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아직 몰라서 그러는데"
"네가 아직 몰라서 그러는데"
  • 김예찬 수습기자
  • 승인 2017.12.27 15: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의 젊은 꼰대-

_“새터(새내기 새로 배움터)에서 한 선배가 여자 신입생들의 얼굴순위를 매기는 걸 강요하고 성희롱적인 발언을 일삼아 매우 불쾌하였다.”

_올해 입학한 17학번 이00 학생의 말이다. 그는 “선배들과 나이차이가 얼마 나지도 않는데 지위를 이용해서 후배들에게 본인의 가치관을 주입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_선배의 지위를 이용하여 후배를 본인 마음대로 하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을 대학 내의 ‘젊은 꼰대’라고 한다. 꼰대의 사전적 정의는 ‘늙은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은어’이다. 흔히 알려진 어원으로는 영남지방에서 번데기를 뜻하는 ‘꼰데기’의 변형이라고 알려져 있다. 주름이 번데기처럼 많아서 꼰대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쓰는 꼰대는 권위적이고 본인만 옳은,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는 한없이 관대한 사람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꼰대에 덧붙여 젊은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젊은 꼰대는 기성세대의 서열중심 문화를 젊은 세대가 답습하면서 만들어진 신조어라 할 수 있다.

_젊은 꼰대에 대한 논란과 비판이 많아지면서 여러 대학에서 꼰대 문화에 대한 문제제기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꼰대들의 언어행태를 풍자한 꼰대 육하원칙, ‘나도 혹시 꼰대인가’ 확인하는 꼰대 자가테스트 라는 자료도 쏟아지고 있다.

_그렇다면 1년을 돌아보며 우리대학에서는 젊은 꼰대가 없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젊은 꼰대는 우리학교에도 있었다. 다만 분위기에 휩쓸려 당연할 걸로 여기거나 권위에 눌려 침묵하였던 것이다.

“선배가 강요하는 술자리 싫어 학과생활도 하기 싫다”

_대학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술, 하지만 모두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신입생에게 재학생이 음주를 강요하는 문화는 대표적인 악습이다. 좋은 사람, 좋은 분위기에서 내가 마실 만큼만 먹는 술과는 다르다. 16학번 조00 학생은 1학년 MT 때를 생각하면 기분이 썩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처음엔 술을 강요하지 않는다던 선배들은 마실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형성했다”며 “장기자랑을 못하면 할 때 까지 계속 술을 건네고 아직 어색한 동기·선배와의 러브샷을 했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_교육부는 지난 2015년 ‘대학교 MT 등 학교행사 안전관리대책’(대책)을 발표해 대학입학 전 실시하는 OT 때에 응급처치 및 음주문화 교육을 시행하도록 했다. 올해 우리대학도 OT와 MT 이전에 교육을 시행했으나 짧은 시간, 형식적인 내용으로 학생들은 ‘유명무실’했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부 관계자는 “음주문화에 대한 자성의 움직임이 대학가에서 있길 바라는 마음에 ‘대책’ 안에 강제 규정을 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_이러한 상황에 대한 거부감은 학과생활 전체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17학번 윤00 학생은 “기본적으로 술을 잘 못 마시는 편이라 술자리보다는 카페에서 선배·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걸 선호한다”며 “하지만 학과mt,동기회,집부모임 등은 모두 술자리가 동반되고 주는 대로 마셔야하는 상황이 많아 참가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너가 뭘 알겠어, 나 때는 말이야 ~했는데

_타인의 현재 상황에는 관심이 없고 그때의 화려했던 나, 힘들었던 나에 초점을 맞춰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를 담고 있다. “내가 신입생 이었을 땐 상상도 못했는데”, “우리 때는 학과생활에 빠지는 건 말도 안됐지”라며 일명 내가 이랬으니 너네도 무조건 이러해야한다는 식의 논리를 들이민다. 이를 받아드리는 후배는 잘못된 위계질서 문화를 옳은 것으로 착각하여 내재화 한다. 이를 통해 지금도 새로운 젊은 꼰대가 생겨나고 있다. 인사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곤 한다. 17학번 송00 학생의 경우 “같은 과 선배님인 줄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후에 선배들 사이에 00은 싸가지가 없어서 선배에게 먼저 인사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퍼졌다“며 ”인사드리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억울하고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대학교 군기문화 그냥 참고 넘겨야죠 #경찰에”

_위의 포스터는 부산경찰과 경성대학교 홍보대사 학생들이 잘못된 대학 내 군기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포스터를 제작하여 홍보 할 만큼 대학 내 군기문화는 이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되어 왔다. 대구 소재 모 대학교 간호학과에서 신입생들에게 복장규정, 대답규정, 엘리베이터 사용금지 등 이상한 규율을 강요하여 논란이 되었다. 강요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체벌로 이어지기도 한다. 경기 소재 모 대학교 해양융합과학과에선 재학생들이 새벽부터 신입생들을 깨워 구보와 PT체조 등을 하도록 강요하여 문제가 되었다. 재학생들은 PT체조를 시키기 전 신입생들을 향해 “내가 잘못하면 동기가 힘들어진다는 생각으로 똑바로 하라”고 하였다. 군대 정신교육 현장을 방불케 한다. 선·후배로서 상호간의 예절을 넘어선 과도한 규율과 군기는 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후배들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꼰대 문화 어디서 온 것이며 어디로 갈까?

_한국사회의 꼰대 문화는 어디로부터 비롯된 것일까? 구모룡 교수(동아시아학과)는 그 원인으로 크게 2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나이를 중요시하고 따지는 문화이다. 서구권 국가의 경우 개인의 능력과 생각을 중시할 뿐 서로의 나이는 묻지도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한 그룹이 모임만 가져도 나이를 묻고 서열을 정리한다. 구 교수는 “유교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할 수 있다”며 “유교의 예의범절 문화는 좋고 장려할만한 것이지만 위계질서를 형성해 억누르는 문화가 고착화되어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_둘째는 군사문화이다. 대한민국의 남성들은 병역의 의무를 진다. 군대에서 훈련받은 군사문화(계급,군기)는 그들에게 내재화되어 사회생활에서 드러난다. 군인이 대통령이 되어 나라를 지배했던 역사가 있다. 그 과정에서 군사문화가 사회 전반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구 교수는 “
대학,사회에서 선·후배, 상사·부하 직원 형태의 서열화는 이러한 군사문화가 일반 사회에 전해진 것이다”며 “일부는 무릎을 꿇게 하거나 체벌을 가하고 다나까 체를 쓰게 하며 위계질서를 철저히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꼰대 문화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구 교수는 “어떤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대학의 젊은 꼰대문화의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은 대학구성원 주체들이 스스로 의식을 바꾸고자 하는 노력이다”라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고 굳어온 것이 문화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대책보다는 민주적 토론의 장을 열고 선·후배가 서로 대화를 하며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_굳이 배울 필요가 없는 꼰대 문화를 배운 ’젊은 꼰대‘들. 권위주의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서열 문화를 인정하는 부조리한 현실이다. 수직적 관계에서 형성된 ’똥군기‘를 통해 그들은 무엇을 얻으려고 반복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들을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다. 꼰대라고 비난했던 선배의 모습이 어느새 내 모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를 돌아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꼰대 김철수란 책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세상엔 두 종류의 꼰대가 있다.
자신이 꼰대인 줄 알면서 꼰대 짓 하는 꼰대.
자신은 꼰대가 아니라고 확신하며 꼰대 짓 하는 꼰대.

전자는 몇 대 쥐어박고 싶을 만큼 밉지만
후자는 딱하고 가엾고 불쌍하고 안쓰럽고 애처롭다."


2018년, 새로운 학년이 다가오는 지금 당신은 전자입니까? 후자입니까?
또는 좋은 선배입니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