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
나는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
  • 김현지 기자
  • 승인 2017.09.01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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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애완동물을 넘어 반려동물이라는 개념을 가질 만큼 동물은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가 되었다. ‘집에 강아지 혼자 두기 그래서 빨리 집에 가려고‘,’고양이 밥 주러 가야해‘ 라는 말을 심심치 들을 수 있는 요즘, 우리대학 학생들은 어떨까. 기숙사는 애완동물을 기를 수 없으니 그렇다 쳐도 자취를 하거나 통학을 하는 학생들이 애완동물을 기르는 모습은 가끔 볼 수 있었다. 자취를 하며 기르기 쉬운 햄스터부터 흔히 볼 수 있는 고양이와 강아지를 기르는 학생들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네가 있어서
 
“학업에 인간관계에. 그 외 잡다한 모든 것들에 스트레스를 받고 돌아온 집에는 강아지 포포가 있었다. 가족들 모두 외출을 하는 날에는 몇 시간이나 빈 집에서 우리를 기다렸을 녀석의 모습에 찡해지기도 하면서 나를 반겨주는 포포가 고마웠다.”

▲ 박은서 학생이 기르는 햄스터 부탕이

_자취를 하며 동물을 기른다는 건 쉽지 않다. 통학을 하는 몇몇 학생들은 강아지를 기르고 있었지만 자취생들이 기르는 동물로는 햄스터와 고양이가 많았다. 자취를 하면서 햄스터를 기르는 박은서 (해양행정학과·14) 학생은 홀로 있는 집에 햄스터가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학원을 마치고 밤늦게 돌아왔을 때 제 집 문 앞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햄스터, 부탕이가 보였다”며 “밥을 달라는 건지, 나를 반기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라고 웃음 지어 보였다.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해야 하는 것도 많지만

“자신을 혼자 내버려 뒀다고 성질을 부리는 걸까. 원래 배변은 잘 가리던 녀석이 꼭 집을 비우기만 하면 방 이곳저곳에 소변이나 대변을 싸 놓는다. 비어있는 밥그릇을 보면 그럴 만도 싶지만 지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_애완동물을 기르기 전에 생각해야 하는 것이 있다. 동물을 위한 사료, 집, 이동장, 화장실 등을 생각하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여간 적은 게 아니다. 또한 집과 이동장처럼 한 번 사놓으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닌 소모품들은 더더욱 그렇다. 사료와 배변패드 등이다. 사료는 물론이고 강아지는 배변패드를, 고양이는 모래를 하루에 한 번 이상 갈아줘야 한다. 자취를 하며 고양이 두 마리를 기르던 최지영(조선기자재공학부·13) 학생은 이에 대해 “사료와 모래 값만 세 달에 30만 원이 족히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 햄스터를 기르기 위해 개조한 리빙 박스

_햄스터도 만만치 않다. 햄스터의 집은 주로 리빙 박스를 개조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햄스터는 따로 화장실이 없다. 대신 리빙 박스 바닥에 깔아준 톱밥이나 쳇바퀴 등을 자주 닦아줘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여름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물청소를 해줘야 한다.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을 자주 타지 않는 햄스터지만 꾸준히 청소를 해주지 않으면 눈에 다래끼가 나기도 한다. 박은서 학생은 “예전에 청소를 자주 해주지 않았더니 햄스터(부탕이) 눈에 다래끼 났다”며 “다행히 빠르게 병원에 데려가 약을 먹여 나았다”고 말했다. 이어 “약을 먹여 낫지 않으면 다래끼를 터트려서 고름을 빼주어야 하는데 이건 햄스터들에게도 스트레스일 것이다”라며 안타까워했다.
 
나는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새벽 세 시, 시험공부를 하던 도중이었다. 갑자기 포포가 토를 하며 쓰러졌다. 동네에 24시간 병원은커녕 막차까지 끊긴 시간이다. 나이도 있는데 며칠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해가 뜨면 곧바로 병원에 데려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새벽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저 헐떡거리며 잠든 포포를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구르는 게 다였다.“

_영도의 동물병원은 중리에 하나, 상리에 하나다. 그나마도 저녁이 되면 문을 닫고 주말은 휴무다. 부산 내 24시간 동물병원도 대여섯 개 남짓이니 미리 응급 상황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 현실이다.

“작은 병원에서는 수술이 힘든 상태라 집에서 2시간 걸리는 큰 병원에 포포를 데려갔다. 병 명은 자궁축농증으로, 자궁에 농이 차서 온몸에 염증을 일으키고 있다는 거다.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패혈증으로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 자궁을 급히 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수술 비용만 150만 원이 들었고 건강검진비와 입원비 등을 합하면 족히 300만 원은 되는 비용이었다.”

▲ 최지영 학생이 기르는 고양이 꼬맹이와 베리

_반려동물에 대한 많은 공부를 하고 준비를 했다 해도 급박한 상황은 있는 법이다. 그리고 비용 역시 생각해야 할 문제다. 최지영 학생은 둘째 고양이 ‘베리’를 우리대학에서 만났다. 새끼 길고양이였던 베리는 몸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건강검진을 해보니 장염이 있어 약과 사료를 대신한 생식을 먹여야 했다. 또한 생식을 베리에게만 줄 수 없어 첫째 고양이 ‘꼬맹이’ 분까지 사야 했기 때문에 비용은 두 배였다. 이후 중성화 수술을 했을 때도 비용은 항상 문제였다. 그만큼 반려동물의 삶을 책임진다는 것은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헤어지지 말자, 우리

“다행히 수술은 어떻게든 잘 끝났지만 포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건 힘들었다. 아파하던 모습을 떠올리면 그냥 눈물이 났다. 무사히 수술이 끝나 퇴원한 포포는 내게 기세 좋게 안겨들었다. 이렇게 소중한 아이를 어떻게 버릴 수 있을까. 포포를 끝까지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_반려동물을 기르기 전에 항상 우리는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책임감 없는 사람들은 항상 존재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5년 동안 유기된 반려동물은 8만 2천82마리다. 이 숫자는 구조나 포획돼 보호소에 들어온 경우만 집계했기 때문에 실제 유기 동물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와 같은 결과는 아직 대한민국이 애완동물에 관한 인식이나 환경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 애완동물 장례 서비스 어플 '포옹'

 

_그렇다고 해서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어플 ‘포옹’은 반려동물 장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을 때, 포옹에 출동요청을 하면 반려동물 장례 매니저가 반려동물을 수습해 대신 장례를 치르고 개별 화장을 해준다. 화장을 마친 후에는 유골을 수습하여 유골함에 담아 다시 고객에게 전달해주는 방식이다. 현재는 서울 경기 지역이 대상이며 이는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 기자가 기르는 강아지 포포

_포포의 이야기는 지난 6월, 기자 본인이 직접 겪은 일이다. 올해 열 세 살의 나이로 나와 함께한 시간은 벌써 7년이 된다. 급한 수술은 끝이 났지만 나이가 있는지라 포포는 심장도 좋지 않다. 포포를 혼자 집에 둘 때마다 매번 속상한 마음이 한가득이다. 그런 내가 미울 법도 한데, 포포는 내 발자국 소리를 귀신같이 알아듣고 항상 대문 바로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_이렇게 강아지부터 고양이, 햄스터 등 다양한 동물들이 사람의 곁을 지키고 있다. 동물을 기르기 전에 신중히 생각해보아야 함은 물론, 데리고 올 동물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다. 반려동물 등록제 이후 유기 동물 수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앞으로의 미래에도 반려동물에게 책임감 있는 주인들이 늘어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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