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묵묵히 내 길을 걸을 수 있게 되기까지
[취재수첩] 묵묵히 내 길을 걸을 수 있게 되기까지
  • 김현지 기자
  • 승인 2017.06.07 16: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묵묵히 내 길을 걸을 수 있게 되기까지

_언제쯤 기사쓰기에 익숙해지나 싶다. 나는 항상 어중간한 사람이었던지라 무언가를 끝까지 해내는 능력이 언제나 부족했다. 중간에 매번 포기하고 말았다는 뜻이다. 그러는 와중에 불평이나 불만은 제일 많다. 제 잘못을 알면서도 고쳐지지 않는 건 왜일까.

_작년 여름 신문사에 들어온 이후로 벌써 반년하고도 4개월이 흘렀다. 곧 1년이 채워지는 시기다. 5번의 신문을 냈고 중간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내부 사람도 많이 바뀌었다. 이곳에 있으면 시간은 언제나 빠르게 흘렀다. 정신없이 내가 끌려가는 것이다.

_해가 바뀌고 제일 막내였던 내가 중간쯤으로 올라섰다. 후배들이 들어왔고 예전처럼 마냥 어리광 부릴 수만은 없는 위치가 되었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신문을 준비하는 게 늘 새롭고 어렵다. 학기 초에는 이런 상황에서 내가 견딜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반이었다.

_나는 내 기사에 자신감이 없는 편이었다. 해냈다는 성취감은 조금 있었나 싶지만 딱히 자랑거리로 삼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건 지금도 그렇다. 어찌어찌 나온 이번 신문 역시 차마 만족스럽다고는 말 못하겠다.
 
_다만 이번 신문의 <기자가 만난 선배>에서는 남다르게 느낀 점이 많았다. 나는 속이 배배 꼬여있어서 누군가 충고를 하면 곧바로 새겨듣는 경우가 잘 없었다. 언제나 태클 걸기 일쑤였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하며 코웃음 치기 바빴다. 누군가 내게 설교를 한다는 생각이 커서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웠던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 인터뷰 자리에서 듣는 선배의 이야기는 내게 경각심을 세워준 계기가 되었다. 일반대도 아닌 엄격한 해사대에서 군말 없이 덤덤히 자신의 일을 해나갔다는 얘기를 듣고 문득 든 생각은 ‘그게 가능한가?’였다. 해야 하는 일에 징징대기만 했던 나와 비교하면 더더욱 그랬다.

_불평해서 나아지는 일은 없다. 이 사실을 알고 있어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변명하면서 지금까지 지내온 내게 이번 인터뷰는 내 삶을 좀 더 진지하게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하기 싫다고 투덜거려봤자 뭐가 나아져?‘,‘그래봤자 시작한 건 끝을 봐야하지 않나‘ 하는 그런 것들. 내가 알면서도 줄곧 잊어버리고 있던 말들이었다.

_물론 마음가짐이 바뀌었다고 모든 게 해결 되는 건 아니다. 나는 앞으로도 해야 하는 일들에 투덜거릴지 모르고, 또 어중간하게 멈춰설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과 같은 날들이 있어서 모든 걸 내팽개칠 뻔 했던 내가 다시 한 번 마음을 고쳐먹게 되는 게 아닐까. 부디 어느 날의 내게 이 말이 닿았으면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