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새로움 그리고 시작
한글, 새로움 그리고 시작
  • 임다빈 기자
  • 승인 2017.11.15 23: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든 소리를 글자로 표현해 낼 수 있는 문자.
 주어를 문장구조 어느 곳에 위치시키더라도 문장이 성립하는 글.
 창제자와 창제원리가 분명히 밝혀진 세계유일의 문자.
 발음과 모양이 일치하는 과학적인 문자.
 
 _위의 수식을 받는 문자, 바로 한글이다. 우리나라는 10월 9일을 한글날로 지정하여 한글의 우수성과 그 뜻을 기념한다. 올해 역시 공휴일인 한글날을 맞는 설렘이 가득한데 정작 기념하고 있는 한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우리의 문자 한글, 얼마나 알고 있을까?


▲ 최현배 선생의 방명록

한글날은 왜 10월 9일인가?
_본래 명칭은 “가갸날”로서 이는 1926년 11월 4일을 기준으로 480년 전에 훈민정음 반포를 기념하기 위해 지정한 것이었다. 그런데 왜 지금 한글날은 11월 4일이 아닌 10월 9일인것일까? 한글날을 정하기 위한 많은 노력과 연구가 있었는데 음력으로 기념일을 정하다 보니 해마다 날짜가 바뀌었다. 이에 날짜를 고정시키기 위하여 훈민정음이 반포된 날을 양력으로 따져 10월 29일을 한글날로 정하였다. 그런데 1940년 훈민정음 해설서인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었고, 거기에 기록된 9월 상한을 양력으로 계산하여 10월 9일을 한글날로 선포하게된 것이다.

한글은 왜 창제되었나?
_서기 1428년 조선시대, 한 백성이 자신의 부모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교질서가 지배하던 조선은 발칵 뒤집혔고 곧이어 삼강행실이라는 윤리교과서를 만들어 배포하였다. 하지만 백성들은 어려운 한자로 쓰여진 책을 읽을 수 없었고, 평생 글도 모른 채 억울하게 살아야 했다. 한자는 양반도 20년이 걸려 배울 만큼 어려워서 백성들에게는 맞지 않았다. 이에 세종은 어린아이도 반나절이면 익힐 만큼 쉬운 문자를 만들기 위해 모든 학문을 연구하여 서기 1443년 한글 28자를 창제했다. 

언어와 문자, 점점 완성되는 오롯한 한국어
_흔히 한국어라고 하면 한글을 생각하기 쉬우나 이 둘은 개념이 다르다. “언어”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고, 의사를 소통하기 위한 소리나 문자 따위의 수단이다. “문자”란 말을 눈으로 읽을 수 있게 나타낸 기호이다. 이 둘이 일치하는 경우는 드물다. 예를 들어 “알파벳이라는 문자”를 사용하는 국가는 많지만 그를 읽어내고 소통하는 “언어”는 저마다 다르다. 
_마찬가지로 우리나라는 한글이 창제되기 이전부터 “한국어”를 써왔지만 중국의 문자를 빌려 표기할 뿐 우리만의 문자가 없었다. 이에 한자를 빌려 뜻을 상관하지 않고 음만을 따서 쓰곤 했는데 이것이 “이두”이다. 물론 이두를 사용하여 문서를 제작하거나 기록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소리를 글에 담아내지는 못하였다. 이에 세종은 우주의 원리와 자연의 이치, 세상의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문자를 만들고자 했다.

지혜롭고 아름다운 말, 말, 말
_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는 단어들에도 한글과 조상들의 아름다운 지혜가 깃들어 있는데 다음의 단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
_“얼굴”은 “얼”과 “꼴”이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이다. “얼”은 정신의 줏대를 가리키는 말이고 “꼴”이라는 말은 형태, 모양 등을 나타내는 말로 얼굴은 그 사람의 정신과 얼이 드러나는 형태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만의 정서인 “한”을 표현한 노래인 아리랑에도 미처 알지 못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 “아”는 나 아(我), “리”는 이치 리(理), “랑”은 즐거울 랑(朗)으로 나를 깨닫는 기쁨을 노래하는 것이다. 즉, 참된 나를 버리고 욕망을 쫓는 삶은 완성을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 숨어있다. 이어 “기분”은 “기운의 분포도”라는 뜻으로, 기분이 좋다는 것은 기운의 분포도 고르게 되어서 균형 있다는 의미이고 기분이 나쁘다는 것은 기운이 한쪽으로 치우쳐 조화롭지 못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인 것이다.
_또한 흔히 말하는 “봄”이라는 단어도 알지 못했던 뜻이 있다. 봄은 사계절의 첫 번째 혹은 인생의 한창 때나 희망찬 미래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러한 “봄”은 “보다”의 명사형으로 “보는 일”을 의미하고 파릇한 새싹과 피어나는 꽃처럼 볼거리가 풍성하고 밝은 미래처럼 훤히 잘 보인다는 뜻이다. 또한 상대방을 안심시키는 말인 “괜찮다”는 “관계하지 아니하다”에서 나온 말로서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이 자신과 관계없음을 나타내는 말이 확장되어 쓰인 말이다.

▲ 한글 맞춤법 통일안

신기하고 신비로운 우리 말, 말, 말
_(최근 인터넷에서~) 한 언어학자가 강의에서 부정+부정이 긍정이 되는 경우는 있어도 세계 어느 언어에서도 긍정+긍정이 부정이 되는 경우는 없다고 하자 한 학생이 “잘도 그러겠다”고 말했다. 이는 세계 그 어느 언어에도 적용된 바가 없는 규칙을 깨버린 예이다. 또한 우리말은 문장구조가 섞이거나 바뀌어도 비문이 아니다.
“이래서 한글이 매우 좋다”라는 문장은
“한글이 이래서 매우 좋다”
“이래서 매우 한글이 좋다”
“이래서 매우 좋다 한글이”
“매우 좋다 이래서 한글이”라고도 바꿀 수 있다.
문장의 구조와 어순은 달라졌지만 위 문장 모두 비문이 아니다. 즉, 우리말은 문장구조를 바꾸면 비문이 되는 영어나 기타 언어와는 달리 순서와는 상관없이 하나의 뜻을 표현할 수 있는 익히기 쉬운 언어인 것이다.


한글의 위기
_“다꽝, 가새, 벤또, 짬뽕, 오뎅, 쇼부” 모두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일본어이다. 광복 72주년을 맞은 지금까지도 일제강점기 때 뿌리내린 일본어는 쉽게 지울 수 없다. 이처럼 언어는 그 시대를 점령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삶에 파고들며 그 민족의 정신을 담아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_1910년. 주권을 빼앗기고 문화통치를 받는 시절, 일본은 우리의 민족성을 없애기 위하여 우리말과 우리글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이에 국어학자들은 민족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얼이 담긴 말과 글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여겼다. 이 후 1921년, 최현배선생 중심의 “조선어 연구회”를 창립하여 우리의 말과 글을 연구하고 보존하는데 앞장섰다. 그는 주시경선생 이후 최고의 한글 공로자로서 일제강점기 때에 한글맞춤법통일안을 만들거나 탄압을 받는 현실에서도 방명록을 한글로 작성할 만큼 한글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했던 인물로 꼽힌다. 그를 비롯한 장지영, 이윤재, 김윤경, 이극로 등의 많은 학자들이 자신의 목숨과 바꿔가며 우리의 말과 글을 지켜냈다. 

_한글, 그 위대함 속에는 깊은 “애민의 정신”과 “우리의 것”을 지키려 했던 선대들의 뜨거운 노력이 서려있건만 최근 맞춤법에 어긋나거나 줄임말을 사용하는 빈도가 늘며 훼손이 심각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인터넷이나 미디어 매체 상에서 그 이유를 찾곤 한다. 하지만 그보다도 한글이라는 우수한 문자를 사용한다는 것에 자긍심을 가지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한글을 지켜나가는 것이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