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빛나는 대학과 얼룩진 노동
[대학]빛나는 대학과 얼룩진 노동
  • 윤종건 기자
  • 승인 2016.10.17 2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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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의 삶과 마주하다

조도의 아침이 밝아온다. 시간은 새벽 6시 30분. 청소노동자들은 출근도장을 찍기 위해 해사대학관 앞으로 모인다. 한 손엔 옷가지를 들고 발걸음을 옮기는 그들의 모습이 가벼워 보이지만은 않다. 출근도장을 찍은 후 각자의 근무지로 향하는 그들의 발걸음을 뒤쫓았다. 그들을 따라간 곳엔 그들만의 작고 낡은 휴게실이 있었고, 그들은 그곳에서 본인의 작업복으로 갈아입는다. 그리고 오전 7시, 청소가 시작된다.

분주히 시작하는 아침

_ 월요일은 주말 동안 쌓인 쓰레기로 가장 바쁘다. 특히 학생회관(동아리방)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각 층 쓰레기통 주변은 주말에 먹다 버린 배달음식과 이를 어질러 놓은 고양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쓰레기통 안에는 분리되지 않은 술병, 페트병, 커피 잔, 치킨 뼈들이 뒤섞여 있다. 그리고 이를 따로 거둬야하는 것은 모두 청소노동자의 몫이다. 쓰레기를 작은 봉투에 묶어 버려도 하나하나 풀어 분리수거 해야 하다 보니 정리하는 데만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1층부터 4층까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다 보면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로 하루에 5~6봉지는 기본이다.

▲ 월요일이면 학생회관에는 쓰레기가 한 가득이다.

_ 그 시각 해사대학관은 전쟁이다. 7시에 청소를 시작으로 1교시가 시작되는 9시 이전까지 건물 내 모든 강의실 청소를 완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사대학관은 건물 특성상 동선이 길고 강의실도 가장 많다. 하지만 이 모두를 미화원 3명이 해낸다. 급하게 청소하다 보니 종종 넘어질 때도 있지만, 빨리 청소를 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급히 움직일 수밖에 없다. 후다닥 청소를 마치고 곧바로 각 층의 쓰레기통을 비우기 시작한다. 1층부터 5층까지 쓰레기를 뒤에 둘러메고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다 보면 금세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뜩이나 분주한 아침에 양쪽 끝에 위치한 엘리베이터까지 이동하는 것도 일이다. 특히 취재 당일의 전주 토요일은 아치잔디공원에서 총동문회 체육대회가 있던 날이었다. 처리해야 할 쓰레기봉투가 몇 곱절로 늘어나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가장 후미진 곳, 그들의 쉼터

_ 오전 청소를 마치면 청소노동자들은 점심을 먹기 위해 휴게실로 향한다. 평생교육관에 있는 청소노동자들의 쉼터는 건물 오른편 끝에 있지만, 학내에서 이들의 쉼터를 아는 이는 거의 없다. 막상 가보니 ‘미화원휴게실’이라는 이름표 하나 없이 낡은 철문 하나가 전부였고, 문 앞엔 나프탈렌 여러 개가 놓여있었다. 건물 외부에 위치한 휴게실이 산과 마주 보고 있어 때때로 들어오는 쥐, 벌레, 뱀을 쫓기 위해서다. 내부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낡은 냉장고와 선풍기, 몇몇 가재도구가 전부다. 모두 이들이 어디서 주워오거나 폐품을 팔아 구매한 것들이다. 대학이 이들에게 제공한 것이라곤 작은 창문 하나 딸린 이 낡은 공간이 전부다. 이들은 이곳에서 옷을 갈아입고, 밥을 먹고, 이번 여름을 지냈다.

▲ 벌레, 쥐, 뱀 등을 쫓기 위해 문 앞에 나프탈렌을 놓았다.


“가끔 휴게실에 들어앉아 얘기를 나눌 때면 요즘 이렇게 사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가도,
막상 보면 내가 이렇게 살고 있잖아. 우리 같은 사람들은 학교에서 사람으로도 안 보는 거지.
어쩌면 우릴 조달청에서 조달받은 물건 정도로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어”


_ 해사대학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은 건물 양쪽 끝 계단 밑에 있다. 오른쪽 계단 밑에는 2명, 왼쪽 계단 밑에는 1명이 지낸다. 사람들이 계단을 지나다닐 때면 발소리가 기울어진 천정을 타고 청소노동자들에게 전해진다. 특히 왼쪽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오른쪽보다 더욱 좁은 왼쪽은 낡은 건물 탓에 천정에서 떨어진 돌을 맞을 뻔한 적도 있었다. 또한, 휴게실 문은 보통 문의 절반 정도 크기로 들어가기조차 어렵다. 허리를 강제로 숙인 채 들어가면, 바닥과 천장의 공간은 좁기 그지없다. 계단 밑이다 보니 천정의 경사진 공간은 앉은키보다 살짝 큰 정도다. 가끔 무의식적으로 일어날 때면 천정에 머리를 부딪치곤 하니, 그 안에선 온전히 일어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 낮고 열악한 해사대학관 휴게실은 사람이 서기 어려울 정도다.

너무나 당연한 위생시설의 부재

_ 유난히 더웠던 이번 여름은 그들에게는 더한 악몽이었다. 에어컨이 있는 미화원 대기실은 공대 1호관이 유일하다. 원래 강의실이었으나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로 바뀌면서 학내에서 유일무이한 ‘온전한 휴게실’이 생겨났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노동자들은 더운 여름날 청소를 마치고 땀에 젖은 채로 휴게실을 벗어나 학내 이곳저곳을 떠돌았다. 휴게실의 낮은 바닥에서 올라오는 찝찝한 습기와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다.

“사업을 타인에게 도급하는 자는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수급인이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위생시설에 관한 기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수급인에게 위생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거나 자신의 위생시설을 수급인의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적절한 협조를 하여야 한다”
- 산업안전보건법 제 29조(도급사업 시의 안전·보건조치) 제 9항

_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청소노동자들은 그들의 위생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오물을 자주 마주하는 그들에게 위생시설은 절실하다. 하지만 땀과 오물에서 자유롭지 않은 그들의 작업복을 청결하게 세탁할 시설도, 그들을 위한 샤워시설도 없다. 샤워장 청소를 하는 이들만이 청소하는 김에 눈치를 보며 땀만 닦아낼 뿐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물과 땀으로 젖은 그들의 작업복도 재빠르게 세탁한다. 뜨거운 물을 많이 사용한다는 말이 나올까 봐 이마저도 어렵다. 특히 휴게실 내에는 평상복과 작업복을 분리할 수 있는 옷장도 없다. 벽에 박힌 못이 그들의 옷장이고, 못에 뒤섞여 걸린 작업복과 평상복은 벽을 도배하고 있다. 그리고 그사이를 가로지른 빨랫줄엔 그들의 빨래가 대롱대롱 매달려 휴게실 내부를 가득 메운다.

▲ 빨래한 작업복과 평상복이 온 휴게실을 메운다.

그들은 우리 대학의 구성원인가?

_ 우리대학 전체 청소노동자 중 2명을 제외한 모두의 고용형태는 간접고용이다. 이들은 통상 공항, 대학 등 공공기관이 용역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면, 이 용역업체가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맺는 간접고용의 형태로 일하게 된다. 계약은 대개 1년 단위로 이루어지며, 끝날 때마다 퇴직금을 받는 방식이다.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재계약이 이루어지지만, 매년 계약이 새로 이루어지다 보니 호봉이 오르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월급은 계약 당시 이들 청소노동자와 용역업체 측의 협상으로 이루어진다. 고용구조 자체가 대학이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형태다 보니, 대학은 이들에 대한 복지를 도외시한다. 대표적으로 식사가 그렇다. 이들은 각자의 휴게실에 모여 그들이 가져온 밥솥에서 밥을 하고, 집에서 하나둘 가져온 반찬으로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한다.


“어느 날 5층 식권이 한 장씩 생겼어. 오전 청소 마치고 밥 먹으려고 5층에 갔더니
미화부냐고 묻는 거야.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우리보고 12시 30분 넘어서 오라고 하더라고.
엄청 서운하지. 청소하는 사람들이라고 이렇게까지 무시해도 되는가 싶기도 하고”

▲ 식권을 받지 못하는 그들은 휴게실에서 식사를 한다.

그들을 마주하는 우리의 자세


_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은 가장 후미진 곳에 있고, 그들의 노동환경은 가장 열악하다. 청소가 밑바닥 일이라는 생각 때문일까? 청소노동자들과 하루라도 생활해보면, 아니 잠시만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그들이 처한 현실을 대학구성원 누구라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이 매일같이 겪어야 하는 지독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현실은 비단 우리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는 여기보다 더 힘들게 일하는 청소노동자들도 많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_ 그러나 그들의 현실이 말해주는 것은 ‘우리 대학 청소노동자의 현실’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청소노동자, 더 나아가 육체노동자들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기자가 처음 방문했을 때에 한 청소노동자가 들려주었던 이야기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우리가 이렇게 사는 줄 몰랐지? 학생도 몰랐고 아는 사람 거의 없어.
대학에서 제일 대우도 못 받는 핫바지로 사는데 누가 우리에게 관심이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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