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호랑이는 어디 있는가?
당신의 호랑이는 어디 있는가?
  • 해양대신문사
  • 승인 2017.04.0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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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연 (도서관 학술정보과)


 

시베리아의위대한 영혼 박수용 저,김영사, 2011

 _ 얼마 전 멸종 위기종인 ‘백두산호랑이’가 100년 만에 백두대간 품으로 돌아왔다는 신문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산림청은 외국에서 들여와 국내 동물원에서 키우던 호랑이 두 마리를 경북 봉화군에 있는 국립백두대간수 목원에 단독 숲을 조성하여 정착시켰다는 것이다. 호랑이라면 무엇을 생각하는가? 동물원이 아니면 본 적이 없는 그것은 우리의 동화 속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곶감과 호랑이라는 동화 말이다. 한반도에서 호랑이는 1921년 경주 대덕산에서 마지막으로 잡힌 뒤 자취를 감추었다.
_ 여기 한 사내가 있다. 뜨거운 열정 하나로 호랑이 굴로 뛰어든, 호랑이에 미친 한 사람이 있다. EBS 자연 다큐멘터리 박수용 PD이다. 그는 시베리아 호랑이를 이십여 년 간 집념과 끈질긴 열정으로 쫓았다. 그 결과 전 세계에 채 한 시간도 기록되어 있지 않던 야생의 ‘시베리아 호랑이’를 1,000시간 가까운 영상기록물로 남겼다. 그는 시베리아의 10만km를 20년간 추적과 잠복을 거듭하면서 문명의 도전 앞에 멸종 위기에 처한 호랑이의 모든 것을 생생하고 경이롭고 완벽하게 그려냈다. 그는 영상에 이어 활자로도 기록물을 남겼다. 시‘ 베리아의 위대한 영혼’이다.
_ 이 책은 호랑이를 이야기하지만 단순히 호랑이 이야기가 아니다. 일 년 중 6개월은 호랑이의 흔적을 따라 시베리아 밀림을 조사하고, 나머지 6개월은 호랑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곳에서 비트를 만들어 잠복 관찰한다. 눈 덮인 영하 30도의 기온 아래 오직 자연에 기대어 호랑이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린다. 한 평짜리 지하 비트에서 카메라 앵글을 맞추어 놓고 씻지도 소리 지르지도 불을 켜지도 못하고 언 주먹밥을 녹여 먹으며 6개월을 갇혀 지내야만 한다면 그 고통을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때로는 인간의 냄새를 맡은 호랑이가 지하 비트 위를 저벅저벅 지나가기도 하고, 때로는 정면으로 이글거리는 눈빛을 마주하는 위험한 순간을 만나기도 하는 삶과 죽음이 불분명한 날 것 그대로의 시간이다.
_ 그는 말한다. ‘호랑이를 기다리는 일은 자신을 기다리는 일’이라고. 그는 오지 않는 호랑이를 매일 하염없이 기다린다. 오지의 땅 깊은 곳에서 10분마다 카메라를 보고 켤 때마다 기대를 부풀린다. 고독과 열망 사이에서 하루가 지나가고 한 달이 지나간다. 그렇게 몇 달을 기다려 호랑이가 서늘한 기운을 풍기며 쓱 나타날 때면 심장의 피돌기는 빨라지고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불현듯 뜨거운뭉클함이 솟아오른다.
_ 작금의 현실은 젊은이들이 살아가기에는 힘든 시대다. 해야 할 것들이 많아 몸은 지치고 그나마 정신이라도 맑으면 좋으련만 그 또한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앞이 보이지 않는 출구 앞에 선다. 남이 짜 놓은 안전판 위에서 경쟁할 것인가. 모험을 하기는 힘든 시대지만 도전이라는 조언을 따를 것인가. 생각이 복잡해진다.
_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 일단 이 책을 읽어보자. 야생의 한 사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꿈이 없는 삶은 허무합니다. 꿈이라는 나무는 마약과 같습니다. 한 그루를 정성껏 심다 보면 열 그루를 심게 됩니다. 나무 우거진 오솔길을 걷고 싶을 때 걸어갑시다. 성공과 실패는 나중의 일입니다. 꿈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키우는 것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는다면 대체 무엇을하겠습니까?’ 어디에서 살아가던 꿈을 향해 분투하는 사람의 모습은 완벽하게 아름답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세상에 길을 낸다고 말한다.
_ 케냐와 탄자니아의 사이에는 아프리카의 수많은 부족 중 가장 용맹스럽다는 마사이족이 있다. 사자와 맞
장을 뜨고 맹수들조차 마사이의 냄새를 맡으면 피해버린다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말한다. 자연을 보고 있으면 인간이 더없이 약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그리하여 약하기 때문에 용기를 내고 더 용맹스러워질 수 밖에 없다는 그들이다.
_ 혼을 다 바친 집념을 가진 한 사내의 이야기를 읽으며 약하기 때문에 용맹스러워진 마사이처럼 우리도 용기 내어 한 번 묵묵히 나만의 호랑이를 만나러 달려 가보자. 그 길 끝에 과연 무엇이 있을 것인지 궁금하지 않는가?

 

장소연(도서관 학술정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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