없을 정도다. 남항 또한 20.1m/s로 기록되어 유사한 세기의 바람이 불었다. 특히 남항의 경우 순간풍속이 최대 26.0m/s(00:49)를 기록해 정박 중이던 화물선 ‘오션탱고호’가 부산 영도 서쪽 해안에 좌초되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4월 17일에 큰 바람이 분 것은 조도만의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조도만을 위한 바람은 없다

 

▲ 우리대학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및 남항을 나타낸 지도

_ 하리와 조도는 가깝게 붙어있지만, 지형적으로는 상당부분 차이를 보인다. 조도의 경우 서쪽이 영도로 막힌 것을 제외하면, 오륙도가 있는 동쪽, 대한해협으로 뻗어가는 남쪽, 북항이 위치한 북쪽까지 모두 바다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이 바다에서의 풍속은 육상에서의 풍속보다 대부분 강하다. 마찰저항이 적기 때문이다.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보다는 덜하겠지만, 조도의 바람도 섬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_ 반면에 우리대학 학생들의 주 거주지인 하리의 경우를 보자. 서쪽은 예비군 훈련장, 남쪽은 태종대, 북쪽은 건물들로 메워져 있다. 조도를 바라보는 동쪽만이 바다로 뻗어 있을 뿐이다. 우리가 하리의 바람이 조도에 비해 약하다고 느낀 것도 바로 이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를 영도 전체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영도 내에서도 지형에 따른 풍속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남항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조도는 섬 날씨에 충실할 뿐이다

_ 물론 조도에서 생활하다 동삼동 혹은 남포, 서면등과 같이 시내를 나가면 바람이 약하게 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단지 조도이기 때문에 바람이 강한 것이 아니라, 부산지역에 위치한 다른 섬도 이와 유사한 날씨를 보인다. 우리가 조도의 바람을 강하게 느끼는 이유에 대해 우리대학 설동일 교수는 “학생들 대부분의 생활이 조도와 하리에서 주로 이루어지다보니 강하게 느낄 뿐이다”라며 “부산에 위치한 가덕도만 가더라도 조도보다는 훨씬 강한 바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굳이 조도의 바람이 강한 이유를 말하자면 섬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순 있지만, 조도만의 강한 바람이다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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