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정'이 무너진 대학사회
[사설] '공정'이 무너진 대학사회
  • 이윤성 기자
  • 승인 2018.03.26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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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_지난해, 국정농단 사태를 딛고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첫 일성은 '특권과 반칙 없는 사회 구현'이었다. 공정 사회를 외치는 대통령의 취임사는 많은 국민의 박수를 받았다. 특히 사상 최고의 취업난과 부의 양극화를 직면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안겨 주었다.

_하지만 집권 2년 차를 맞이한 현재,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공공기관 및 공기업, 금융회사의 채용 비리는 우리 사회가 과연 평등, 공정, 정의에 가까워지는지에 대해서 강한 의문을 갖게 한다. 공공기관은 유력 정치인과 사외이사의 자녀, 지인을 특혜로 입사시켜왔으며, 주요 시중은행은 특채를 위한 VIP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고 소위 'SKY' 대학 출신자들의 합격을 위해 면접점수 조작으로 당락을 바꾸기도 했다.

_무엇보다 청년들이 분개하는 것은 기회의 사다리인 대학사회조차도 공정성이 무너졌다는 사실이다. 한 유명 연예인은 대학원 입학을 위한 면접에 가지 않고, 면접을 담당하는 교수가 직접 찾아와 이른바 '출장 면접'을 통해 합격되어 논란이 일었다. 이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버린 대학의 학위 장사와 군 복무를 미루길 원하거나 학벌을 이미지에 활용하고자 하는 유명인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_또한, 최근에는 대학 교수들의 미성년 자녀 논문 공저자 등록 문제가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지난 1월, 교육부가 2007년 2월 이후 10년 간 발표된 국내 학술지 논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학 교수가 미성년인 자녀를 논문의 공저자로 등록한 건은 총 82건으로 밝혀졌다.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올린 시점은 고등학교 3학년생이나 2학년생이 주를 이뤘다. 교수 부모가 대입을 목적으로 자녀를 논문 공저자에 포함시킨 것이다. 우리가 그토록 분개했던 사회 시스템의 붕괴가 대학에서 역시 이뤄지고 있음에 씁쓸함을 느낀다.

_기회의 사다리는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주어져야 한다. 우리에게 정말 절망스러운 것은 최악의 취업난보다도 불공정한 경쟁이 고착화되는 것이다. 잘못된 것은 지금 바로잡아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벌백계해야 한다. 공정한 사회에서 당당하게 경쟁하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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