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선실습, 변화가 필요한 시점
승선실습, 변화가 필요한 시점
  • 김남석 기자
  • 승인 2018.03.08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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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위탁 실습 제도

 현재 해사대학 3학년 학생들이 참여하는 위탁 승선실습제도는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규정에 따른 실습학기제 형식의 실습이다. 운영규정에 따르면 하루 8시간, 주당 40시간을 초과한 근무를 금지(5시간 추가근무 가능)하고 있으며, 학교와 산업체 간의 협약 체결을 통해 실습 중 실질적인 근로를 하면 최저시급 이상의 실습비 제공, 학점 부여 등의 규정을 지켜야 한다. 우리대학은 위탁실습생들에게 학점을 부여하고 있으며, 작년부터 선사들과 위탁실습과 관련한 협약에 따라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위탁 승선실습의 그림자

_ 지난 8월 위탁 승선실습 중이던 목포해양대학교 학생의 사망 사고로 인해 실습생들의 과도한 근무, 열악한 환경 등이 주목을 받았다. 언론에서는 주로 근무시간과 생활환경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실제로는 근무시간 외에도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점이 있다. 먼저 실습생의 ‘근로시간’규정에 따르면 실습생의 근로는 일주일에 40시간을 넘어서는 안 되며, 5시간까지의 연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다수 실습생들은 주 45시간 이상의 근무를 한다. 익명을 요구한 A 학생은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근무 및 서류작업을 했었다”며 “하루에 5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습생들은 일반적으로 매일 8시간 정도의 근무를 했는데, 당직을 설 경우에는 주말 없이 근무를 하기 때문에 심한 경우 그 이상을 근무하기도 한다.
_ 뿐만 아니라 다수 학생들이 개인 시간의 부족을 실습의 가장 힘든 점 중 하나로 꼽았다. 쉬는 시간임에도불구하고 사관들의 술자리나 오락 등에 참여해야 했다는 것이다. B 학생은 “쉬는 시간에는 쉬거나 공부를 하는 등의 개인 시간을 가지고 싶었지만, 항상 사관들이 불렀다”며 개인 시간의 부족함을 호소했다. 한편 실습생이 받는 처우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있다. 실습생은 정식 선원이 아니기 때문에 상륙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월 22~30만 원 정도를 임금을 받는다. 이는 선원 최저임금인 약 200만원에 비하면 부족한 수치이며, 이 금액은 약 20년 전의 실습비와 동일하다. 이에 C 학생은 “실습생 신분이기 때문에 많은 돈을 바라지는 않지만, 최저임금은 받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실습생의 임금 인상을 촉구하기도 했다.
_ 또한, 실습생들은 실습하러 갈 때 실습내용과 과정이 적혀있는 ‘훈련기록부’를 가지고 간다. 하지만 실제로 훈련기록부대로 실습이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D 학생은 “대부분의 학생이 훈련기록부를 몰아서 작성한다”며“훈련기록부는 실제로는 별 의미가 없는 책”이라고 비판했다.

 

▲ 실제 근로계약서 중 근무시간

▲ 실습생의 임금과 타 최저 임금 비교

실습생들은 왜 당하고만 있는 것인가?

_ 그렇다면 실습생들은 왜 이러한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을까? 그 이유는 실습생이 ‘선원’의 지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법적으로 실습생의 지위와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명시된 것은 없다. 다만, 선원법 1장 3조(적용 범위)에 ‘선원이 될 목적으로 실습을 위하여 승선하는 사람에 대하여도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선원법 중 선원에 관한 규정을 적용한다’라고만 명시되어있다. 하지만 이 조항을 적용한다면, 실습생들은 월 1,982,340원이라는 선원 최저임금을 받아야 하므로 논란의 여지가 생긴다. 물론 2018년도 선원 최저임금 고시 (나)항 적용의 특례에는 ‘해기사면허 취득을 위한 지정 교육기관 출신으로 근로자 신분이 아닌 순수 기술 습득을 목적으로 실습 승선시키는 경우 적용하지 않을 수 있음’이라고 명시가 되어있지만, 위탁실습을 하는 학생들은 실제로 노동을 하고 있으므로 법 적용이 명확하지 않다. 그렇다면 실습생의 지위는 무엇일까? 해사수송과학부 전영우 교수는 “아직까지 실습생의 지위는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는 상황”이라며 “선박에서 일하는 측면에서는 선원이지만, 선내직무가 없으므로 국내법상으로는 선원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즉,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은 실습생의 지위가 실습생의 처우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_ 또한 실습생들은 실습 이후 선사에 취업해야 하는 ‘을’의 상황이기 때문에 부조리를 당하거나 알더라도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A 학생은 “아무리 부당한 일이 있더라도 선내에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가 않다”고 말했다. 선내에 문제를 투고하는 용지가 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또, 취업에 영향을 주는 실습의 평가를 사관들이 하기 때문에 사관의 부조리에 저항하기 힘들다. 현실적으로 취업이라는 고리에 얽매인 실습생들은 사관들의 불합리한 태도를 보고도 묵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위탁실습을 바꿀 수 있을까?

_ 위탁 실습의 문제는 크게 실습생들의 인권 문제, 실습의 질 문제, 실습생들에 대한 처우 부족 등 3가지로 대표된다. 이를 개선해 나가는 방안으로 먼저 실습생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 선박운항과 조익순 교수는 “선원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해서 인권침해와 관련된 문제를 예방하고, 관련자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철저한 근로감독 및 처벌을 통해 인권침해가 있으면 바로 해결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C 학생은 “사관이 부당한 일을 하더라도 특별한 제제를 받지 않고 다시 배를 탈 수 있기 때문에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_ 실습의 질 문제에 대해서 전영우 교수는 “현재의 근로형 실습이 아닌 교육형 실습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 교수는 “회사와 해기사들이 실습생들을 교육할 의무 및 관련 규정이 있어야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하다”며 관련 제도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_ 마지막으로 실습생들에 대한 처우에 관한 문제와 관련해서 전 교수는 “현재의 임금인 월 30만 원은 너무적다고 생각한다”며 “ILO(국제노동기구)에서 지정한 선원 최저임금인 약 650$(약 70만 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의 30만 원에 정부에서 추가로 30만 원 정도를 지원해 주고, 나머지는 선사에서 보완하는 방법이다.
_ 한편 해양수산부 선원정책과 진호연 박사는 “정부에서는 현재 실습제도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연구를 하고 있고, 관련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며 “4, 5월 정도에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 같다”고 정부 차원에서 실습과 관련한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말했다.

▲ 위탁실습의 필요성

위탁실습 변화의 표지판은?

_ 위탁실습의 필요성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실습을 다녀온 학생들의 대다수는 위탁 실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었다. 조익순 교수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설문조사 인원 326명 중 60.4%인 197명이 위탁 실습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여 위탁 실습이 필요하지 않다는 56명, 17.1%의 약 3.5배 정도 많았다. 조 교수는 “위탁 실습의 필요성은 분명한 사실이고, 현재의 부족한 실습선 상황상 위탁 실습은 필수적이다”며 위탁 실습의 개선을 통한 지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 학생은 ”위탁 실습의 단점은 분명히 있지만, 이론적으로 배우는 것을 실제로 해본다는 큰 장점이 있다”며 “위탁 실습을 계속하면서 단점을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_ 한편 최근 발생한 제주 고교실습생 사고 이후 고등학생들의 현장실습이 화두가 되자 정부에서는 현장실습 제도를 수정하는 것이 아닌 고등학생들의 현장실습을 금지했고, 다수의 특성화고 학생들이 반대하는 등, 아직까지도 찬반 논란이 치열하다. 위탁 승선실습 또한 고교실습생 사고와 같이 실제 사망 사고가 있었고, 지금까지도 후속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다만 위탁 승선실습은 분명한 장점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교생 실습을 금지시킨 것처럼 완전한 중단이 아닌,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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