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뜨겁다
[대학]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뜨겁다
  • 최원석 수습기자
  • 승인 2016.10.17 22: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는 새벽 밤에 방에 혼자서 노트북을 켜놓고 피아노 노래를 들으면서 인터넷 웹서핑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저 그랬던 노래가 그날따라 좋게 들리기도 하면서 지난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노래를 듣는 것뿐만 아니라 일주일에 하루는 밤늦게까지 노는 것도 기자에겐 하나의 낙이다. 틀에 짜인 일정만 소화하다가 하루쯤은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밤을 보내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다른 사람은 밤에 무엇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은 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을진대, 혹 또 다른 활동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들에게 밤은 무엇일까?

 

꿈을 찾는 아르바이트생

새벽 4시, 하리의 불은 꺼지지 않고 있다. 거리에는 술 취한 사람, 모여서 담배 피는 사람, 서둘러 제 갈길 가는 사람, 다음 장소로 어디를 갈지 결정하지 못한 채 그저 서있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심코 태종대 가는 길 근처에 있는 편의점으로 들어가자 아르바이트생 A씨(29)가 물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_ A씨는 대학 졸업 후 직장을 다니며 주말마다 틈틈이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면 낮에 시간 활용이 좀 더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재 하고 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낮과 밤의 생활을 바꿔 피곤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또한 가끔씩 우리 대학 학생들이 술 취한 채로 들어와 곤란한 일을 만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그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도 크게 상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_ 그는 왜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일까? 조심스럽게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해외 탐방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네팔로 봉사활동을 가기 위해 주말에도 밖으로 나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행자금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편의점에 들어섰을 때는 그저 용돈벌이를 하는 아르바이트생인 줄만 알았던 그가 이제는 큰 뜻을 가진 열정적인 청년으로 보이게 된 이유다.

 

부엉이 대학원생

비슷한 시각, 대학원 연구실의 불은 아직도 꺼지지 않고 있다. 어떤 일로 밤늦게 까지 활동하고 있는 것일까? 찾아 들어간 곳엔 우리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데이터정보학과 이재익 씨(27)가 있었다.
_ 그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빅데이터 중에서도 통계와 관련된 것들이다. 사실 그가 처음부터 대학원에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동기들과 마찬가지로 데이터 정보학과를 졸업한 후 취업해 그 또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자신의 전공을 살릴 전문화된 일이 아니어서 그는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 보다 심층적인 분야를 연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_ 처음 1학기 동안에는 회사생활과 병행했으나, 그와 같은 대학원생들에게 밤늦게까지 연구를 하는 것은 일상이다. 회사에서 퇴근한 후 곧바로 학교로 들어와 막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체력적으로도 시간적으로 힘에 부친 그는 과감히 회사를 관두고 대학원 생활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하고 싶었던 공부이니만큼 제대로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_ 보통은 밤 2~3시까지 연구실에 업무를 보다가 집에 간 후 7시에 일어난다. 어떤 날에는 밤 새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밤늦게까지 공부나 연구에만 몰두하다 보니 만성 피로는 물론 예전에 없었던 허리통증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만간 있을 학회와 학술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그저 참고 지낼 수밖에 없다. 힘들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처음에는 적응되지 않는 부분도 컸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_ 바쁜 생활에서도 그가 주로 즐기는 취미 중에 하나는 바로 축구다. 계속되는 연구 활동으로 축구장에 나가 직접 뛰지는 못하지만 그는 중계방송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웃어 보였다. 졸업 후 진로에 대해서도 스포츠 데이터 분석 관련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개인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데이터 정보 컨설팅도 그는 생각 중에 있다. 그는 “사람들은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분들에게 인구 유동 데이터 컨설팅으로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꺼지지 않는 연구실의 불만큼이나 그의 꿈도 함께 빛나는 새벽이었다.

 

어느 한 학생회장의 고민

불 켜진 하리의 술집 이곳저곳은 오늘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하루의 고단함을 하나 둘 털어놓으며 지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의 모습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 속에서 우리 대학에 재학 중인 박정현 학생(국제통상학과·12)을 만나 보았다.
_ 2012년 우리 대학에 입학한 그는 대학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실망감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본인 학과 전공의 특성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도 모르는 채, 그저 고등학교 시절과 마찬가지로 학교와 집을 왔다 갔다하는 일상이 무의미해 보였다. 게다가 같은 학과 학생들에게서는 학과에 대한 애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 또한 학과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고 적지 않은 후회도 찾아들었다. 결국 그는 학과를 재정비 하겠다는 각오로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게 되었고 결국 올 2학기 학생회장에 당선되었다.
_ 큰 각오를 갖고 시작했으나 학과를 이끌어 나가기란 쉽지 않았다. 학생들의 저조한 참여율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또한 학과 지원사업도 의지를 갖고 열심히 추진했으나 무산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그가 걱정하던 엠티에서는 학생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서 그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홈커밍데이와 같은 학과 행사를 기획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늦은 새벽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각자의 남모르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속사정을 알기 전까지는 그저 평범한 아르바이트생이나 학생들로만 보였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의지와 꿈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그들은 이를 위해 늦은 밤까지 일하고, 연구하고, 고민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가는 길의 하늘은 아직 어두웠지만 이제 아침이 밝아올 것이 분명했다. 곧 떠오를 아침의 해처럼 그들의 노력 또한 빛을 발하기를 기대하면서 기자는 그날의 하루를 끝맺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