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의 학생 자치
[사설] 위기의 학생 자치
  • 이윤성 기자
  • 승인 2017.12.2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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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매년 이 맘 때면 교정 곳곳에 걸린 선거 포스터와 현수막이 눈에 띈다. 캠퍼스를 누비며 한 표 한 표를 호소하는 입후보자와 선거 운동원, 공약을 점검하는 치열한 정책토론회까지, 과연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음을 실감한다.

_하지만 학생 자치의 위기는 해를 거듭할수록 선명해지고 있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총학생회 선거에 단수 후보가 출마했다. 지난 2015년 입후보자 부재로 인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 이후 벌써 3년째 투표지에는 단일 후보에 대한 찬성과 반대만이 있을 뿐이다. 각 단과대 학생회로 시선을 옮겨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더욱이 국제대의 경우, 입후보자가 없어 내년 보궐선거가 무산된다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_이런 분위기는 비단 우리대학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얼마 전 가톨릭대는 총학과 단대 학생회, 총동아리연합회 등 모든 학생 자치기구에 입후보자가 없어 선거 자체가 무산되었고, 올해 연세대와 숙명여대, 한국외대, 서강대, 서울여대 등 많은 대학이 총학 입후보자가 없어 비대위 체제로 운영됐다.

_그간 대학 민주화에 앞장서왔던 학생 자치기구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요즘 대학가에선 투표율이 과반을 넘지 못해 선거 기간을 연장하고,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는 풍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학 사회 전반적으로 정치적 냉소주의나 무관심이 증가한 탓도 크다. 대학 진학과 동시에 취업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학생들은 활발한 학내 정치 참여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있다.

_학생 자치에 대한 무관심에 정치력 약화가 겹치면서, 철학이나 가치를 가진 학생 자치기구라도 이를 실현하기는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재정 문제로 인해 활동 환경도 열악하다. 학생 자치기구를 거쳐 가는 이들도 결국은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은 학생들이다. 사명감이나 의무감, 희생정신만으로는 학생 대표자로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은 것이다.

_목소리를 내고 싸우지 않아도 될 만큼 학생들의 권리가 보장되고, 학생 자치가 실현됐다면 학생을 대표하는 학생 자치기구는 사라져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불과 1년 전 이화여대 부정 입학 사태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이 벌어진 것에 대해 학생은 선두에 서서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광장에 나섰다. 또한 학교 본부를 견제하고 학내 성 평등 문제와 대학 평의원회 구성 등 대학 사회 변화를 이끌어 가기 위한 학내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_위기의 학생 자치에 답은 오로지 우리, 학생뿐이다. 학우들의 뜻을 모아 대변하는 학생 자치기구의 힘은 언제까지나 학생에 의해 부여된 권력으로부터 발휘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시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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