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은 가라! 노키즈존 (No kids zone)
애들은 가라! 노키즈존 (No kids zone)
  • 조경인 수습기자
  • 승인 2017.09.01 16: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애들은 가라! 노키즈존 (No kids zone)

_한창 기차 안에서 잠이 들려 하는데 갑자기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식당 이곳저곳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소리를 지른다. 만화영화를 보려 극장에 가니 온통 아이들뿐이고 사방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을 제지하는 부모는 없다. 결국 아이들이 없는 ‘노키즈존’을 찾게 된다.

 

아이들은 없는 ‘노키즈존’

_최근 아이들은 출입할 수 없는 ‘노키즈존’이 주목을 받고 있다. 노키즈존은 영유아와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곳을 말한다. 성인 손님에 대한 배려와 영유아 및 어린이의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출입을 제한한다.

 

영도구의 노키즈존 ‘카린’

▲ 영도 카린플레이스 제공

▲노키즈존 안내 팻말


_노키즈존은 생소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카페 ‘카린’은 영도 의 오랜 건물들이 지닌 색깔들을 모티브로 구성되었는데, 영도구의 대표적인 노키즈존 카페이다. 이곳 카페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건영(조선기자재공학과·14)학생은 “13세 이하의 어린이는 절대 출입이 불가해 멀리서 온 손님들도 아이 때문에 되돌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멀리서 왔으니 들여보내달라는 손님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고가의 장식품들이 많고, 다른 손님들에게 방해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출입을 철저하게 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일반 카페와의 차이가 크냐는 질문에는 “다른 카페의 경우 아이 울음소리로 시끄러운 곳이 많은데 아이가 없다보니 확실히 조용하다”고 답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맘충’

_하지만 여전히 노키즈존 보다는 아이들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이 훨씬 많다. 이런 곳에서 아이들을 통제하지 않으면 결국 모두가 불편해진다. 또한 자신의 아이만을 생각하며 행동하는 일부 부모들 때문에 ‘맘충’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맘충’은 엄마(Mom)와 벌레 충(蟲)을 합친 신조어로 다른 사람의 피해는 생각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자신의 아이만을 생각하는 엄마를 가리킨다. 

「 오늘은 카페에 갔는데 애 엄마가 쌍둥이 둘을 데리고 들어옴. 근데 갑자기 입구에서 오줌을 싸기 시작함. 직원도 당황하더니 대걸레 들고 나와서 닦는데 애 엄마가 하는 말이 애가 기저귀를 뗀지 얼마 안 돼서 그렇다, 좋은 거 먹여서 오줌이 맑으니 냄새 안 나고 괜찮을 거라고 그러고 미안하단 말도 없이 사라짐. 」

_최근 인터넷에는 이러한 ‘맘충’ 사례들이 급증하고 있다. 위와 같은 부모들의 내 아이만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다른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뭐? 내가 ‘맘충’이라고?

‘맘충’ 소리를 들을 만하니까 하는 거다.

vs

조금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가지고 ‘벌레’ 취급을 하는 것은 너무하다.


_하지만 ‘맘충’이라는 단어의 사용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벌레 취급을 하는 것은 너무 심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부터 그 만한 말을 들을 행동을 하지 않으면 된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_또한 무조건적으로 아이의 부모를 ‘맘충’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최근 ‘맘충’을 다룬 책까지 등장했는데, 바로 <82년생 김지영>이다.

 “그 커피 1500원이었어. 그 사람들도 같은 커피 마셨으니까 얼만지 알았을 거야. 오빠 나 1500원짜리 커피 한잔 마실 자격도 없어? 아니 1500원이 아니라 1500만 원이라도 그래. 내 남편이 번 돈으로 내가 뭘 사든 그건 우리 가족 일이잖아. 내가 오빠 돈을 훔친 것도 아니잖아. 죽을 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내 생활도, 일도, 꿈도, 내 인생 나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어. 그랬더니 벌레가 됐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해?”

_<82년생 김지영>의 저자 조남주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엄마의 입장에서 ‘맘충’에 관련된 기사를 보았을 때 ‘아 나를 이렇게 비난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 사회가 워낙 아이가 적은 사회이다. 아이를 볼 일은 잘 없고. 진짜 제대로 아이를 키우는 모습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회에서 그 노고와 고통 그런 것은 여자가, 엄마가 본인이 안 보이는데서 다 책임져주고 그러길 바라고 그 이후에 나오는 결과물들만 손쉽게 취하겠다는 태도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어 “참 이기적인 태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82년생 김지영>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 실제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느끼는 그런 박탈감이라 던지, 좌절감, 이런 것을 좀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 네이버 책&문화 생중계 인터뷰 中)
_25개월 아이엄마인 주부 김은진(32) 씨는 “‘맘충’이라는 단어는 너무 심한 말이니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아이와 함께 문화생활을 즐긴다는 이유만으로 ‘맘충’취급을 할까봐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결국 ‘맘충’은 아이 엄마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불편한 단어인 셈이다.


 
‘맘충’과 ‘노키즈존’의 씁쓸한 관계

_노키즈존은 계속해서 늘어가는 추세다. 사람들은 아이가 없는 곳을 찾고 아이의 부모들은 내 아이가 자유롭게 뛰놀 곳을 찾는다. 물론 노키즈존을 좋다, 나쁘다 이분법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차별대우 하는 공간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피난처 일수도 있다.
_‘맘충’과 ‘노키즈존’은 우리 사회의 이해와 소통 부족으로 서로를 배척하는 분위기 속에 생겨난 사회문화적 현상이다. 씁쓸하지만 오늘도 누군가는 아이를 데리고 갈만한 장소를 찾고 누군가는 노키즈존으로 발길을 옮긴다.

조경인 기자_kyungin9816@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