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꺼지지 않는 국립대 연합체 불씨
[대학] 꺼지지 않는 국립대 연합체 불씨
  • 윤종건 기자
  • 승인 2017.03.21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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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설마 했던 국립대 연합체가 현실이 되었다. 국립대 연합체란 같은 권역의 국립대끼리 연합체를 만들어 수업·학점·학위 등을 교류하는 방안이다. 학생은 전공에 따라 연합체 내의 다른 대학에서 수업을 받고 연합체 대학 명의의 졸업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서는 일단 국립대 연합체 이루어지면 거점국립대 중심의 연합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난색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 국립대 연합체가 실현되고 있다.

하나둘 합쳐지는 국립대

_ 국립대 연합체 정책을 가장 빠르게 추진하는 지역은 강원이다. 강원지역은 강원대와 강릉원주대의 통합을 추진한다. 지난 12월부터 올 1월까지 순차적으로 연합대학 체제 구축과 상호협력 협약을 진행했다. 이로써 두 대학은 교육과 연구, 학생, 지역사회, 산학협력 등 모든 분야에서 ‘공유’ 개념의 실질적 협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대학 간 ‘공유’ 대상은 ▲교육(학점, 강의, 수업방식) ▲연구·산학협력(공동연구 활성화, 기자재 공동활용) ▲학생지도(진로지도, 학생회, 체육 활동) ▲기타(공동 봉사활동, 복지시설 이용) 등이다. 두 대학은 ‘강원도 국립대 연합대학 추진협의회’라는 공동기구를 꾸려 구체적인 공유 대상과 방법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강원 지역 이외에도 전북(전북대, 군산대), 경북(경북대, 대구교대), 충남(공주대, 공주교대, 한밭대)지역에서 국립대 연합체 논의는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부산은요?”

_ 부산지역 국립대 연합체 논의는 부산대 전호환 총장의 취임식 발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미래학령인구 절벽 시대의 대비책으로 부산지역 국립대 연합체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부산 지역에 있는 국립대 4곳(부경대, 부산교대, 부산대, 한국해양대)이 그 대상이다. 발언이 있는 직후 국립대 연합체는 부산지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어 부산대 내부 구성원과 중소국립대는 크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전호환 총장은 “학생 여론을 존중해 연합대학에 대해선 더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의는 일단락되었다. 이 때문에 국립대 연합체 구축 논의를 촉발했던 부산지역이 반대로 침체하여 있는 형국이다.

국립대 혁신은 곧 국립대 연합체(?)

_ 올해 확정된 교육부 국립대학 혁신지원(PoINT) 사업의 지원 규모는 지난해보다 124억 5000만원이 늘어난 210억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예산이 85억 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해가 갈수록 재정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대학 입장에서는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교육부는 이를 이용해 국립대학 혁신지원 사업 기본계획에 국립대학 간 협력을 유도하는 ‘대학 간 혁신유형’을 포함하였다.
_ ‘대학 간 혁신 유형’은 국립대학들이 스스로 특성과 여건에 맞는 협업모델을 개발해 대학 간 기능 효율화, 자원 공동 활용 등을 추진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신설되었다. 앞서 말했던 강원지역처럼 각 대학이 스스로 연합체의 모델을 논의해 추진하는 것이 그 예다. 교육부는 올해 국립대학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발적으로 협업 목표를 설정하는 데 의의를 두고, 이를 위한 중장기 추진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니 ‘국립대’를 줄인다?

_ 이처럼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에 의해 대부분의 국립대학이 자발적으로 연합체를 추진하면서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국립대 연합체 논의는 대학 입학자원의 급격한 감소로부터 비롯되었다. 현재의 입학정원이 줄어들 경우 2018학년도부터는 대학입학정원이 고교 졸업자 수보다 많아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이에 2023학년도에는 약 16만 명의 입학자원이 부족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으며, 국내 대학 2곳 중 1곳 이상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_ 하지만 진정 학령인구 감소를 위해서라면 답은 달리 나왔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OECD 국가 평균 국공립대 학생 비중은 전체의 60~90%에 달한다. 이와 달리 국내 대학생들의 75%는 사립대 학생이다. 고등교육(대학) 재정 부담률‧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OECD 국가 대부분은 국가가 지원하는 재정이 80%에 달하지만, 국내 고등교육 재정의 84%는 민간이 부담한다. 국가가 설립한 국립대조차 학생과 학부모가 내는 등록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전국국공립대학교 노동조합은 “고등교육 재정에서의 국가부담을 늘리고, 부실 사립대를 국공립화해 국립대 비중을 늘리라”고 주장한다.

외나무다리 위에서 아슬아슬한 대학

_ 2018년 상반기,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2주기 평가가 시행된다. 교육부는 구조조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에 대해 정원 감축 및 재정지원 제한 등 퇴출을 유도해 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국립대뿐만 아니라 사립대에서도 연합체를 통한 구조개혁 논의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지난 1주기 평가에서 B등급을 받은 우리 대학도 안심할 수 없다. 박한일 총장은 지난 총장 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만약 총장에 당선된다면 대학구조개혁평가 실무팀을 우선적으로 꾸려 2주기 평가에 대응해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대응하는 대학 당국의 현명하고 기민한 대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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