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모르는 건가 모른 척 하는 건가?
[취재수첩] 모르는 건가 모른 척 하는 건가?
  • 윤종건 기자
  • 승인 2016.09.06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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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다른 기사도 그렇겠지만 특히 대학기사를 쓸 때면 언제나 답답하다. 교육부가 내놓은 정책을 뜯어볼 때마다 내가 잘못 이해한건가 싶을 정도로 ‘말이 안 맞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국립체 연합체에 대한 문제는 아직까지 가시화되지 않았으니 잠시 미뤄두고, 이번 취재수첩에서는 내년 혹은 내후년 있을 ‘대학구조개혁평가 2주기’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_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로 급변하는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을 극복하고자 대학의 정원을 ‘총량적으로’ 줄이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언뜻 보면 당연한 내용이다. 학생이 줄어드는 데 대학의 정원을 줄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교육부가 내세운 대학구조개혁평가의 목적에도 과연 부합할 것인가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_ 교육부는 “고등교육 생태계 보호 및 지역균형발전,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과 국가 경쟁력에 기여”하기 위해 이번 평가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첫 단추부터 교육부는 우리를 넘어 ‘세계인’의 상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을 처리해갔다. 우리나라 국립대와 사립대의 비율은 2:8로서, OECD 회원국 대부분이 8:2를 유지하는 것과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그럼에도 지난 1주기 평가는 어떠하였는가? 국립대와 사립대의 구분 없이 인원수를 줄이는 데에만 매몰되어 있었다.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를 끊임없이 외치는 이 정부의 기조에 고등교육은 없었다.
_ 지역균형발전의 경우도 모순이긴 마찬가지였다. 지난 1주기 평가에서 서울지역 대학 중 절반(47.1%)은 정원감축이 대학 자율에 맡겨지는 A등급을 받았다. 반면 정부재정지원이 제한되고, 10% 이상 정원 감축이 권고되는 D·E등급은 3곳 중 2곳(65.6%)이 지방대학이었다(4년제 대학 기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말을 쓰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교육의 질과 국가경쟁력을 기른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니 언제까지 얼마의 정원을 줄여야하고, 취업난이 심각해지니 산업수요에 맞춰 학과를 조정해야한다는 식의 ‘땜질식’ 정책에서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_ 대학의 존재 이유는 우리사회에서 이미 고루한 가치가 된 지 오래다. ‘대학이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명제에 동의하는 이는 얼마나 될까? 그렇기에 우리 고등교육은 현재 위기다. 미래에 학생수가 줄어들어서가 아니다. 진짜 위기는 사립대학의 과잉체제, 대학의 부정비리, 지역간·대학간의 불균형, 열악한 교육여건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고등교육 기관의 고질적 병폐에 있다. 위기를 위기인 줄 모르는 게 진짜 위기라고 했던가? 지금 교육부에 묻고 싶다. 지금 우리 고등교육의 위기를 정말 모르는 것인가 아님 모른 척 하는 것인가?

 

한국해양대신문사 사회문화부 윤종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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