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해양대 섬 고양이, 해대 타이거
[문화]해양대 섬 고양이, 해대 타이거
  • 김현지 수습기자
  • 승인 2016.10.19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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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대 섬 고양이, 해대 타이거

▲다솜관 내 물을 마시던 황색 고양이

_다솜관 입구를 조용히 어슬렁거리는 얼룩무늬의 황색 고양이. 왼쪽 귀가 조금 잘려있다. 하얀색과 검은색, 황색이 뒤섞인 이 고양이는 다른 길고양이와 달리 사람의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놓고 간 우유를 핥아먹던 고양이는 몇 모금을 남기고 다솜관 내부로 향했다. 문가에 있는 쓰레기로 장난을 치기도 하고 바닥에 누워 기지개를 펴기도 했다. 다솜관 4층 뒷문을 넘어 아치뜰로 간 고양이는 먹이를 찾는 듯 보였다. 아치뜰의 쓰레기를 뒤적거리던 고양이가 마지막으로 자리한 곳은 해양대 신문사 앞 신문 수발함이었다. 제 몸이 딱 맞는 상자 안에서 몸을 웅크리고 얕은 잠에 드는 것으로 황색 고양이의 하루는 막이 내렸다.

_이처럼 언제 들어왔는지 모를 우리 대학의 섬 고양이, 해대 타이거. 학업과 업무에 지친 이들에게는 소소한 행복을, 학교를 관리하고 다듬는 이들에게는 고된 일을 안기는 달콤 씁쓸한 존재들이다. 사람과 고양이. 가까이 있지만 멀게 느껴지는 둘의 관계가 우리 대학 내에선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체육관 옆 공터에서 통조림을 먹는 얼룩무늬 고양이
 

소소한 행복과 힐링
_해사대와 체육관 사이의 흡연 구역을 지키는 고양이가 있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양쪽 귀 모두 잘린 부분이 없지만 꼬리가 짧고 뭉툭했다. 한 학생이 건넨 먹이에 빠르게 달려들어 먹는 모습이 배가 많이 고픈 모양이었다. 통조림을 비운 고양이는 먹이를 준 학생이 떠나가자 저도 몇 분 안 되어 자리를 떴다. 그리고 그 날 저녁, 비슷한 무늬의 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는 한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 바로 평생교육원 소속 전임 연구원 최진이 교수다. 그는 최근 몇 년 간 학교의 섬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있다. 우리 대학을 졸업하고 2004년 연구원으로서 평생교육관에 다시 돌아온 그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집 없이 떠돌아다니는 고양이들에게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는 아침, 저녁으로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며 함께 시간을 보내곤 한다. 물론 그들이 가까워지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렸다. 그의 선의를 오해한 고양이들에게 물리거나 할퀴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요샌 그가 내는 작은 소리에도 고양이들이 먼저 나와 밥을 먹을 정도라고 하니 이들의 사이가 꽤 가까워진 듯 보였다.

▲최지영 학생이 학교에서 데려온 길고양이 '베리'

새로운 인연을 만나다
_최지영(조선기자재 공학부·13) 학생의 둘째 고양이는 아치섬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1년 전 둘째와의 잊지 못할 만남을 기억한다. 지난 2015년 10월, 예섬관 1층 화장실에서 그녀는 새끼 길고양이를 만났다. 이미 고양이를 기르고 있던 그녀는 새끼 길고양이를 사람 냄새가 베지 않게 어미에게로 되돌려 보내려 했지만 제 다리를 붙잡고 놓질 않아 결국 집으로 데려왔다. 이름은 '베리'로 지었다. 건강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병원으로 향하자 베리는 새끼 고양이에게 치명적인 장염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상태가 심각해 오래 살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 치료를 받은 이후 함께 살게 된 베리는 1년 가까이 그녀와 잘 살고 있다.

▲예섬관 화단의 고양이

▲평생교육관 풀숲에 몸을 숨긴 고양이

달콤씁쓸한 그들
_수줍음과 겁이 많은 고양이들도 있다. 평생교육원과 예섬관에 나타난 두 고양이들은 풀숲에 몸을 숨기고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 관광객이 건넨 먹이에도 고양이들은 주위의 눈치를 계속 살피다 조심스레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손길을 거부하던 그들은 먹이를 다 먹지도 않고 주위에 사람이 늘어나자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사람을 피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고양이들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피해를 당했을 수도, 학대를 당했을 수도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이 아닐까.

▲해사대 내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공고문

_그렇다고 해서 고양이들을 꺼리는 이들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 고양이들로 고통받는 이들도 없지 않으니까. 산과 가까운 해사대와 다솜관 및 예섬관은 그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중 해사대 청소 미화원들에게 고양이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다. 고양이들이 강의실과 복도에 배설물을 싸놓는 것은 기본이고, 강의실을 청소하는 도중에 천장에서 잠을 자던 고양이가 떨어져 놀라는 일도 있었다. 쓰레기통을 파헤쳐 놓기도 하고 복도나 강의실에 굳어버린 배변을 치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이번 여름은 해사대 114호에서 고양이가 새끼를 낳아 새끼들과 어미를 태종대 자갈마당에 풀어주는 사건도 있었다. 수많은 고양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청소 미화원들은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결국 할 수 있는 조치는 먹이를 주지 말라는 공고문 하나였다.

▲한쪽 귀가 조금 잘린 고양이

그래도 우리는
_우리 대학 내 고양이들에게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 만큼 그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부산시 수의사회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이하 TNR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TNR 사업은 길고양이를 포획(trap) 후, 중성화 수술(neuter)을 시킨 뒤 다시 원래 살아가던 곳으로 되돌려 준다는(retuen) 뜻이다. 이는 번식력 높은 고양이들의 무분별한 개체 수 증가를 막아 생태계 균형과 인간과의 공존을 돕자는 취지이다. 앞서 언급한 왼쪽 귀가 조금 잘린 고양이와 같이 중성화 수술을 거친 고양이에겐 한 쪽 귀의 일부를 잘라 그 표시를 대신한다. 우리 대학 내 고양이들 역시 귀 한 쪽이 잘려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_인간과 길고양이의 공생에 대해 한채연(전자통신학과·16) 학생은 "고양이들도 먹고 살기 위해 쓰레기들을 뒤지는 것일텐데 역시 안타깝다는 마음이 먼저 든다"며 "그렇다고 고양이를 위한 공간을 따로 만들 수는 없으니 길고양이로 인해 겪는 불편은 감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사대 청소 미화원 중 한 명은 "고양이들도 생명이고 우리가 전부 내쫓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지 않겠나"라며 "그저 공고문을 붙임으로서 고양이들로 겪는 불편이 좀 줄기만을 바랄뿐이다"라고 덧붙였다.


김현지 기자
KMOUkhj01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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