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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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양대신문사
  • 승인 2017.04.0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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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현 (국제통상학과 13)

_ 얼마 전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다 문득 나의 초등학생 시절이 생각났다. 그때는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것이 많았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에 대한 대답을 부끄럼 없이 자랑스럽게 얘기할 때가 있었다. 누구나 그런 적이 있지 않은가? 나는 그때 미래의 대통령이었고 소방관이었으며 또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다.
_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그저 남들이 하니까 나도 불안해서 비슷하게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다니는 것이며, 자격증 공부나 아르바이트 등.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샌가 내 대답에 내 생각은 없었다. 그저 맞닥뜨린 현실에서 하나하나 적응하고 타협해가는 나를 발견한 것 같았다.
_ 20살, 성인이 되면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새 25. 지금 바라보는 세상은 20살 때 기대하던 것과는 다른 의미의 세상인 듯하다. 예전에는 희망적인 꿈과 밝은 미래를 그리는 것이 즐거웠고 그것을 기대하면서 성인이 되기를 기다렸다. ‘나중에 수능만 끝나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자! ‘이 생각은 당시의 원동력이었다. 지금은 어떨까? 군대 입대 전에는 ‘군대 가기 전까지만 놀고 그 후에 열심히 하자’였지. 그 후에는? 어느샌가 졸업이 가까워진 동기, 친구들은 취업이다 뭐 다 정신없이 바쁜 모습들을 바라보면서 나도 열심히 해야 하는데. 라고 생각한다. 원동력은커녕 고비 하나하나를 넘기기에 급급한 모양이다.
_ 물론 그 과정이 힘들지만은 않을 것이다. 좋아하는 무엇인가를 통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고, 그 속에서 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한 방식으로 목표를 하나씩 이루어 나가고 있을 듯하다. 가령 시험 기간이 끝나고 친구들과의맥주 한 잔이라든지 방학을 맞아 떠나는 여행도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다시 각자의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갈 준비를 마치는 것이다.
_ 어디선가 봤던 구절 중 인상 깊었던 말이 있다. 청춘이란 하나하나 포기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우리 대부분은 아마 어렸을 때 가졌던 꿈들을 젖혀두고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현실에 부딪혀서 어느샌가 거기에 적응하고 그렇게 우리는 직면한 상황에 맞추어 사회로 가고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다들 비슷하게 살고 있는걸. 다만 조금 늦게 가더라도 천천히 가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_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서 많은 산을 만날 것이다. 서둘러 빨리 달려가면 목적지라고 생각했던 경유지에 먼저 도착할 것이다. 그리고는 또 다른 산을 만난다. 어차피 도달할 목적지이고, 중간에 거쳐야 할 산들이라면 이따금 쉬엄쉬엄 걸어가며 주변 경치도 구경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길을 걷다 마주치는 꽃도 구경하고 지나가는 강물에 발도 담그면서 재출발을 위한 휴식의 시간을 보내는 것. 이것은 열심히 달리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_ 맞닥뜨린 현실에 잠깐 쉬고 있지만 결국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김석현(국제통상학과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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