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론은 어디에 와 있는가
[사설] 언론은 어디에 와 있는가
  • 이윤성 기자
  • 승인 2017.11.12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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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최근 논란이 된 ‘240번 버스 사건’을 보면 언론의 현 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이 일이 화제가 된 것은 한 목격자가 쓴 글이 SNS를 통해 확산되기 시작하면서다.

 _"240번 버스 기사가 정류장에서 난폭운전으로 엄마 손을 놓친 아이(약 5세)만 버스에서 내리게 하고 그냥 갔다. 엄마는 울며 절규하고 승객들도 이구동성으로 2차선으로 들어간 차를 세워달라고 외쳤는데 기사는 욕설을 뱉으며 무시했다. 아이 엄마는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 울면서 뛰어갔다. 차 안 승객들은 다 분노했다."

_ 이후 운전기사는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공공의 적이 되어 버렸다. 격분한 시민들과 네티즌은 운전기사 자격 정지는 물론, 법적 처벌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인터넷 상에서는 그의 신상이 공개되고 인신공격이 이뤄졌다. 또한 언론매체들은 SNS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기사화하고 운전기사를 비난했다.

 _ 하지만 며칠 뒤 버스 CCTV가 공개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아이는 자발적으로 내렸고, 기사는 단순히 승객이 정류소를 놓친 것으로 보고 2차로로 진입해 당시 하차가 불가능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문제가 된 욕설도 한 적이 없었다. 이후 정신적인 고통을 받은 운전기사가 일시적인 사지 마비 증세까지 보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화살은 차례대로 아이 엄마와 최초 제보자를 향했다. 기사를 욕하던 글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언론도 발 빠르게 태세를 바꿨다.

_ 이번 사건을 두고 과연 언론이 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생긴다. 인터넷 신문은 이슈가 되는 SNS 내용을 정보의 여과 없이 실시간으로 기사화했고, 토시 하나 안 바뀐 많은 기사들이 주요 포털을 뒤덮었다. 일부 방송 채널에서는 패널들이 둘러 앉아 당사자의 신상을 이야기하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언론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법을 제시하기보다는 시중의 ‘설’을 기정사실로 퍼뜨리는 데 열을 올렸다. 결국 이러한 배경에는 ‘돈’이 걸려 있다. 정확하고 심층적인 보도로 신뢰를 쌓기보다는 클릭 수, 시청률을 높여 광고 수입을 올리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다.

_ 대중은 자신의 입장에 따라 사안을 쉽게 판단하고 단죄한다. 뉴스를 만들고 전파하는 주역임에도 얼굴도 이름도 없기 때문에 책임 또한 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의 경우는 다르다.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언론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언론은 보도를 통해 사실 확인부터 대치되는 입장까지 정확하게 담아 대중으로 하여금 공정한 판단이 가능하도록 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다. 또한 그 내용에 대한 책임 또한 분명히 한다. 권한만 가지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면 언론은 단지 흉기(凶器)에 불과할 뿐이다.

_ 우리 모두가 현실을 각자의 관점에서 윤색해서 재구성한다. 사람은 불완전하지만 거만하다. 세상 모든 것을 바로 보는 듯하나, 정작 스스로는 보지 못하는 결정적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럴수록 균형을 바로 잡아줄 언론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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