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말의 합리화, 데이트 폭력
사랑이란 말의 합리화, 데이트 폭력
  • 임다빈 기자
  • 승인 2017.11.15 23: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_“날 지켜주던 사람으로부터 내 자신을 지켜야 할 때 끝났어야 했다. 그는 내가 헤어지자고 하면 날 무자비하게 때렸다. 그러고는 정신이 돌아오면 미안하다며 사과하기 시작했다. 이성적으로 설득해도 그의 반응은 늘 폭력으로 같았다. 난 그와의 매 순간 죽어있었고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그를 피해 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곧 학교까지 찾아왔다. 시험을 보려면 학교에 가야했지만 그에게 들켜 또 맞을까 두려워 그마저도 포기했다. 그렇게 내 일상이 무너졌다.”

- 국제대학 A학생 (女)

_“나는 통학생이라 시험기간이 되면 늘 체력이 부족해 힘들었다. 자연히 만남은 뒷전이 되곤 했지만 남자친구와 나는 시험이 끝나면 밀린 데이트를 하며 서로를 이해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어느 날, 그는 내게 갑자기 서운함을 쏟아내며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친구를 만나는 것을 용납하지 못했고 그런 그가 부담스러웠던 나는 그에게 이별을 고했다. 나 또한 힘든 시간을 보내던 찰나에 그가 자살기도를 했고 응급실에서 생사의 기로에 서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병원에 달려갔을 때 그의 부모님은 나를 원망하며 살려내라고 울부짖었다. 나는 그날의 충격으로 여전히 남자목소리만 들려도 무섭고 현재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

  - 국제대학 B학생 (女)

나날이 늘어나는 데이트 폭력

_위 두 사례 모두 우리대학의 학생들이 겪은 데이트 폭력이다. 데이트 폭력이란 미혼의 연인 사이에서 한쪽이 가하는 폭력이나 위협을 나타내는 말로, 폭력적인 행위를 암시하며 정신적인 압박을 가하는 것과 같은 비물리적인 행위도 포함한다. 위 사례 중 특히 두 번째는 비물리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또한 폭력이라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데이트 폭력은 연인이라는 친밀한 관계의 특징상 지속적,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재범률 또한 높다. 지난 2016년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연간 7500건 이상의 폭력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하루에 약 20건 정도가 발생하는 것으로, 그 빈도는 매해 늘어 올해는 하루 43건의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_통계에서 드러나듯이 최근 데이트 폭력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가해자는 법적처벌수위가 약하다는 것을 악용한다. 데이트 폭력에 대한 처벌은 형법에 따라 폭행은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뿐 특례법 또한 전무한 상황이다. 게다가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가 있을 경우 처벌수위가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8월 8일 표창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데이트폭력 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에 따르면 데이트폭력 피해자가 데이트 폭력 또는 스토킹 피해를 우려하는 경우 신변보호를 요청할 수 있다. 또한 신고가 있을 경우 경찰이 반드시 출동하여 보호조치를 하도록 하고 법원의 결정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하게 된다. 표의원 “사전에 보호하고 가해행위가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법적근거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고 입법취지를 전했다.

▲ 그릇된 인식을 낳는 미디어

그릇된 인식을 낳는 미디어

_물론 가해자의 악용이나 스스로의 불안문제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대중매체에 의한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쏟아지는 미디어 영상물의 홍수에서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하는 것은 드라마나 영화이다. 특히 드라마는 오랜 시간에 걸쳐 흥미를 가지게 한다는 특징이 있어 드라마의 영향은 좀 더 예민하게 다가온다.

_높은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인 <꽃보다 남자>나 <시크릿 가든>의 남주인공은 엄청난 부자에, 자신만만하다. 이에 비해 여주인공은 힘이 없고 근근이 생활을 이어간다. 이 둘이 극중에서 연인으로 그려질 때, 남주인공은 여주인공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자신과의 교제를 강요하거나 스킨십을 강제로 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매체나 SNS상에서의 여성들의 반응은 보기 불편했다는 것보다는 “설렌다”, “상남자다”라는 식의 반응이 상당수다. 제작자는 이러한 대중의 요구를 반영하여 유사한 패턴의 미디어를 재생산한다. 이처럼 폭력적인 미디어의 방향과 받아들이는 대중의 왜곡된 인식은 데이트 폭력을 부추기는 듯한 효과를 낳는다.

 

학생들의 인식은?

_데이트 폭력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도 데이트 폭력이 심화되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대학 학생들은 데이트 폭력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_학내구성원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진행해보았다. 기자의 “남자친구(여자친구)가 누구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데이트 폭력일까?”라는 질문에 이유진(해사법학부·16)학우는 “서로 휴대전화 검사를 하는 것은 폭력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까지 폭력이냐”며 놀라워했다. 또한 김하랑(국제통상학과·17)학우는 “신체적으로 때리는 것만 폭력인줄 알았지 그런 것이 왜 폭력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_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데이트 폭력이라는 것이 단순히 물리적인 폭행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실제로는 그 장벽이 낮았다는 것에 놀라워한다. 비단 여성만이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4월 말에는 헤어진 남자친구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성이 집에 찾아가 가위로 100만원 상당의 옷을 찢고 시계 등 금품 210만원 상당을 훔치다가 경찰에 붙잡힌 경우도 있다. 이렇듯 전체 피해자 중 82.9%가 여성이지만 남성도 3.4%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결코 여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 데이트 폭력의 실제 사례

_데이트 폭력의 피해자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일상이 불가능해진다. 또한 폭력과정에서 살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사적이라고 생각하여 가볍게 넘기는 인식은 더 큰 피해를 일으키기 때문에 새로운 방지대책과 보다 수위 높은 처벌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재범률이 높은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의 교정교육체계도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 때문에 정부의 사회전반에 걸친 현상이해를 바탕으로 한 사후대책에 대한 고민이 시급한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