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 개발과 그 이면
영도 개발과 그 이면
  • 조경인 수습기자
  • 승인 2017.09.0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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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개발과 그 이면

 

▲ 호텔시공현장

 

_지금껏 부산의 많은 개발은 해운대, 광안리와 같은 동부산에 집중되었다. 이에 지역 균형개발의 일환으로 서부산 개발논란이 뜨거운데, 지금 그 중심에 영도가 개발바람을 맞으며 정면으로 서있다. 물론 아직 영도는 개발의 입김이 닿지 않아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부산의 대표 관광지인 태종대와 영화 촬영지로 급부상한 흰여울문화마을도 모두 영도에 있다. 그러나 최근 영도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자 영도구청은 도시재생 사업을 계획‧진행하며 개발바람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고, 민간 기업 또한 투자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으로는 영도구청, 밖으로는 민간기업의 개발쓰나미가 덮친 영도, 이대로 괜찮을까?

_영도구청은 구정방침으로 ‘주민감동, 해양산업, 인재양성, 가치창출’을, 구정비전으로는 '인간이 존중되는 행복도시 영도‘를 표명하며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 현재 논의, 진행 중인 사업은 대표적으로 ▲동삼하리지구 복합개발사업 ▲태종대 연결 해안관광도로 건설사업 ▲도시활력증진 개발사업(흰여울문화마을) ▲영도깡깡이 대풍포 예술촌 프로젝트 등이 있는데 이들 모두 주민과 상생하는 발전을 목표로 한다. 이와 반대로 수익성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의 투자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광복 롯데백화점 맞은편에 28층짜리 호텔이 들어서게 되었다. 이 호텔의 입점으로 지역주민들은 많은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1년 전 환호로 시작된 공사는 이내 주민들의 울부짖음으로 물들었다. 

 

찢어지고 내려앉은 집과 사람들

 

▲안전펜스로 둘러싸인 집

 

 

 

▲호텔시공으로 인해 무너진 집

 

_“끼잉-! 캉!” 귀가 터질 것 같은 소리가 잠시도 쉬지 않고 울리는 이곳은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이다. 취재를 위해 방문했을 당시, 공사현장과 가장 가까운 5채의 집은 파란색 ‘안전제일’펜스와 임시로 대놓은 기둥에 의지해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었다. 곳곳을 살펴본 결과 주변의 가정집과 상가건물은 무너지고 갈라졌으며 심지어 땅 밑으로 내려앉아 있는 곳도 적지 않았다.  이 마을에서 60년간 살아온 장초자씨(78)는 “오늘은 주말이라 이정도지, 평일에는 천둥이 치는 것처럼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다”며 “지금 집 지붕이 무너져 내려 임시방편으로만 공사를 해놓았지 다른 보상이나 조치는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보상에 관련한 질문에는 “영도구청 관계자들은 보상해 줄 수 없다고 했고, 현재는 아무런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이번에 내린 큰 비로 집이 더 무너져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고 했다. 또한 “세를 들어서 사는 사람들은 시공사 측에서 다른 집을 얻어 내보냈지만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불안에 떨며 살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_주민들은 이러한 피해의 원인을 인근 호텔시공으로 꼽으며 적절한 보상과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곳은 1923년 군포 매립지로 형성된 마을이다. 시공할 당시 땅을 파면 물이 나올 정도로 지반이 약한 곳이었다고 한다. 매립지의 특성상 높고 큰 건물의 입지가 불안정함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지질•토목조사와 지역주민의견수렴절차 없이 공사를 진행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현재 시공사는 이와 대한 주민들의 물음과 반박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곳에서 상점을 운영해온 김용수씨(73)는 “시공사측에서 5채의 집만 조사하고 나머지는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은 법정대응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8월 10일 1차 재판을 한 상태이며 한 달 후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는 중이다”며 “우리는 당장 집이 무너져 살 곳도 없는데 시공사에서는 모든 공사가 완료된 후에 보상하겠다고 하며 자꾸 미루기만 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나는 이제 어디서 살아야 하나

_현재 진행 중인 호텔시공은 2018년 9월 완공될 예정이다. 완공되려면 1년 이상의 기간이 남았지만 이미 집은 다 무너져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주민들의 조속한 이주가 가장 중요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주민 최영화씨(65)는 “나뿐만 아니라 여기 대부분 사람들 집을 팔고 남은 돈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데 집이 이러니 당연히 팔리지도 않고, 시공사는 공사가 다 끝난 후에야 보상금을 준다고 한다”며 “손자랑 단둘이 살고 있는데 이사를 하자니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고 안하자니 위험해서 손자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걱정을 토로했다.
_시공사는 호텔이 지어질 부지만 조사했을 뿐 그 주변의 지질조사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원주민들의 집과 마음은 무너져 내렸다. 게다가 적절한 보상과 구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주민들의 물음에는 묵묵부답이다. 원주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개발이 아닌 일부 투자자들을 위한 개발. 이것이 경제 활성화는 둘째 치고 그저 ‘살고 싶다’는 주민들에게 영도개발이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구민을 위한 구청?
_정말 이런 배신이 없다. 위의 호텔사례에서 구청은 민간기업의 사업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구청 스스로가 나서 주민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업들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영도구청이 진행하는 모든 사업이 주민들과 반대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래의 사업들은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어 많은 불만을 자아내고 있다.    
_연안정비사업은 영도 동삼지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바다매립공사이다. 해양대, 중리 부근은 태풍으로 인해 침수 피해가 잦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의 해안 방벽을 높이고 해안선을 정리하며 테트라포드를 추가로 쌓는 일로 약 370억의 예산을 투입해 2015년 8월부터 본격 시행되어 왔으며 2019년 쯤 마무리 될 예정이다.
_연안정비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연안보전사업으로 해일, 파랑, 해수 또는 지반의 침식 등으로부터 연안을 보호하고 훼손된 연안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두 번째는 친수 공간 조성사업이다. 국민들이 연안을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연안 경관을 보전하고 시민의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해변공원이나 해변산책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영도 동삼지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안정비사업은 첫 번째인 연안보전사업에 해당한다.
_그러나 연안정비사업에 대한 영도구 주민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영도구의 바다를 통해 생업을 이어가는 주민들은 연안정비사업으로 인해 어족자원이 줄어드는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며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연안정비사업으로 바닷속이 황폐해져 전과 같은 어업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_중리지구 연안정비사업에 의해 중리 해녀촌 또한 철거되었다. 해녀촌은 최근 예능프로그램에 소개가 될 정도로 여러 특색을 자랑하는 영도의 문화였다. 그러나 위 사업으로 인해 이러한 해녀촌이 사라져버렸다. 이와 관련된 보상은 현재 이루어진 상태이다. 하지만 예산 문제로 인해 보상의 일환인 해녀 기념관이 생길지는 아직 미지수다.
_영도구청 관계자는 “피해보상 조사를 했을 당시에는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으로 조사가 됐지만 주민들이 피해보상을 요구해 그에 대한 보상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 중인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법적으로는 연안정비사업이 국가사업이기 때문에 발주처인 해양수산청이 보상을 해야 하지만 연안정비사업을 계획할 당시 보상의 일부를 구에서 해결하겠다고 협의가 이루어져 현재 부산시, 영도구, 해수청 등 관련 기관끼리 협의를 해 보상을 할 예정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조사가 진행 중 이냐는 질문에는 “조사를 위해선 예산이 확보되어야 한다” 답했다.

 

다함께 잘살아보세!

_개발이 한창인 영도, 누군가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영도의 개발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진정한 개발을 위해선 지역과 더불어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아래의 사례를 통해 그 방법의 실마리를 찾아본다.

 

흰여울문화마을 급경사로 계단 정비공사

 

▲흰여울문화마을 급경사로 계단 정비공사

 


_지난 2016년 12월부터 이번년도 8월까지 흰여울문화마을 급경사로 계단 정비공사가 있었다. 흰여울문화마을에서 절영해안 산책로로 연결되는 급경사로 계단을 정비하여 시민들과 관광객의 편의를 증진하는데 목적을 둔 공사다. 이는 영도구의 개발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영도구 주민 및 관광객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사업으로 지역과 주민 모두 상생하는 사업의 한 예로 볼 수 있다.

 

흰여울마을, 산토리니(그리스 관광 도시) 벤치마킹

 

▲흰여울문화마을 (내일로여행 제공)

 


_부산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이 그리스의 관광 도시 산토리니를 벤치마킹해 바다마을로 변신한다. 산토리니는 에게해 남쪽 그리스령의 키클라데스 제도 남쪽 끝에 있는 섬으로 마을의 집들이 모두 흰색으로 칠해져 있어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한다. 해안 절벽 위에 있는 다양한 볼거리들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와 지형이 비슷한 흰여울문화마을에 산토리니를 벤치마킹하여 개발한다.
_당연히 개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가장 크다. 그러나 공사 전 설명회를 열어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개발로 인해 본래 살고 있던 주민들이 고통 받는 것을 줄이고자 내놓은 해결책이다.

 

절영해안산책로 해양관광터널(보행터널) 공사

 

▲절영해안산책로 피아노계단

 


_오는 9월부터 절영해안산책로의 피아노계단 부근에 해양관광터널(보행터널) 공사가 시작된다. 가파른 계단에 의한 관광객들의 불편함과 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영선동 내 부산 갤맷길 3-3 구간 중 방파제 끝부분과 파도광장을 잇는다. 완공이 되면 인근의 가파른 피아노계단을 지나지 않고도 파도광장에 진입할 수 있다. 또한 비상시 피난처로 활용이 가능하고 응급 상황 시 출동인원들의 지름길로 활용이 가능해 다방면으로 도움이 될 예정이다.

 

_이처럼 지역의 개발과 지역주민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 않다. 흰여울마을의 산토리니 벤치마킹도, 절영해안산책로의 해양관광터널도 지역 개발과 더불어 주민의 편의시설을 마련하고 주민의 목소리를 듣는다. 서로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절충한다면 개발은 더 나은 방향,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영도구의 개발도 모두가 상생하는 개발이 되길 기대해본다.


임다빈 기자 _dabin2108@naver.com
 조경인 기자 _kyungin98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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