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수업인가?
누구를 위한 수업인가?
  • 해양대신문사
  • 승인 2017.09.0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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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저는 기계과에 다니는 3학년 학생입니다. 1학년때부터 열심히 학점을 채워나갔기에 몇 가지 4학년 과목을 제외하고 이번 학기를 끝으로 학교에서 제시하는 필수 교과목을 모두 수료합니다.
_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날 때가 오다 보니 저에게 필요한 것과 배워야 하는 것들을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코딩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다 보니 코딩이란 것이 마치 영어와 같이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뉴스를 보다보니 저보다 어린 친구들은 이제 코딩을 의무적으로 배운다고 합니다. 이 뉴스를 보면서 시대가 지나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것도 달라지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저는 벌써 저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뒤쳐지는 것을 인터넷을 통해서 지켜보고만 있다는 그런 괴리감이 들었습니다.
_저는 설계를 잘 하는 편입니다. 설계라는 기술로 지금까지는 먹고사는 데에 문제가 없을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 기사를 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아는 선배님에게 “회사에서 설계 자동화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설계자들이 다 쫓겨났다.”라는 말을 들었고 그 선배님도 그 구조조정의 대상자였습니다. 제 생각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적 흐름은 저와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벌써 제 기술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였습니다.
_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당장 가까워온 수강 신청에 코딩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수업을 찾아보았고 IT공학부 친구들에게도 물어보면서 수업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마땅한 수업이 없다는 것에 많은 실망을 했습니다. 있어봤자 약간의 언어나 알고리즘, 자료구조정도만 있었고 실무적인 수업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부산대 수업을 듣거나 학원을 다니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_물론 공학기술은 빠르게 변화하기에 이 글을 보면서 특정 분야에 한정된 너무 단편적인 예시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깊게 생각해보면 결코 학우분들과 연관이 없는 문제가 아닙니다. 학생들은 졸업과 함께 취직이나 어떤 일을 할 것을 무의식적으로 강요받습니다. 그러나 정작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다 보면 내가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고 실무에 사용한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거나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리고 대학 4년동안 나는 무엇을 한 것일까 라는 자괴감에 빠질 것입니다.
_저는 이 문제가 학교 수업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교육 과정은 교수님들이 열심히 생각해서 회의를 통해 학생에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이 아니기에 모두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같은 생각을 하지도 않습니다. 교수님들의 삶이 수업에 녹아 있다고 해도 교수님과 그 수업을 듣고 있는 여러분이 같은 인생을 살지도 않습니다. 우리 모두는 선택의 자유가 있으며 저희의 인생은 저희가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_물론 이 선택의 자유가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중요한 점은 해양대 내의 선택의 폭이 애초에 좁고 이 폭이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교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이러닝(IT-GO)를 통해서 여러 수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 학교에는 디자인 과가 없기에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이 시스템을 통해서 앱 프로그래밍과 zbrush라는 캐릭터 디자인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배우는 도중에 서비스가 중단되었습니다. 문의글을 올렸는데 사용자가 적어서 종료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여기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강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찾아 공부하는 가장 적극적인 학생들일텐데 사용자가 적다는 이유로 폐지하는 것은 우물 밖이 궁금해서 우물 안을 기어 올라가는 개구리가 있는데 뚜껑을 닫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있습니다. 해양대는 과가 특징적이고 그렇게 많지도 않은 타 대학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작은 학교입니다. 물론 전문적일 수 있다는 특징도 있지만 특정 분야에 전문적이라는 것은 특정 분야가 아니면 활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 양날의 검입니다. 그 튼튼했던 조선업이 망했듯이 우리는 예측할 수 없는 변수를 수없이 가지고 삽니다. 이런 사회에서 과연 아직 사회 경험이 적은 학생들에게 가능성과 위기 변수를 한정하며 삶을 한정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학교측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_결론적으로 저희 학교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더 많은 수업이 있어야 하고 적극적인 학생에게는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가능한 많은 루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제시하는 방안은 “학교 이거 해줘!”라는 투정이 아닙니다. 향후 시대적 흐름에 한국 해양대가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보험이며 학생과 학교 측과의 win-win인 옵션입니다. 요즘 시대에 고품질의 mp3가 잘 팔릴지 스마트폰이 잘 팔릴지 결과는 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성수 (기계시스템공학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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