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학술] 안전한 바닷길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e-내비게이션
[해양학술] 안전한 바닷길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e-내비게이션
  • 윤종건 기자
  • 승인 2016.09.06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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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 4월 15일. 거대 여객선 타이타닉 호는 미국의 뉴욕을 향하던 중 빙산과 충돌해 침몰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1,5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최고의 해난사고 타이타닉 호 참사다. 사건이 벌어진 후 해상에서의 안전과 예방체계에 대한 국제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으며, 이를 통해 선박에의 무선통신장치 설치는 점차적으로 의무화되었다. 그럼에도 지구상의 해난사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5년 발생한 국내 해양사고는 총 2139건으로, 2014년에 발생한 1565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정부는 해양사고예방을 위해 e-내비게이션의 도입의지를 밝혔다. 2020년이면 한국형 e-내비게이션이 그 빛을 본다.

e-내비게이션이란?
_ IMO의 정의에 따르면 e-내비게이션은 ‘선박이 항구에서 항구로 항해할 때 해양환경보호와 해상에서 안전과 보안을 목적으로 항해와 관련 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해 전자적 수단에 의해 육상과 선박의 해양 정보를 일관되게 수집, 통합, 교환, 표현 및 분석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존의 선박운항·조선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여 해상 무선통신환경을 개선하는 ‘차세대 해양안전종합관리체계’이다. 선박은 전자해도를 기반으로 항법시스템을 표준화·디지털화할 수 있으며, 육상에서는 관제·모니터링을 통해 선박안전 운항을 원격으로 지원한다.
_ 그렇다면 지금껏 각 국가마다 개발하고 이용해왔던 무선통신장치가 있음에도 e-내비게이션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적으로 e-내비게이션은 조화(harmonization)를 지향한다. 예를 들어 각 선박에는 육지 혹은 선박간의 통신을 위한 시스템이 존재한다. 원활한 대화가 가능하려면 이 통신기술이 잘 작동해야한다. 하지만 선박간의 통신기술에 표준이 없어 정보전달이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에 각종 정보를 통합하고 표준화하고 디지털화하여 실시간으로 해상정보를 상호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통신망뿐만 아니라 전자해도, 레이더 등 많은 안전 항행 장치들에도 일관되게 적용된다. 우리대학 유영호 교수는 “e-내비게이션은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는 개념에서 나아가 안전하고 효율적인 항해를 위한 해상운송의 신(新) 패러다임을 개척해가는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e-내비게이션이 시행되기까지
_ 2005년 11월. 영국은 해상운송의 안전과 효율을 위해 새로운 전자항법체계인 e-내비게이션(Navigation)을 제안한다. 이후 IMO내의 지속적인 분야별 회의를 통해 e-내비게이션 도입을 위한 논의가 이루어져 왔으며, 2008년 11월에는 e-내비게이션 전략이행계획안이 확정되었다. ‘전략이행계획안’이란 e-내비게이션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시행 이전에 기술, 구조, 경제성 등을 파악하고 수정해가는 과정이다. [그림 1]은 IMO가 확정한 e-내비게이션의 전략 및 이행계획 개발안이다.

 

[그림 1] IMO가 확정한 e-내비게이션의 전략 및 이행계획


_ 이러한 계획을 토대로 2010년 7월, 사용자 요구사항 분석을 시작하였다. 이어 기존 시스템과 요구 시스템의 격차를 분석하였으며, 최종 솔루션과 위험분석 및 비용편익분석 결과를 채택하였다. 이를 통해 2014년 7월 모든 이행계획을 완료하였으며, 같은 해 11월 결과가 채택되었다. 이로서 e-내비게이션 실행의 기반이 완성된 것이다. 그리고 2018년까지 e-내비게이션 시행을 위한 관련 국제협약 제·개정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e-내비게이션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❶ 최적항해계획 수립 지원 : 해양안전 빅데이터를 활용한 선박의 최단 시간, 최소 유류 소비 항로의 선정을 지원
❷ 일괄보고지원(싱글윈도우) : 입·출항시 필요한 서류들을 일괄 취합·분배 하여 선박과 육상의 행정업무 간소화 지원
❸ 선박 운항 상태 모니터링 : 선박의 각종 센서정보의 취합 및 선박운항 상태 모니터링으로 해양사고 예방
❹ 충돌과 좌초 경고 : 충돌이나 좌초 등의 위험 상황을 자동으로 인식하여 미리 위험을 경고
❺ 사고 초기대응 : 해양사고 및 위험상황 발생시 주변선박과 구조 지원세력에 신속한 사고 상황 전파
❻ 선박 맞춤형 서비스 제공 : 실시간 기상정보, 계절별 통항 집중해역 정보 등 선박 맞춤형 서비스 제공
❼ 입항지원 : 선석운영, 도선, 하역작업 등 항만운영 정보 제공을 통한 선박운항, 항만운영 효율성 제고

한국의 e-내비게이션
_ IMO의 e-내비게이션의 개념은 국제 항행 선박을 대상으로 한다. ‘국제 항행 선박’이란 500톤 이상의 해상인명안전협약인 SOLAS의 적용을 받는 선박을 말한다. 만약 이 개념을 우리나라에 곧바로 도입한다면 해사안전 환경을 반영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아래 [표 1]은 최근 3년간 선종별 국내 해양사고 발생현황이며, [표 2]는 최근 3년간 선박톤수별 국내 해양사고 발생현황이다.

[표 1] 최근 3년간 선종별 국내 해양사고 발생현황

[표 2] 최근 3년간 선박톤수별 국내 해양사고 발생현황

_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내 해양사고의 70% 이상은 어선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100톤 미만 소형 선박 사고가 전체의 74%를 차지하는 현실이다. 이를 고려할 때 이들 어선과 소형 선박에 대한 대책이 없이는 e-내비게이션 도입에 따른 해양사고 예방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연안 소형선, 어선, 레저선박용 e-내비게이션 단말기 및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국내 해사안전을 위해 추가해야 할 분야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과정에 있다.

기술선점을 향한 경쟁
_ 이러한 e-내비게이션을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각종 장비와 기술이 필요한 만큼, 세계 각국의 기술선점 경쟁은 치열하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누가 표준을 장악하느냐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e-내비게이션이 출발하는 시점인 2019년의 세계 기술시장의 규모는 1,200조 규모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유영호 교수는 “세계 각국이 e-내비게이션에 달려드는 이유는 안전에 대한 것도 있지만, 이것의 경제효과를 보고 달려드는 측면도 작지 않다”고 말했다.
_ 국내의 경우 해양수산부에서 해양사고의 획기적 예방뿐 아니라 연관 산업의 융·복합 발전을 위한 촉매로써의 e-내비게이션 기능을 본격적으로 인지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2013년 11월 경제장관 회의보고에서 창조경제의 대표사례로써 해양안전 증진 및 산업화를 위하여 e-내비게이션 대응전략을 국가계획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2014년 1월부터 11월동안 e-내비게이션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 후 정책적, 경제적, 기술적 타당성을 검증받았다. 그리고 2014년 11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함으로써 본격적인 사업추진의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IT, 조선, 해양플랜트, 해운 산업의 경쟁력과 노하우를 충분히 발휘한다면 e-내비게이션 시장에서 40∼60%의 시장 점유율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 한국형 e-내비게이션

한국형 e-Navigation 더 날아오를 수 있을까?
_ 해양수산부는 앞으로 연안여객선, 위험물운반선, 어선 등 국내외 운항선박의 위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선박에 해양안전 정보를 제공하는 e-내비게이션 상용화 기술과 이를 활용한 운영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연안 100km 이내 바다에서도 휴대폰 이용과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도록 초고속 해상무선통신망(LTE-M)도 구축한다. 그리고 덴마크, 스웨덴 등 기술선진국과 시범사업(Test-Bed)을 실시하여 중요 기술을 개발·공유하고, 아시아·태평양지역 e-내비게이션 지역회의체를 창설 추진한다. 이를 통하여 국제해사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핵심기술의 국제 표준화에도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_ 한편 유영호 교수는 국내 e-내비게이션 개발 업무가 일원화되지 못한 것을 지적했다. 당초 해양수산부가 e-내비게이션의 통신, 표준, 서비스를 비롯해 장비까지 함께 책임지고 일을 진행하려했으나, 장비부문이 산업통상자원부로 옮겨가면서 예산마저 삭감됐다. 유 교수는 “정부 업무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e-내비게이션이 따로 개발되고 범정부 총괄 협의체가 제대로 구성되지 않는 상황에서 2020년까지 원활한 준비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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