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을 누비는 로켓, 수중 글라이더
바닷속을 누비는 로켓, 수중 글라이더
  • 김남석 기자
  • 승인 2018.03.12 1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수중 글라이더의 움직임
▲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용중인 수중 글라이더
▲ 국내 개발중인 수중 글라이더

 

 

항해하는 글라이더

_초등학생 시절 한 번쯤은 글라이더를 날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글라이더를 날개를 가지고 날아가는 비행기로만 생각하지만, 물속을 항해하는 글라이더도 있다.

_최근 들어 드론 기술 발전에 힘입어 해양관측 분야에서도 무인화 기술이 도입된 자율 무인 잠수정 AUV(Autonomous Underwater Ship)이 관심을 받고 있다. AUV는 수중에서 사용하는 무인 탐사체로 해양 탐사, 기뢰 제거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수중 글라이더는 AUV의 일종으로 기존의 잠수정이 사람이 탑승하거나 줄 등으로 연결하여 사용하던 것과는 달리, 무선으로 정해진 경로에 따라 해양을 탐사하는 기구다. 수중 글라이더는 2000년대 초반에 미국에서 처음 개발을 시작하였으며,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프랑스 등 다수의 국가에서 개발 및 운용을 하고 있다. 수중 글라이더는 다른 장비에 비해 저렴한 유지비가 특징인데, 이러한 강점으로 해양연구 및 군사적인 목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전까지 외국 제품을 수입해서 운용하다가 최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서 해당 기술 국산화를 위해 연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중 글라이더는 어떻게 움직일까?

 

프로펠러 없이 움직이는 수중 글라이더

_수중 글라이더의 작동원리는 기존의 해양 탐사선들과 다르다. 대부분의 해양 탐사선은 뒷부분에 프로펠러를 달아서, 프로펠러의 회전하는 힘을 동력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글라이더는 뒷부분에 프로펠러가 없는 대신에 글라이더 내부의 피스톤을 통해 부력을 사용하여 움직인다.

_작동 전 글라이더는 보통 물 위에 떠 있다. 만약 글라이더가 작동 신호를 받게 되면 내부 피스톤을 사용해서 물을 빨아들이게 되고, 물을 빨아들인 글라이더는 물보다 무겁게 되어 가라앉게 된다. 만약 글라이더가 물을 빨아들이고 가만히 있으면 글라이더는 수직으로 가라앉겠지만, 이때 글라이더 배터리 팩의 위치를 앞쪽으로 조절해서 무게 중심을 앞부분으로 향하게 하면, 글라이더는 비스듬히 내려간다. 만약 글라이더가 일정한 수위에 도달하면 피스톤을 사용하여 물을 밀어낸다. 물이 빠진 글라이더는 물보다 가벼워지기 때문에, 다시 위로 떠오르게 된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내부의 배터리 팩을 뒷부분으로 조정하여 글라이더를 비스듬히 올라오게 한다. 보통 글라이더가 들어가는 수심 1000m 이상의 대양이고,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글라이더는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_한편 수중 글라이더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이동하게 된다. 그러나 바닷속의 해류 및 조류 등의 영향으로 정해진 경로를 정확하게 가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글라이더에는 조향타가 설치되어 있어 이동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 만약 글라이더가 계획된 경로를 벗어난 것이 발견되면, 관제센터에서 신호를 보내 조향타를 조절하여 글라이더의 방향을 조절한다. 하지만 바닷속은 통신이 거의 되지 않는다. 그래서 글라이더가 물속에 잠겨있을 때는 사실상 통신이 불가능하다. 다만 글라이더 움직임의 특성상 수면과 가까이 있을 때 글라이더 윗부분에 설치된 GPS 안테나 등의 통신 장비를 통해 관제센터와 통신을 할 수 있다.

_그런데 왜 글라이더가 경제적이라고 하는 것일까? 수중 글라이더를 연구하고 있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신재 박사는 글라이더가 움직일 때 사용하는 에너지는 물 밑에서 피스톤을 밀 때뿐이다스크루를 사용하는 다른 탐사선과는 달리 적은 에너지 사용량을 기반으로 수중 글라이더는 장기간 활용이 가능해 경제적이다고 말했다.

 

수중 글라이더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_수중 글라이더의 주된 역할은 해양관측이다. 수중 글라이더는 주로 표면에 염분, 수온 등을 탐지하는 센터를 탑재하여 해양 관측을 한다. 기존의 해양관측은 해상에 설치된 Array BuoyARGO Float를 주로 사용하여 이뤄지고 있다. Array Buoy는 수중에 부표를 띄우고, 부표에 앵커를 연결하여 고정하는 장치로, 유지보수가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으며, ARGO Float는 물속으로 가라앉아 자료를 수집하고 다시 올라와 정보를 위성으로 보내는 장비로, 자율이동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수중 글라이더는 장거리 운용이 가능하고, 배터리 및 통신비용을 제외한 추가적인 비용이 필요 없어서 유지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자율적인 움직임이 불가능한 ARGO float가 가지 못하는 곳을 연구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신재 박사는 수중 글라이더가 기존의 수중 관측기구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상호 보완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며 수중 글라이더의 향후 역할에 대해 전망했다.

_수중 글라이더는 해양연구뿐만 아니라 군사적인 목적으로도 쓰인다. 최근 드론의 발전으로 군사적인 측면에서의 드론의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중 글라이더는 저렴한 운용비용과 수중의 상황 감시를 하는데 용이하기 때문에 미군에서는 현재 400여 대의 수중 글라이더를 도입하여 이를 운용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미군의 글라이더 1대를 나포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양방위연구센터를 중심으로 감시 및 정찰용 글라이더를 개발하고 있다.

 

수중 글라이더의 미래

_지난 2013년에 가을에 미국 Rutgers 대학 연구진이 수중 글라이더를 이용하여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미국 허리케인의 경로를 거의 정확히 예측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처럼 수중 글라이더는 해양의 정보를 정확하게 측정해서 전송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 따라서 향후 기상예측 시스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신재 박사는 수중 글라이더는 기존의 장비보다 해상도 높은 자료를 얻을 수 있고 유동성도 있으므로 기상예측이 가능했다우리나라에서도 시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