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아치해변에 이안류가 온다면?
[팩트체크] 아치해변에 이안류가 온다면?
  • 김현지 기자
  • 승인 2017.09.01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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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팩트체크란? 통설과 사실의 경계선에 있는 애매한 이야기들을 속 시원히 탈탈 털어주는 코너입니다.

아치해변에 이안류가 온다면?
참고│기상청

▲ 한국해양대 아치해변

_지난 8월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이안류로 인해 70여 명의 피서객들이 피해를 입는 사태가 있었다. 해변 쪽으로 쳐야할 파도가 바다 쪽으로 치게 되면서 물놀이를 하던 피서객들이 그 물살에 휩쓸린 사건이다. 다행히 빠른 구조작업으로 큰 피해는 없었지만 일시적으로 해운대 해수욕장의 수영이 금지되고 야간 해수욕장 입장이 통제되는 등 후속조치가 이루어졌다. 이 같은 이안류는 어떻게, 어디서, 왜 오는 걸까. 섬에 위치한 우리대학 아치해변에는 전혀 일어날 가능성이 없을까?

 

▲ 해안 부근의 흐름의 특징

바다의 역적, 이안류
_이안류는 해변에서 바다 쪽으로 빠르게 흘러나가는 바닷물의 흐름으로 흔히 ‘역파도’ 라고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해변을 향해 치는 파도를 쇄파라고 한다. 이 쇄파가 해안선에 평행한 연안지역, 즉 해변 쪽으로 오랜 시간 모이게 되면 바닷물이 쌓이게 된다. 쌓인 바닷물은 다른 곳에 비해 수심이 깊으며 높은 파도 에너지를 갖게 되는데, 이렇게 모인 에너지가 수심이 얕은 바다 쪽으로 분출되는 현상을 이안류라고 한다. 이안류 발생에 수심이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이안류의 유속은 초속 2m이상으로 이 흐름에 휩쓸리면 수영에 능숙한 사람도 빠져나오기 힘들다. 이러한 이안류에 70여 명의 피서객들이 휩쓸렸으니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수영을 금지시킨 것도 과한 조치는 아니다.

과연 이안류가 아치해변에 올 가능성은?

▲ 해안선이 평행한 아치해변

_파도가 있는 모든 해변에서는 이안류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안류는 해저지형뿐만 아니라 여러 자연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예측이 쉽지 않다. 개중에서 이안류 가능성 여부를 판별하는 큰 특징은 해안선의 형태와 바다의 수심이다. 쇄파와 해안선이 평행해야 바닷물이 쌓일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이안류는 수심이 깊은 곳과 낮은 곳 사이의 파도 에너지의 차이 탓에 일어나므로 수심 역시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_우리대학 아치해변의 상황은 어떤지 알아보았다. 먼저 아치해변의 해안선이다. 자갈로 이루어진 해변은 바다를 똑바로 마주보고 있다. 파도의 방향과 해안선이 평행하다는 뜻이다. 수심 역시 해운대 해수욕장과 비슷한 깊이다. 이렇게 보면 아치해변에 이안류가 발생할 가능성은 제법 있어 보인다. 실상은 어떨까?
_해안선과 수심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아치해변에 이안류가 일어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아치해변이 자갈로 이루어진 점과 조도의 방파제 때문이다. 모래 대신 자갈이 자리한 아치해변에는 파도가 모래를 통해 힘을 얻을 수 없다. 바닷물이 해변에 쌓이려면 파도의 힘만 필요한 게 아니다. 모래를 태운 파도가 자갈을 태운 파도보다 더 가볍기 때문에 빠르고 에너지가 크다. 아치해변은 자갈로 이루어진 탓에 모래로 이루어진 해변보다 파도가 에너지를 얻기 힘들다.

_우리대학이 섬이라는 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대학이 위치한 조도 곳곳에는 방파제가 자리해있다. 이 방파제도 이안류 발생을 막는 요인이 된다. 해안선이 불규칙하거나 방파제가 있는 곳은 이들이 파도가 모이는 곳을 막아 이안류 에너지 집중화를 저해시킨다. 아치해변의 해안선 자체는 바다와 평행하지만 우리대학 방파제의 개수에 비하면 미치는 영향 정도가 작은 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이안류의 발생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 이안류를 벗어나는 방법(출처:기상청)

_우리나라에서 이안류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경부터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매년 크고 작은 이안류가 발생했다. 해운대만이 아니라 부산의 송정, 광안리 해수욕장은 물론 동해안 낙산 해수욕장에도 이안류는 발생하고 있다. 이안류에 휩쓸렸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침착하게 이안류의 흐름을 벗어나는 것이다. 이안류의 방향과 45˚ 방향으로 헤엄쳐 이안류를 벗어난 다음에 해변으로 돌아가야 한다. 수영에 자신이 없다면 당황하지 말고 그곳에서 가만히 구조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
_국가의 노력도 있다. 해양수산부에 의하면 2015년부터 우리나라는 ‘이안류 경보 발생 방법’을 개발하여 특허를 냈다. 이는 국립해양조사원과 한국건설기술연구소가 공동 개발한 기술이다. 기술 내용은 실시간으로 관측되는 자료에 새로 개발한 알고리즘을 접목시켜 이안류 발생가능성을 4단계로 나눠 예보하는 방법이다. 이번 해운대 해수욕장 이안류 사태에도 이 기술 덕에 긴급한 구조가 가능했다.

 

▲ 수영, 취사 등을 금지하는 현수막

_우리대학은 아치해변에서 수영, 낚시, 취사 등을 금지하고 있다. 안전의 문제도 있겠지만 위생이 가장 큰 문제로 보였다. 이안류의 위험은 적다지만 이외에도 여러 인명 사고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치 덕분에 최근까지 아치해변에서 큰 사고가 일어난 적은 없다. 끝나가는 계절이지만 남은 여름도 이처럼 무탈하게 끝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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