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하리의 시간은 흐른다
[문화]하리의 시간은 흐른다
  • 김현지 수습기자
  • 승인 2016.10.19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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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의 시간은 흐른다

▲ 2010년의 하리 야경

_타대학에 비해 우리 대학가는 문화시설이 현저히 부족하다. 해양대 정문인 르네상스 게이트를 벗어나 하리로 향하면 보이는 패총 광장과 그를 마주한 하리 상가들. 몇 십 년 넘게 지내온 가게도 많지만 순간적으로 반짝였다 사라진 상가도 적지 않다. 무언가는 줄어들고, 무언가는 늘어나고. 조도에 해양대가 자리 잡은지 어언 40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들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우리 대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하리, 사라진 그 시간들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시작은 이곳부터
_해양대 입구의 동삼 패총 박물관을 지나 태종대 방향으로 걸어가면 하리의 상가들이 나온다. 조개탑이 있는 패총 광장을 중심으로 가장 먼저 보이는 가게는 이모 집이었다. 예부터 오늘까지 오래도록 이어져온 가게를 꼽는다면 당연 '하리 할인마트'와 '이모 집'일 것이다. 위치 이전 없이 1994년부터 2016년까지 운영하고 있는 이모 집은 따스한 빛을 내는 천장의 조명들과 색이 바랜 포스터, 그리고 조금은 낡은 테가 나는 의자와 식탁들과 함께하고 있었다. 22년간의 역사만큼 이모 집에는 온갖 추억들이 가득했다. 개중에는 웃음 섞인 잊지 못할 이야기도 있었다. 이모 집의 사장님은 10여 년 전 돈을 아끼기 위해 항상 가게에서 라면만 먹던 학생이 안타까워 매번 자연스레 공깃밥을 내주었던 적이 있었다. 몇 년 후 가게에서 미성년자들이 술을 마시고 패싸움을 일으켜 영도 경찰서로 가야만 했다. 그곳에서 만난 수사관은 10여 년 전 매번 라면을 먹던 학생이었다. 그녀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수사에 힘써준 그 학생 덕에 이모 집은 여전히 운영될 수 있었다. 이모 집 사장님은 "20년 넘게 장사하면서 손님들을 자식 키우듯 대했다"며 "학생들이 나이를 먹고 그때 감사했다고 말할 때면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웃었다.

▲ 하리할인마트 1호점 '하리슈퍼 24시'

_이모 집을 나와 좀 더 올라가면 하리 중심을 책임지는 하리 할인마트가 있다. 갖가지 물건들이 쌓인 입구를 들어가면 문구류를 비롯한 세면도구, 라면 등의 공산품이 즐비해 있다.  그곳을 건너면 반려동물 코너와 정육 코너도 있다. 웬만한 대형마트 못지않은 이곳의 역사는 꽤 길다. 1981년 전부터 현재 패총 광장이 자리한 곳에는 하리 할인마트의 1호점 '하리 슈퍼 24시'가 존재했다. 그곳은 사장님의 부모님 대부터 이어져 왔다. 하리 할인마트는 하리 도시 계획 사업이 진행되면서 위치 이전을 통보받았고, 부랴부랴 뒷집을 구해 2003년, 현재는 밥과 반찬이 있는 곳에 하리 할인마트 2호점이 들어섰다. 그 후 2012년 5월, 하리할인마트는 그전까지 수협이 있던 곳으로 위치를 옮겼다. 오늘날의 하리 할인마트가 있는 곳이다. 기존 하리 할인마트의 2호점은 편의점으로 운영했으나 2015년 8월 일손 부족의 이유로 세를 내어주게 되었다고 한다. 그곳에는 이제 새로운 음식점이 자리 잡았다.
_하리 할인마트를 이전시킨 도시계획은 하리 할인마트 이외에도 의류점, 베이커리, 비디오 가게 등에도 위치 이전을 통보했다. 그 탓에 하리의 많은 상점들이 이동하고 사라져야 했다. 예로 하리 슈퍼 24시 옆에 있던 중국집 '해양궁'은 중리로 이전되어 현재 다른 이름으로 다시 운영 중이다. 해양궁 근처에 있던 옛 빵집도 지금은 중리의 T 마트 안으로 옮겨갔다.

있을 법 하면서 없는 그들
_도시계획으로 많은 상점들이 사라졌지만 오늘날에는 없는 가게들이 지난 하리에 있었다. 바로 자취촌 주위에는 당연히 있을 법한 약국이다. 이모 집 옆을 지키던 동민 약국은 2009년 11월 문을 닫았고, 현재 달달비어가 위치한 자리의 서울 약국도 2011년을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이로써 하리에 거주하는 우리 대학 학생들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편의점이나 마트에 비치된 한정된 약들에 의존하게 되었다. 또한 몇 년 전까지 대학생과 주민들의 즐거움을 맡고 있던 만화 카페도 사라졌다. 신흥 하리 상가에 있는 낡은 간판이 그를 말해주고 있다.

▲ 파란선 안은 학교 환경 위생 정화구역으로 유희시설 등이 들어설 수 없다

바뀌어 가는 하리
_가장 최근의 하리의 변화라고 한다면 동전 노래방을 빼놓을 수 없다. 서영록(국제통상학과·11) 학생과 고성민(국제통상학과·11) 학생의 사업으로 만들어진 동전 노래방은 오래 전부터 필요성이 논의 되어왔다. 서영록 학생은 "하리에 노래방이라고는 단 두 곳 뿐 인데다가 그마저도 가격이나 순서를 기다리는 시간은 매번 부담스럽다"며 "그에 비해 동전 노래방은 가격도 시간도 학생에게 적정한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올 2월부터 실질적인 동전 노래방 사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하리에 놀이공간이 별로 없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문제는 학교 위생 정화구역이었다. 학교 위생 정화구역이란 학교 경계선이나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200m 이내에 학교의 보건·위생 및 학습 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교육감이 지정하는 구역이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우리 학교의 르네상스 게이트로부터 200미터 이내의 곳에 유희시설을 세울 수 없었다. 또 옆에 있는 해사고 뿐만 아니라 태종대 방면으로 있는 선암사 유치원, 태종대 초등학교의 정화구역도 지켜야 했다. 하리에 유희시설이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허나 둘은 포기하지 않았다. 학교 환경 정화 구역을 제외한 장소에 동전 노래방을 차리기 위해 오랫동안 부동산을 전전긍긍한 게 두세 달. 지금은 지하 40평의 넓은 입지의 동전 노래방을 총 7명의 크루로 꾸려가고 있다.
_옛날 통닭 지하의 '취하리' 역시 동전 노래방처럼 대학생들의 힘으로 만들어졌다. 볼링 동호회에서 만난 해양대 졸업생 나수빈 씨와 경성대 졸업생 조윤호 씨는 상가가 부족한 하리에 술집을 세우기로 계획했다. 조윤호 씨는 해대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하리 술집들의 화장실이 열악하다는 걸 알았다. 그를 깨달은 둘은 가게 인테리어와 화장실에 더 공을 들였다고 한다. 18평 정도 되는 가게를 차리고 난 후에도 그들은 항상 손님들에게 가게에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가격이나 안주에 대해 불만 사항은 없는지 묻고 있다. 이처럼 하리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주 손님인 우리 학생들과 같은 시선에서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뇌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배고프다
_하리는 분명히 진화하고 있다. 2012년을 기점으로 편의점이나 카페와 같은 프랜차이즈점이 들어서기 시작해 하리는 전보다 좀 더 편리한 생활이 가능케 되었다. 지난 2014년 7월 12일 페이스북 해대방파제 페이지에서 지금 당장 해양대 대학가에 필요한 것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선택지는 총 7개의 항목으로 영화관, 화장품 매장, 레스토랑, 미용실, spa, 지하철, 스몰비어가 있었다.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항목은 지하철이었다. 그 많은 가게들이 하리에 있을 수는 없으니 차라리 지하철만 있어도 좋겠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학교 학생들의 만족과 하리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지하철이 연결된 타대학과 비교하면 하리가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해양대 70년 역사와 함께 조금씩이나마 발자국을 내딛는 하리의 행보를 앞으로도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김현지 기자
KMOUkhj01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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