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해기사확보와 대학구조개혁평가 3부작
[기획]해기사확보와 대학구조개혁평가 3부작
  • 김효진 기자
  • 승인 2016.10.21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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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 문제의 답은 인해전술?!


 

_지난 1부,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 정책에 따라 우리대학은 45명의 인원을 감축했다. 하지만 해운업계의 해기사 인력 부족 문제에 따라 해사대학 2개학과 신설로 90명을 증원해 결과적으로는 45명 증원한 셈이 되었다. 그러나 실제 해운업계의 ‘인력 부족’이라는 말에는 허점이 있다. 이미 3등 해기사는 포화상태이며, 실제 심각한 부족을 앓고 있는 1등 해기사 유치를 위해 무작정 늘린 해기인력 배출은 3등 해기사의 머리채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기사 인력 배출문제 해결을 위해 배출인원을 늘리는 ‘인해전술’이 최선책인가. 이번 2부에서는 이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해사대학 학우들과 해운업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설문조사 진행 : 16.10.01~10.04 (참여대상 : 해사대 학생 87 인)
    *1급 해기사 면허를 소지한 1항사와 1기사를 지칭, 1등 해기인력을 이하 ‘1등 해기사’로 지칭하겠음.
    *3급 해기사 면허를 소지한 3항사와 3기사를 지칭, 3등 해기인력을 이하 ‘3등 해기사’로 지칭하겠음.

 

 

 


  해기인력 부족의 해결? 

  뭣이 중한지도 모르면서….


_지난 1부에서 우리는 입사 통보를 받고도 수개월 동안 승선 대기일 정도로 포화상태인 3등 해기사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해기인력 배출 인원 자체는 이미 충분하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국내 해기사 인력을 배출하고 있는 곳은 비단 우리대학만이 아니다. 정규교육 기관으로 우리대학과 목포해양대가 각각 400여 명, 부산·인천의 해사고등학교에서 각각 160, 120여 명을 배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타대학(부경대, 중앙대 등)의 승선학과에서 배출되는 해기인력 이외에 해양수산연구원, 한국해운조합 등에서 3급 이하의 해기인력을 교육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승선 경력을 쌓고 높은 등급의 해기사로 성장할 인원수는 적지 않다.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에서 발표한 *유효해기면허(`15.12.31 기준)의 수는 총 60,423개로 그 중 3급에 해당하는 해기면허는 15,778개다. 1급이 7,736개, 2급 8,374개로 3급 해기면허는 결코 적지 않은 수다. 우리대학 해사대를 졸업하면 3급에 해당하는 해기면허를 취득하게 된다. 이 3등 해기사들이 경력을 쌓으며 1등 해기사로 성장하는데, 문제는 경력을 쌓은 해기사들 중 배에 계속 남으려는 수가 현저히 적다는 것이다. 해사대에 재학 중인 A학생은 “해기인력 배출만 늘리면 안 그래도 넘쳐나는 3등 해기사, 실습생에 대한 대우는 더 열악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유효해기면허 : 기준일 현재 유효기간(5년) 이내인 해기면허, 이 기사에서는 항해사와 기관사만을 포함한 해기면허만을 계산하였다. 덧붙여 3급 이하의 4급~6급 해기면허 소지자는 총 28,535명이었다.

 

 

 

 


   해상직으로 경력 쌓고

  안정적인 육상직 희망



_위처럼 해운업계 인력난의 가장 큰 원인은 ‘해기인력 배출의 부족’이 아니다. 진짜 알맹이는 ‘고급 해기인력 부족’ 문제에 있다. 해사대학 남학우의 경우 대부분 병역 대신 의무승선을 하게 되는데,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의무복무기간이 끝난 후 80%에서 50%로 승선비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사대학 학생들을 상대로 한 설문 결과 ‘의무승선 후에도 배에 몸을 담겠다’는 남학우의 비율이 응답자 69명중 40명으로 가장 많았으나, 그에 대한 설명으로 ‘1등해기사의 경력을 쌓은 뒤 배를 내리겠다’는 설명이 많았다. 또한 성별을 막론하고 졸업 후 해상직에 대한 선호도가 낮지 않았으나 그 이유로 ‘해상직 근무로 경력을 쌓은 뒤 육상직으로 전환하고 싶다’고 답했다. 취업의 조건 자체가 ‘1급 해기사 자격증 소지’인 경우가 많아 예비 고급 해기인력의 상당수가 1등 해기사로 경력을 인정받으면 배를 내리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해사대학 B학생은 “돈을 더 벌 수 있다고는 하지만 해상직의 고충과 선내 여러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며 “결혼 후 가정을 꾸리게 될 때 즈음이면 안정적인 육상직으로 전환하고 싶다”고 답했다.

 

 


  진짜 부족한 고급 해기인력



_해기인력의 부족으로 국내 외국인 해기인력의 수는 계속해서 느는 추세다.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에서 발표한 *유효선원수첩(`15.12.31 기준) 발급 수는 총 92,587개로, 그중 외국인은 13,981개로 15%에 달한다. 해기인력의 고령화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연령별 선원취업현황을 보면 전체 선원취업의 60%가 50세 이상의 인력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내항선과 같은 연안업계에서는 고급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내항 여객선 선원 인력 부족은 예비원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부족한 휴가로 선원들의 만성 피로가 쌓일 뿐 아니라 가족과의 오랜 격리에 따른 문제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원법에 따라 총 승선원의 10% 이상 예비원을 확보해 휴가를 보장해야하지만, 내항선의 상당수가 선박 소유자의 선박이 3척 이하인 경우에 해당되어 예비원 규정에서 제외되는 등 열악한 처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대우가 낫다는 외항업계 또한 부끄러운 수준이다.

*유효선원수첩 : 기준일 현재 유효기간(발급일 또는 최종하선일로부터 5년) 이내인 선원수첩 수
*예비원 : 선박에서 근무하는 선원으로서 현재 승무중이 아닌 선원 (예비원율=예비원/승선원)

 

 


  해상직에 대한 처우

  나을 것이 없다

_업계 종사자들은 고급해기인력의 지속적인 유치를 위해서는 ‘해기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이 우선이라 말하고 있다. 현재 해상직에 근무하고 있는 우리대학 동문 C씨는 “직업 특성상 사회와 일정기간 격리되는 생활은 가족, 친지들과 관계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뿐만 아니라 직무 외 다른 활동에 참여할 수 없다”고 전했다. 덧붙여 “우리 해기사의 급여 수준은 인도, 필리핀 해기사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예비 해기인력인 해사대 학우들 또한 비슷한 의견이었다. 지난해 실습을 다녀온 해사대 D학생은 “배라는 공간은 일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의 경계가 모호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육상직이 더 안전하기도 하고 여러모로 편한 것이 당연하지만 해상직에 대한 처우가 나아질 것이 없어 기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해운업계 육상직에 근무하고 있는 우리대학 동문 E씨는 “처우가 개선이 된다면 육상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력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무차별 인해전술

  미래 인재들의 불안만 가중될 뿐

_최근 잇따른 해운업계의 위기로 불안함이 팽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종별로 다르나 컨테이너, 벌크선의 경우 당분간 해기인력이 과포화 될 것으로 여겨진다”며 “하지만 2,3년 후면 다시 부족해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대해 ‘해기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는 변함이 없다. 해사대학 학우들의 시각 또한 같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해사대학 학우의 87명중 84명이 증원보다 ‘해기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이 우선이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설문에 참여한 한 학우는 “숫자가 정해져 있는데 숫자를 늘리는 것은 미친 짓이다”며 격앙된 표현을 쓰기도 했다.

 최근 예비 해기인력 배출인원의 증원으로 병역면제(의무승선으로 대체) 군TO 보장이 불확실해졌으며, 잇따른 해운업계의 위기로 미래 해기인력으로 성장할 학우들의 불안감이 늘어만 가고 있다. 해기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해답이 무차별적인 인해전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인터뷰한 우리대학 동문 C씨는 “현재의 교육이 내가 다니던 20년 전과 차이가 없다”며 “또한 취업문제 때문에 창의적 활동, 실제 업무 지식 및 인성 형성이 부족한 것 같다”고 전했다. 어쩌면 우리대학에 진짜 필요한 개혁은 증원이 아닌 ‘진짜’ 고급 해기인력을 양성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우리대학이 직면한 대학구조개혁 이야기는 다음 312호 신문 ‘해기사확보와 대학구조개혁평가 3부 : 올바른 개혁의 열쇠는 무엇인가’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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