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중심에서 다양성을 외치다
세상의 중심에서 다양성을 외치다
  • 김현지 기자
  • 승인 2017.11.1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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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우리는 자신과 다른 특징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차이를 인정하지 못한 우리의 언행이 차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차별의 대상은 다양할 수 있지만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LGBT에 대해서다. LGBT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바이(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앞 철자를 딴 것으로 성적 소수자를 의미한다. 레즈비언은 여성 동성애자를, 게이는 남성 동성애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또한 바이는 양성애자를, 트랜스젠더는 타고난 자신의 성과 반대되는 성을 지향하는 사람이다.

_이들은 다른 말로 '퀴어(queer)‘라고도 불린다. ‘색다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들을 위한 퍼레이드가 열릴 정도로 그들에 대한 인식은 높아진 편이지만 그들의 처지는 여전하다. 우리도 모르는 새에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와는 다른 그들,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지나간 40여 년의 역사, 그들의 시작은 스톤월 항쟁부터

▲ 스톤월 항쟁 40년을 기념하는 바 전경 (출처:동성애자 인권연대 웹진 '너, 나, 우리 "랑"')


_수 십여 년 간의 핍박을 받아왔던 동성애자들이 거리로 나선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이는 1960년대 후반, 미국 뉴욕에 위치한 스톤월인(이하 스톤월)에서부터였다. 스톤월은 게이뿐만 아니라 남성의 신체이지만 행동이나 옷차림에서 여성성을 드러내는 드랙퀸, 레즈비언 등 많은 성소수자들이 찾는 술집이었다. 1960년대 전후에는 경찰이 게이바 등을 급습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1969년 6월 28일, 그 날도 그러했을 터다. 그러나 당일 경찰들의 과도한 폭력과 언행으로 인해 오랫동안 사회에게 억압받아왔던 성소수자들의 울분이 터졌다. 스톤월을 비롯한 주위의 술집에 있던 성소수자들이 거리로 나와 폭동을 일으킨 것이다. 이 폭동은 7월 3일까지 이어져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입고 체포되었다. 하지만 소란이 멎은 뒤에는 동성애자 해방운동이 조직되었다. 이처럼 흩어져 있던 성소수자들을 하나로 모은 계기가 된 이 사건을 스톤월 항쟁이라고 부른다.
_미국의 퀴어 퍼레이드가 시작된 것도 스톤월 항쟁 이후부터다. 1970년 6월, 스톤월 항쟁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성소수자들은 센트럴파크에서 ‘자긍심 행진(Pride parade)’을 실시했다. 이 행진은 곧 미국 전역과 런던, 파리부터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오늘날의 퀴어 퍼레이드로 확대되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동성애를 정신질환 규정으로 분류했지만 성소수자들의 운동이 계속되자 1973년, 미국 정신의학회는 이 항목을 삭제했다.

 

퀴어 퍼레이드와 또 다른 누군가
_한국 최초 퀴어 축제와 퀴어 퍼레이드는 2000년 9월, 동성애자 단체와 대학생들이 모여 퀴어문화축제공동조직위원회을 만들면서부터였다. 첫 퀴어 퍼레이드 이후 매년 꾸준히 퀴어 축제가 열렸지만 그 반대 세력들도 만만치 않았다. 서울학생인권조례 반대, 차별 금지법 제정 반대 등 성소수자와 관련된 문제에 다른 의견을 내는 목소리도 있었다. 특히 동성애·동성혼 개헌반대 국민연합은 동성 간 사랑과 결혼을 허용함으로써 수많은 성이 생겨나면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지던 가족의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근거는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양심과 표현, 학문과 종교의 자유 억압 ▲초중고등학교 동성애 교육 의무화 ▲에이즈 감염 급증 및 치료비 국민부담 폭증 ▲건강한 가정과 사회의 훼손이 그것이다. 동성애가 합법화되면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의 자유가 억압되고, 동성애에 관한 호기심을 증폭시킬 뿐만 아니라 동성애로 인해 에이즈가 확산되며 남녀의 역할을 배울 수 없는 가정이 늘어난다는 이유다.
_퀴어 퍼레이드 역시 이들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신촌에서 제15회 퀴어 축제가 열렸을 때 이들이 퍼레이드 구간에서 동성애 혐오 피켓을 들거나 도로에 누워 행진을 방해하는 등 웃지 못 할 상황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퀴어 축제는 계속되고 있다.

부산도 부퀴영화
_2017년, 대구와 서울을 이어 부산에도 한국퀴어축제가 상륙했다. ‘부퀴영화’라는 이름의 부산 퀴어 축제는(이하 부퀴영화) 지난 9월 23일, 해운대 구남로 문화광장에서 개최되었다. 오전 10시, 부스행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부퀴영화가 개막했다. 퀴어를 나타내는 의미인 무지개 깃발이 곳곳이 걸려있는 총 42개의 부스는 퀴어, 청소년 인권 등 소수자들과 관련한 다양한 굿즈 판매와 이벤트를 진행했다.
_부퀴영화에 참가한 부스 중 퀴어 문학 출판 브랜드 '큐큐'는 전 세계 퀴어 작가들로 이루어진 시집 <우리가 키스하게 나둬요>를 비롯해 퀴어 일러스트 엽서 등을 판매했다. 큐큐의 대표 최성경 씨는 “우리들은 이렇게 모두가 한 곳에 모여 있다는 점 자체가 큰 기쁨이다”며 “앞으로도 퀴어와 관련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 큐슈 RAINBOW PRIDE 부스 전경


_일본에서 온 부스도 있었다. 바로 '큐슈 RAINBOW PRIDE‘다. 이는 2017년 11월 5일에 열리는 일본 퀴어축제의 이름으로, 부스에는 무지개 색지와 사진으로 하트 모양을 만든 조형물이 걸려있었다. 큐슈 RAINBOW PRIDE의 실행위원 미우라 노부히사 씨는 이번 행사에 참가하면서 “일본도 한국도 LGBT는 어디서든 살아가고 있다”며 “꼭 모두가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무지개 깃발 아래에서 행진하는 시민들


“퀴어 아이가”
오후 3시 30분, 퀴어 축제의 꽃이라 말할 수 있는 퍼레이드가 시작되었다. 힘찬 함성으로 시작된 퍼레이드는 구남로 광장을 벗어나 해운대 일대를 행진했다. 부퀴영화에 참가한 시민들은 무지개 깃발과 다양한 인권연합의 깃발을 펄럭이며 2.8km를 걸었다. 신나는 음악에 흥이 오른 시민들에게서 밝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해운대 일대를 행진하는 와중에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그들에게 손을 흔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퍼레이드를 하던 시민들은 그들에게 웃음으로 답하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 바이섹슈얼을 나타내는 색인 남색, 보라색, 분홍색 무늬의 천을 들고 행진하는 사람들


_부퀴영화가 개최된 9월 23일은 바이섹슈얼의 날이기도 했다. 부퀴영화 주최 측은 바이섹슈얼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무지개무늬의 천뿐만 아니라 또 다른 천을 준비했다. 무지개 색깔이 퀴어를 의미한다면, 분홍색, 보라색, 남색은 바이섹슈얼을 의미한다. 선두에는 무지개색을, 바로 그 뒤에는 바이섹슈얼의 색을 들고 행진하는 것이다. 긴 퍼레이드 구간에도 시민들은 지친 기색 없이 끝까지 행진을 마쳤다. 퍼레이드가 끝나고 다시 구남로 문화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우리는 서로의 힘이다‘를 외치며 부산의 첫 퀴어 축제의 막을 내렸다.

 

 

▲ 동성애 반대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


_부퀴영화와는 다른 움직임도 보였다. 바로 2017러브시민축제다. 개중에는 기독교인들과 부산동성애반대시민연합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부퀴영화가 열리는 구남로 문화광장 옆에서 동성애·동성혼 개헌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거나 퍼레이드 구간을 따라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시위를 지속했다. 동성애 반대 시위에 참가한 박은혜 씨는 “동성애자들의 인권은 보호해줘야 하는 게 맞다”며 “하지만 동성애를 허용하게 되면 올바른 부모의 역할을 배울 수 없는 것은 물론 에이즈 위험도 크다”고 걱정스러워했다.

 

_부퀴영화의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부스에 참가한 우리대학 학생 한리(활동명)는 “부퀴영화가 열리기 전부터 이런저런 일이 많아 잘 개최될까 걱정했다”며 “많은 퀴어들의 관심과 열정으로 행사가 잘 개최된 것 같아 다행이다”고 말했다.
_국내 퀴어축제는 부산으로 끝나지 않는다. ‘퀴어 인 제주‘라는 이름으로 10월 28일 제주도에서도 퀴어축제가 개최될 예정이다. 성소수자에 대해 많은 의견이 오가는 현실이지만, 언젠가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미래가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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