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진심 없는 정책, 청춘이라 웃프다
[취재수첩] 진심 없는 정책, 청춘이라 웃프다
  • 김효진 기자
  • 승인 2016.10.21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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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311호

 

진심 없는 정책,


청춘이라 웃프다

 


_나는 태어나기를 우유부단해서 누구를 싫어하다가도 금세 싫지 않고, 엄청 힘든 줄 알아도 금세 재밌고 그렇다. 그런 성격 탓에 남들보다 더 낙천적이고 맘 편하게 살아온 것 같다. 그 때문일까. 나는 요즘에서야 뼈저리게, 뒤늦게 ‘사망년’을 느끼고 있다. 한 것도 없는데 내년이면 졸업반이고 신문사 일에, 팀플이 넘쳐나는 강의, 잊을만하면 내주는 과제에, 학과에서 맡은 역할까지 하고나면 코피 쏟아질 듯 피곤하다. 해놓은 건 없어서 감당 못할 토익이며 자격증강의며 자꾸 벌려만 놓고 있다. 유일한 낙이던 친구들은, ‘짠’하고 술잔을 기울인 적이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각자가 바쁘다.

 그래도 하나의 위안이 되는 건, 이런 상황에 놓인 것이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만의 일이 아니라 더 슬픈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난 310호와 이번 311호. 나는 ‘해기사확보와 대학구조개혁평가’라는 주제로 두 개의 글을 이어갔다. 많은 해사대학 친구들을 만났다. 칼같이 다린 제복에 ‘마도로스’라는 자부심을 달고 사는 친구들이다. 하지만 배출인원의 증원으로 군TO(의무승선으로 군복무 대체)가 불확실해지고, 해운업계의 잇따른 위기로 미래에 대한 걱정이 늘어간다고 푸념했다. 우리대학이 자랑하던 높은 취업률, 그 일등공신인 해사대학 내에도 이미 미래에 대한 불안이 팽배한 것이다.

 이럴 때 정부가 해야할 일은 청춘들의 불확실한 미래를, 길을 함께 닦아 주는 일이다. 나는 교육부가 내놓은 정책에 그들의 진심을 믿고 싶다. 하지만 그들의 정책엔 우리 청춘을 향한 진심이 없다.

 우리대학만 봐도 그렇다. 실제 업계에서는 해기사인력 부족의 근본적 원인이 ‘열악한 근무환경과 대우’라고 입 모아 말한다. 하지만 정부는 근본적인 근무환경과 대우의 개선에 힘쓰는 대신 우리대학의 입학 정원을 증원하기로 했다. 문제가 있다고 하니 책임만 덜 정도의 해결안을 내놓았다. 우리대학을 졸업하면 취득할 수 있는 3급 해기사 면허의 경우 그 수가 이미 부족한 편이 아니라고 한다. 해운업계의 잇따른 위기까지 닥친 상황에서, 파이만 늘리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밥그릇을 잃을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만 해도 3등 해기사는 포화상태이고, 증원을 한 기수부터는 군TO 마저 불확실 해졌다. 불확실한 미래 앞에 딱히 해결되는 것은 없고 시간이 갈수록 굳이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 불안에 떨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우리의 불안한 미래와 꿈을 진심으로 같이 고민해주고, 진심으로 도와주는 정책이라면 겉핥기식이 아닌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어야만 할 것이다.

 정말 청춘들이 바라는 것은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을 권리와 정책에 담긴 ‘진심’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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